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9일 "현재의 원화 약세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강 달러 압력과 외국인의 구조적 수급 이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기적 오버슈팅 성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진경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제한적이고 경제 펀더멘탈이 견고한 만큼 현 환율 레벨을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추세 전환은 대외 불확실성 해소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비중 축소 마무리에 달려 있다. 외부 원화 약세 요인의 마무리와 함께 대내 수급 복귀가 동반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점진적 하락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등 정책 당국의 개입 의지 역시 상단을 제어하는 요인"이라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및 미국 물가 재가속 시나리오 하에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전제한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 급등한 원/달러 환율
이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인 1,560원선에 육박하며 속등했다"면서 "지난 한 달간 원화는 달러대비 약 6%에 가까운 약세를 나타냈으며 연초대비로는 6.5% 절하됐다"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 요인을 중심으로 위기 가능성과 추세 전환에 필요한 조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원화 약세의 주 요인 중 하나는 대외 강 달러 압력의 지속이다.
중동 전쟁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급등과 양호한 미국 경제 지표가 맞물리며 연준의 금리 인상 전환 기대가 강화된 점은 전방위적 달러 강세를 지지했다.
외국인 국내주식 수급 이탈도 환율 급등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원화 약세를 가속화시킨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주식 순매도"라며 "외국인은 최근 20영업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했으며 연간 누적 순매도 규모가 약 130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난 한 달에만 70조원 가량의 순매도가 집중되며 원/달러 속등을 자극했다. 작년 말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히던 내국인 해외투자 수요가 완화되고 5월까지의 누적 무역흑자 규모가 역대 연간 최대치를 경신했음에도 이를 압도하는 수급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외국인의 수급 이탈 중 국내증시 급등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압력 영향이 잔존한다. 현재 국내주식시장 내 외국인의 비중은 약 40%로 2010년 이후 평균인 34%를 크게 웃돌고 있다"면서 "글로벌 패시브 자금들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되돌리려는 압력이 매도세를 일부 자극하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환경 속 외국인 발 추가 수급 유입이 제한되고 있는 점 역시 단기 내 해소되기 어려운 성격을 지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자리한다고 했다.
잔존하는 구조적 쏠림 압력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외국인 수급 이탈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국면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베팅이 집중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이 강화되는 자기실현적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최근 원/달러 리스크리버설이 전 만기에 걸쳐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쏠림 심리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 환율 오버슈팅 위험을 높이고 상단을 열어두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환율 수준이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레벨에 근접하다는 사실만으로 금융위기의 재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당시와 비교해 신용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 모두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최근 외화 스왑레이트 역전 폭은 축소 추세에 있으며, 외평채 스프레드는 역대 최저 수준에 위치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외환보유액은 4,000억달러 내외의 충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유사시 당국의 시장 안정화 여력도 과거 위기때보다 매우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4월 경상수지 흑자가 283억달러로 역대 두 번째 최대치를 기록해 외화 유동성의 기초 체력 역시 견고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정책 당국의 지속적인 외환 개입 가능성 언급 역시 과도한 쏠림에 대한 제동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원화 약세는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촉발된 위기라기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연동된 단기적 오버슈팅 성격이 강하다"면서 "경제 펀더멘탈과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 환율 레벨이 위기의 전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 원/달러 추세 전환을 위한 조건들
원/달러 환율의 의미 있는 하락 전환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환율 급등이 복수의 요인이 맞물린 결과인 만큼 추세 전환 역시 단일 변수보다 여러 조건의 동시적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가장 시급한 변수는 미국-이란 종전 최종 합의 여부라고 했다.
그는 "최종 협상이 타결되거나 중동 지역의 긴장이 크게 완화될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의 상당 부분이 대외 달러 강세에서 비롯된 만큼 달러 강세의 진정 여부가 원화 방향성의 1차 결정 요인"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이탈 완화가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유지될 경우 외국인 매수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비중 축소의 구조적 성격을 감안할 때 구체적인 복귀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불확실성 요인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국인의 해외투자 수요 복귀는 양호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RIA 누적잔고는 2조원을 돌파했으며 계좌당 복귀 금액은 약 850만원이다. 6월부터 RIA 세제 혜택이 축소됐으나, 달러화 자산 보유자 입장에서 현재의 환율 수준은 원화 매수 매력이 부각되는 구간인 만큼 대내 수급 복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향후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