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5-2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민연금, 한국주식 비중확대...'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 vs '자산배분 원칙 정면훼손'

  • 입력 2026-05-29 11:1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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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월말 현재 국민연금 자산군별 비중, 출처: 국민연금

자료: 2월말 현재 국민연금 자산군별 비중, 출처: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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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는 28일(목) 오후 4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도 제5차 회의를 개최한 뒤 국내 주식투자비중을 확대했다.

기금위는 주식시장이 예상한 대로 국내주식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

전날까지 코스피지수는 94%, 코스닥지수는 19% 상승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비중을 확대하지 않으면 수급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금위는 우선 2026년도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현실화하고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중기자산배분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비중과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계획이다.

주가 뜨자 리밸런싱 유예했던 기금위, 26년 국내주식 목표범위 20.8%로 5.9%p 확대

기금위는 지난 1월 26일 제1차 회의에서 국내주식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 이탈 시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는 자산군별 기준 비중이 시장 변동에 따라 목표비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범위다. 허용범위 내에 있는 경우 목표비중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한다.

리밸런싱은 기준 비중이 SAA 허용범위 밖으로 이탈하는 경우 매도 또는 매수를 통해 허용범위 내에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기금위는 지난 1월 기금위 이후 약 4개월간 시장 상황, 기금 수익성·안정성 등 기금운용원칙, 기금의 금융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금위는 2026년 자산군별 목표비중 현실화와 향후의 자산배분 방향을 결정했다.

우선 2026년 자산군별 목표비중을 '현실화'한다고 발표했다.

기금위는 2026년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조정했다.

기금위는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 주식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과 국내주식 실제비중 확대 상황을 고려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는 2026년 6월 말부터 적용된다.

다른 자산군 목표비중도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현실화돼 상향됨에 따라 함께 조정될 예정이다.

현실화된 2026년 말 기준 목표비중은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다.

국내 주식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자산군의 비중은 줄어야 한다.

해외주식 비중을 37.2%에서 34.7%로, 국내채권은 24.9%에서 23.1%로 축소된다. 해외채권은 8.0%에서 7.4%로, 대체투자는 15.0%에서 14.0%로 각각 줄어들게 된다.

■ SAA 허용범위, '비밀주의' 택해

하지만 최근 국내 코스피가 급등했기 때문에 국내 주식 비중을 5.9%p 확대한 것만으로 매도 유인을 없앴는지를 놓고는 의심이 일었다.

기금위는 따라서 '한시적 SAA 허용범위'를 조정하고 리밸런싱을 정상화한다고 발표했다.

기금위는 변동성이 큰 국내주식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내주식의 SAA 허용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시장 영향을 완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기금 수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축소하는 등 리밸런싱 규칙도 개선했다.

또 기금위는 시장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여 2026년 말에 SAA허용범위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기금위는 그러나 "SAA허용범위는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 주요내용


기금위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의 자산군별 목표비중을 함께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기존의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산군별 특성과 시장 여건, 이행가능성 등을 반영해 향후 5년간의 목표비중을 결정했다.

2031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비중은 ▲주식 55% 내외 ▲ 채권 30% 내외 ▲ 대체투자 15% 내외다.

올해말 기준 주식 55%(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채권 30.5%(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와 큰 차이 없다.

기금위는 자산군별 세부 목표 비중은 「국민연금법」 제103조의2에 따라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비공개하기도 했다.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른 2027년도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2026년 비중 20.8%를 유지했다.

기금위는 "이는 최근 국내주식 시장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그 밖의 자산군 2027년 목표비중은 해외주식 35.6%, 국내채권 21.8%,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3%로 결정됐다"고 했다.

기금위는 향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자산군별 수익률, 기금 포트폴리오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추후 필요시 허용범위 조정 등을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번 중기자산배분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해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며 "연금은 장기 재정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과제인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되는 기금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확대...재량권 얼마 줬을까

국민연금의 기존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는 ±3%포인트였다. 전술적자산배분(TAA)은 ±2%포인트다.

