
사진: 문재인 정부 기재차관을 지낸 뒤 현재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여당 경제통 안도걸 의원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당국의 환시장 적극 개입 뒤 나온 여당 경제통의 환율 추가하향 아이디어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555.2원으로 개장하자 금융당국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달러/원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나 보던 수준으로 뛰자 당국은 즉각 경고장을 배달하고 개입에 나섰다.
한국은행 윤경수 국제국장과 재경부 이형렬 국제금융국장은 8일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요인 이외에도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실개입을 하면서 환 시장에서 전투를 벌였다. 국민연금도 동원(?)해 선물환 매도로 폭격했다.
국민연금은 연초 후 중단했던 선물환 매도를 하면서 환율을 한 없이 끌어올리려던 세력의 예봉은 꺾이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달러/원 환율은 1,535.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으며, 간밤엔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 한국 외환당국의 제대로 된 '힘' 과시 이후...환율 1,510원대로
간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1개월물이 1,525.7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달러/원 1개월물 스왑포인트 -1.20원을 감안하면 NDF 달러/원 1개월물 환율은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현물환 종가(1,535.00원) 대비 8.10원 하락했다.
시장은 1,520원대 환율, 여기에 당국이 좀더 개입하면 1,510원대까지도 트라이해 볼 만했다.
당국의 뜨거운 맛을 본 달러/원은 이날 결국 1,510원대 진입에 성공했다.
다만 1,510원이란 수치도 위기 때나 보던 레벨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에서 '환율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하기로 했다.
■ 여당 '경제통'의 아이디어
당국이 환시장에 '세게' 개입한 뒤 여당 쪽에서도 힘을 보탰다.
민주당 경제통인 안도걸 의원은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때"라며 지금의 환율을 그냥 둬선 안 된다고 했다.
안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기재차관을 지낸 인물로 민주당의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 때문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과 외국인 투자 비중 조정, 그리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대 등 대외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해외 주식 투자자의 리밸런싱이 종료가 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되면 크게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 이상 급등에 대해선 '한국 주가가 너무 뛰어'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차익실현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안 의원도 일단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견해를 보탠 뒤 단기적인 변동성 지속에 대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그는 수급적으로 달러 공급을 늘릴 요인들을 제안하면서 환율을 더 내려보자고 했다.
■ 안도걸 "선물환 포지션 확대 등 외환규제 풀어 환율 더 내리자"
안 의원은 일단 민간 금융기관의 외환조달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외환위기 시대에 도입된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우선 선물환 포지션 한도 확대를 제안했다.
기업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려고 은행에 달러를 파는 계약(선물환 매도)을 하면, 은행은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해외에서 단기 달러를 빌려와 국내 시장에 현물로 매도한다.
선물환 한도를 늘려주면 은행이 규제 부담 없이 해외에서 달러를 더 많이 빌려와 국내 외환시장에 현물 달러를 매물로 내놓을 수 있게 돼 달러 공급이 급증하므로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안 의원은 단기외채비율 규제 완화도 제안했다.
위기 시 쉽게 빠져나가는 단기 차입금에 부과되던 외환건전성 부담금이나 비예금성 외화부채 한도 규제는 은행의 달러 조달 비용을 높이는 원인었다. 이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기관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달러를 신속하게 들여올 수 있다.
유입된 달러는 국내 시장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환율 상승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외화예수금 초과 준비금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도 제안했다.
금융기관들은 환율 불안 장기화 시 제재를 피하거나 비상용으로 쓰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달러를 금고(준비금)에 쌓아두는 '달러 사재기'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당국이 초과 유동성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유인하면 은행들은 달러를 금고에 묶어둘 이유가 줄어든다. 금융기관들이 꼭 쥐고 있던 달러를 시중에 유통하거나 대출로 풀게 되면 시장의 달러가 풍부해져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는다.
■ 국민연금에게 '더 큰 자유' 부여해 환율 내리자
안 의원은 국내 외환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매입하는 부담을 줄여주면 환율 하향 안정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 현지 채권 발행, 단기 차입, 글로벌 연기금과의 통화스왑 등을 적극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조처들은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환전 수요)를 차단하거나 줄여주기 때문에 달러/원 하락에 기여한다.
그간 국민연금은 매년 수십조 원의 달러를 국내 시장에서 사들여 해외 주식과 채권을 매입하는 국내 최대의 달러 수요처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해외 현지 금융시장에서 직접 외화 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조달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와 달러를 살 필요가 아예 없어진다.
그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자산 결제일이나 자산 재배분(리밸런싱) 시점이 오면 단기간에 대규모 달러 환전 수요가 몰려 환율이 급등 압력을 받곤 했다.
하지만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로 달러를 빌리는 '단기차입'을 활용하면 급한 자산 결제 대금을 먼저 치른 뒤 환율이 안정됐을 때나 국내에서 달러 공급이 풍부할 때 분할해서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다. 시장 충격을 주는 달러 집중 매수 시기를 인위적으로 분산시키기 때문에 환율 급등을 막고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그간 환율이 급등하면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왑에 의존해 달러를 조달했다.
연기금이 만약 해외 대형 연기금 등과 직접 통화스왑 계약을 맺으면 비상시 그 나라 통화나 달러를 스왑해 투입할 수 있다. 한국 외환시장에 손을 벌리지 않고도 대규모 외화 유동성을 자체 해결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기 때문에 투기적 달러 매수 심리를 꺾을 수 있는 것이다.
■ MSCI 선진국 편입하고 NDF 독점 깨자
이 밖에 안 위원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시장 선진화 조치와 함께 국내 환율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외 NDF 시장의 독점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역외 현물시장 조성 등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조치'(야간 거래 연장, 외국 금융기관 직접 참여 등)는 국내 외환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 공급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외국인 주식·채권 투자금)이 수십조 원 단위로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 환율 하락 압력이 나올 수 있다.
현재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가운데 향후 24시간 개방을 추진 중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주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국내 은행을 통해 직접 달러를 원화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 투기적 NDF 시장이 아닌 공식 시장을 통한 정상적인 달러 공급 물량이 밤 시간대에도 대거 유입될 수 있다. 이는 야간이 환율이 급격히 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외국 금융기관(RFI)들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하여 거래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면, 원화 거래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한국 금융당국이 외환시장의 빗장을 완전히 풀게되면 지정학적 위기 등 해외의 작은 충격에도 외국의 투기 자본이 국내 시장을 쉽게 휘저을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아울러 안 의원 말대로 NDF 독점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역외 현물시장을 조성하게 되면 NDF 투기꾼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허브에 국내 외환 중개회사의 자회사를 세우거나, 외국 금융기관(RFI)들이 새벽 시간에도 진짜 원화와 달러를 정식으로 사고팔 수 있는 공식 현물환 시장을 열어주면 NDF 시장의 몸통 흔들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