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6-01 (월)

(장태민 칼럼) 김영훈의 반기업적 세계관에 대한 김정관의 견제

  • 입력 2026-06-01 15: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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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페이스북

사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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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주 기업의 이익을 정부가 재배분하겠다는 식의 오해(?)를 부를 만한 발언을 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삼성전자 이익에 대해 노조가 '주주들 동의도 받지 않고'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장기간 가져가겠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킨 뒤 노동부 장관이 또 다시 '반기업', '반주주' 입장에 선 발언을 했다.

김 장관은 지난주 27일 "삼성전자는 사기업이지만 그 재화인 반도체는 AI 시대에 이미 공기와 같은 공공재가 됐다"면서 "삼성전자의 성공은 노사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더해진 결과이므로 전통적 문법을 뛰어넘어 발생한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환류·배분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관은 더 나아가 기업과 하청·협력업체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긴급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4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만 57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자 이 거대한 이익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 하는 목소리가 한국사회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사기업 삼성전자의 성과를 두고 여기저기서 연일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일부에선 삼성전자의 성공에 국민 세금이 들어간 데다 전력, 용수 등을 국가 차원에서 공급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을 나누자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본다.

사기업의 이익에 대해 정부 관계자나 참여연대 등 소위 진보적 사회단체에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큰 것이다.

IT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사장은 "삼성 노조의 말도 안 되는 주주 이익 강탈 행위에 이어, 민노총 위원장 출신 장관의 기업 이익을 뺏으려는 발언 등을 듣고 있으면 이 나라가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노동장관의 삼성전자 이익 쪼개기 발언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 혹은 '무시'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킨 뒤 김영훈 노동장관이 '삼성전자를 국영기업으로 착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기업가들 사이에 황당해 하는 모습들도 나타났다.

정부가 사기업(삼성전자)이 창출한 이익을 나눌 권리가 있는가?

김 장관이 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부 등 다양한 계층의 이익 기여'가 있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김 장관의 말대로 정부, 혹은 국민과 세금이 '반도체 인프라'를 지원한 것은 맞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공기업이 되고 삼성전자가 생산한 반도체는 공공재가 되는 것인가?

이런 식의 논리라는 서울 강남권에서 3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집값이 오른 부분을 반납해야 한다.

강남권의 편리한 교통 등 상당한 인프라는 국민세금으로 깔았으니, 이들이 오른 집값을 모두 향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김영훈 장관 식으로 따지고 보면 아주 많은 사기업을 공기업으로 봐야 하며, 이들이 생산한 제품은 공공재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공재가 되기 위해선 비배제성(Non-excludability)과 비경합성(Non-rivalry)을 갖춰야 한다. 비배제성은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이 그 재화를 소비하지 못하게 막을 수 없는 특성이며, 비경합성은 어떤 한 사람이 그 재화를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지 않는 특성을 말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추가되어도 한계비용이 제로(0)0에 가까운 국방, 치안, 가로등 등이 예외적으로 공공재가 된다.

반도체는 명백한 '사적재(Private Goods)'다.

김영훈 장관이 반도체에 대해 '공기나 물처럼 필수적인 재화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수사적으로 비유한 것으로 보이지만, 권력자의 기업 이익에 대한 억압은 전체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경제학, 경영학 교과서는 김영훈 장관의 관점으로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보지 않는다.

A 사장은 "사실 냉정하게 볼 때 김영훈 장관의 발언은 공산주의를 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공산주의가 다른 게 아니다. 세금이 좀 들어갔다고 삼성전자의 이익 처분에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공산주의식 발상"이라고 말했다.

■ 정부, 세금 더 걷고 싶으면 법인세 올리라...정공법 써야

삼성전자 노조의 '주주 몫 강탈'에 이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반도체 초과이익을 나누겠다는 발언을 듣고 있으니, 한국 산업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말도 꽤 들린다.

만약 김영훈 장관 말대로 삼성의 초과이익을 여기저기 나누겠다고 하면 대주주나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분위기에서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국내 투자를 줄이면서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것과 별도로 상당수 주주들은 노조의 '영업이익 갈취'에 대해 화가 난 상태다.

일반적인 주주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이익은 주주의 몫이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10% 넘는 부분에 대해 장기간 '노동자 배분 할당'을 규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성과 배분도 아니다.

사실 지금 삼성 경영진과 노조가 하는 일은 '성과주의를 무시한' 배분이다. 성과주의를 주장했던 이건희 전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만약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정부의 계도에 따라 이익을 지역사회나 거래기업, 하청업체 등에 나눠준다고 잘했다고 박수를 쳐야 할까?

기업의 이익은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함부로 외부로 빼돌릴 수 없다.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 경영진에게 '초과이익 재분배'을 강요하거나 '사회에 기여하라'고 윽박지르면 안 된다.

사실 기업이 잘 되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엔 가장 좋다. 기업이 잘 되서 고용이 늘어나고 한국인들이 잘 살게 되면 기업으로는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그리고 정부 역시 '초과 이익'이 탐이 나면 세금을 올리면 될 것이다.