즉 최대 ±5%포인트까지 기계적 매매 없이 운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후 기금위는 한국 주식시장 구조적 변화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이 범위를 확대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 충격을 우려해 구체적인 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단 전날 의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 국내 주식비중은 '25.8%+α'가 되는 것이다.

확대된 목표비중은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는 다음 달 말부터 적용된다.

그런데 일각에선 코스피가 8천선을 넘어선 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비중이 20%대 후반으로 높아졌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따라서 'α'가 꽤 될 것이란 의심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을 억지로 팔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SAA를 두 배, 즉 ±6%로 확대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보였다.

SAA 상한을 6%로 늘리고 여기에 TAA 2%를 더해 8%의 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면 올해 '실질적 목표비중'은 20.8%에서 8%p를 더한 28.8%가 된다.

일단 최대한 '수를 써서' 한국주식,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팔지 않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란 의심은 많다.

최근 시장에선 리밸런싱 유예 시한 임박과 코스피 폭등 흐름 속에 국민연금발 170조원, 180조원 규모 매도 폭탄을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주식 비중이 30%에 거의 육박했을 것이란 식의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 시장에선 '고무줄 자산배분' 비판도...'이게 무슨 자산배분인가'

시장에선 기금위가 한국 주식이 폭등했다고 원칙도 없이(?) 자산배분 비중을 대폭 손질한 데다 제대로 공개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들도 보인다.

사실 특정 자산군(Asset Class) 가격이 올랐을 때 비중을 줄여 차익을 실현하고 떨어진 자산을 더 사는 ‘리밸런싱(재조정)’은 전통적인 자산배분의 가장 핵심적인 규칙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의 인기와 동력이 '한국 주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자산배분 원칙에 대한 훼손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한국 주가가 폭등했으면 국민연금은 기계적 매도를 통해 비중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런데 이를 막기 위해 목표 비중 자체를 대거 올려버리는 조치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ABC를 정면으로 위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자산배분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구조를 강제한다.

하지만 이번엔 반도체 랠리가 문제(!)였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쌍두마차가 이끄는 반도체 랠리로 국내 코스피시장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차익실현을 통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는 '현실론'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시장'이 아니며, 따라서 이참에 국내주식비중을 높이는 게 합리적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포퓰리즘적 자산배분'이 큰 낭패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위의 매니저는 "지난 2021년 소위 동학개미운동 때도 멍청한 여론 때문에 국내 주식비중을 늘렸다가 22년 주가 급락장이 나타나자 국내 주식 투자에서 큰 손실이 나지 않았느냐"면서 "당장 한국 주식이 좋다고 한국 주식 비중을 대폭 늘리고 SAA나 TAA를 활용해 엉뚱한 짓을 벌이는 것은 위험한 정책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대에서 3%대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자국 주식 비중을 20% 넘게 가져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들도 보인다.

국민연금 한국 주식비중 확대를 놓고 자산배분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맞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매니저는 "국내주식 비중이 30% 근처로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이라는 고래가 물량을 쏟아내면 그야말로 한국 주식시장은 초토화될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주식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향후 언젠가 주가가 꺾일 때 국민연금이 정치적 타협을 하느라 '자산배분의 기본원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식매니저는 "수익성과 기금 안정성 둘 모두 잡으려 하다보니 국내 주식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 대안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또 지금 분위기에서 투자원칙을 지킨다고 주식 비중을 줄였다가는 청와대에 찍힐 게 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팔고 들고 가자니 부담되지만, 정부가 정책으로 측면 지원해주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으로 들어온 자금이 ETF로 시장을 받쳐주고 있다"면서 "이래저래 국내 주식시장이 아직은 더 버틸 수 있는 룸이 있다고 생각해서 기금위에서 이런 결정을 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지금 한국주식 비중이 목에 차서 국민연금은 의미 있게 팔지도 않지만 더 사지도 못할 것"이라며 "지금 국내 시장의 쏠림은 강세장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전자닉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출시되면서 그 흐름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러다가 시장 망가지면 그 때는 여론이 싸늘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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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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