올해부터 과표 3천억원 초과구간 법인세가 25%로 올랐지만, 돈을 더 걷고 싶으면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26%로 올리든 30%로 올리든 더 올리는 결정을 하면 될 것이다.

개념도 모호한 '초과이익, 초과이윤' 등을 들먹이면서 기업들의 '사회적 배분'을 압박하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최근 정부나 친정부 시민단체들이 말하는 초과이윤, 초과이익 등은 그 개념도 모호하다.

경제학의 '초과이윤'은 정상적인 기회비용(정상이윤)을 초과해서 얻은 '경제적 이윤'을 의미하지만, 현실에서 암묵적인 비용과 기회비용을 정확히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정 기업이 평소보다, 혹은 다른 기업보다 지나치게 많이 벌었기 때문에 사회 각 분야에 이익을 나눠줘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 착한 척 하는 악마는 세상에 수두룩하다


김영훈 장관, 김용범 실장의 발언들은 한 때 우리사회의 화두였던 '초과이익 배분' 논쟁도 다시 꺼집어냈다.

'이익 공유'라는 말은 아름답다.

원청과 하청이 같이 공생할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도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세계는 이런 아름다운 수사와 차이가 있다. 실제 경제 생태계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장관의 인식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김 장관이 얼마나 공산주의 사상에 정통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고 싶어하는 착한 마음 자체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경영학,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착한 얼굴을 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악마의 대리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원청과 하청의 생태계는 원청이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이를 '공평하게' 하청에게 나눠준다고 건전해지지 않는다.

원청이든 하청이든 경제생태계에선 끊임없는 혁신, 품질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

원청이 돈을 좀 벌었다고 하청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보다 하청이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도와주는 게 상생이다.

2026년 봄 삼성전자의 1분기 '과도한' 영업이익 이후 난데없이 초과이익 공유제가 다시 한국사회에 화두가 됐다.

그러나 경제 생태계에 '따뜻한 감성'이 잘못 들어오면 그 생태계는 위험해진다.

분배를 강제하는 온정주의가 경제 생태계의 디폴트값이 되는 순간 그 나라 경제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 김정관 산업장관, 김영훈 노동장관과 반대되는 목소리 내며 사태 진화 시도

다행히 정부에 김영훈과 같은 사람만 있지는 않았다.

김영훈 노동장관이 '삼성전자의 이익'을 어떻게 갈라 먹을까 고민할 때 김정관 산업장관은 '초과이익 분배론'은 한가한 말장난이라고 맞섰다.

김정관 산업장관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투자 골든타임"이라며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했다.

전세계가 지금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자 속도전에 돌입한 상태에서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삼성전자 이익 갈라먹기' 논쟁은 한가하다는 것이다.

사실 각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AI 핵심 산업에서는 국가의 명운을 건 총력전을 벌이는 중이다.

현재 지구상의 대다수의 국가들은 이 AI 게임에서 이미 탈락했다. 하지만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를 손아귀에 쥐고 있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탈락하지 않은 유력한 '참가자' 중 하나가 됐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투자로 AI 시대의 생존자, 더 나아가 승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메모리 호황이라는 행운 때문에' 갑자기 큰 돈을 벌자 각종 정부,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엉뚱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나마 산업장관이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니 다행이다.

김정관 장관은 "지금은 AI 호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 산업 대도약의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경쟁력에 취해 있으면 안된다"면서 "오늘의 이윤은 내일의 압도적 경쟁력을 위한 재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 인재 양성 등을 통해 다운사이클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고, 공급망 안보를 위해 협력업체와 소부장 생태계도 굳건히 다져야 할 때라고 했다.

김 장관은 "AI 시대의 승부는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에서 갈린다. 단 한 번의 투자 실기조차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기업들을 회복하기 어려운 패자의 길로 내몰 수 있다"면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 기업 이익 활용의 최우선 원칙은 ‘생산적 재투자’여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김영훈 노동장관 말처럼 기업이 정부 덕에 돈 벌었으니 이익을 나누라고 강제할 때가 아니라, 정부가 최대한 생태계를 또 뒷받침해 주고 이익도 안 뺏어갈테니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독려해야 할 때다.

김 장관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막대한 규모의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 결단을 내리면, 정부는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고 세제·금융·규제 혁신을 패키지로 뒷받침하며 ‘원팀(One Team)’으로 함께 전력 질주하겠다"고 약속했다.

AI와 반도체 패권 경쟁은 '이익을 갈라 먹어야 하는' 한국의 사정을 봐주면서 기다려주지 않는다.

투자와 혁신의 속도가 주춤하는 순간, 미래의 주도권은 다른 나라가 가져가게 된다. 지금 한국에겐 위기이면서 동시에 큰 기회가 찾아 왔다.

경제 현실을 전혀 모르는 노동장관의 무책임한 주장을 그마나 현실을 아는 산업장관이 중화시켜주니 다행이라는 느낌도 든다.

김 장관은 "AI를 활용하여 우리 산업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도록 반도체 생태계 확장과 AI 기반 인프라 구축, 제조 AI(M.AX) 확산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머뭇거림이 아니라 결단이며, 분산이 아니라 집중"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반드시 AI 시대의 승자가 돼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하나되어,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산업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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