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5-26 (화)

(장태민 칼럼) '문재인 경제차관 3인'이 말하는 이재명 정부 성공의 비용

  • 입력 2026-05-26 14:07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장태민 칼럼) '문재인 경제차관 3인'이 말하는 이재명 정부 성공의 비용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5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주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다시금 논쟁 속으로 뛰어들었다.

김 실장은 최근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물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거나, 반도체 호황에 맞춰 국민배당금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 등을 제시하면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실장의 '팬들'은 한국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청와대 정책수석의 방향 제시에 박수를 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일반적인 통념에 반하는' 김 실장의 주장을 보면서 한국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주장들이란 우려를 표시하곤 했다.

최근 일각에선 한국경제의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가 위기의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김 실장은 오늘 날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대해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정의하면서 칭송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 김용범의 논리...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 도약의 시그널이자 '성공의 비용'

김 실장은 이번에 논란이 된 글에서 "기업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수출은 넘쳐나는데, 금리는 오르고 환율은 불안하고 집값은 다시 들썩인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들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시장과 여론은 위기의 징후를 찾기에 바쁘다"면서 "그러나 혼란의 근원은 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에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우리의 준거가 여전히 이전 시대에 고착돼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금년 한국경제는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반도체·AI 분야의 기업실적 폭발이 교역조건을 개선하고 수출단가를 끌어올리면서 기업이익, 임금, 자산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형성됐다"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세수가 확충되며 국가부채비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경제 전반의 가격 체계가 한 단계 상향 조정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적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장기간 저성장·저물가에 익숙해진 한국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를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으로 정의하면서 한국경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제발 김 실장의 해석이 맞아 한국경제가 나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할 것이다.

필자는 사실 물가가 좀 높아도 좋으니, 김 실장이 설파하고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거론하기도 한 '명목 성장률 10%' 시대가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

■ 경기 좋아지면 고물가, 고금리는 당연한데...환율은 왜 이런가?

경기가 좋아진다거나 미-이란 전쟁과 같은 원유 공급 이슈가 있으면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서 수출도 역대급으로 잘 되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김 실장은 이 문제를 꽤 낙관적으로 이해했다.

그는 "현재의 원화 약세는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외화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올해 중 코스피가 70% 이상 급등하면서 외국인 보유 국내주식 평가액이 작년 말 1,300조원에서 최근 2,600조원으로 두 배가 됐다"면서 "이 막대한 평가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에서 올해 누적 110조원을 상회하는 전례없는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고, 그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올렸다"고 지적했다.

흔히 최근 주식시장 등에서 해석하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리밸런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그리고 이에 따른 달러/원 환율 상승 논리를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 실장은 또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적이다.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고환율 현상"이라고 설파했다.

지금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외화자금의 수급 흐름과 유동성 지표를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과거 달러/원 환율이 1,400원, 1,500원 등으로 뛸 때는 스왑 베이시스가 대폭 벌어지고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위기의 시그널'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엔 고환율임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알려주는 시그널들이 잠잠하다.

문재인 경제차관 3인방이...고금리·고물가·고환율을 도약 시그널로 보는 이유

현재 한국 경제정책 쌍두마차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구윤철 재경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기재부 차관을 지낸 인물들이다.

문재인 정부 기재부 차관을 지낸 또 한명의 인물은 집권 여당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다. 민주당의 경제통 안도걸 의원이다.

안도걸·김용범·구윤철 세 사람은 문재인 정부 기재부 차관 출신들로, 정부나 집권 여당의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안 의원은 김용범 실장이 또 한 번 비판을 받자 그를 방어하는 데 앞장섰다.

안도걸 의원은 26일 "김용범 정책실장의 ‘성공의 비용’ 발언에 대한 일부의 왜곡 공세는 지나치다"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자본시장이 커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외국인 자금 이동 규모와 환율의 변동폭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성장의 엔진을 키우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과 불균형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발언의 핵심이었다"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 등 문재인 정부 경제 차관 트리오들은 이제 정부, 여당의 핵심 브레인들이 돼 '이재명 정부의 성과'을 홍보하는 일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안 의원도 "올해 1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은 1.7%로 OECD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I, 반도체,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며 미래 성장 엔진이 다시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수출은 2,200억 달러를 기록했고 경상수지 흑자는 738억 달러로 사상 최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 성과라고 했다.

정부의 자랑 거리엔 주식이 빠질 수가 없다.

안 의원은 "코스피는 정부 출범 당시 2,500선 수준에서 출발해 불과 6개월 만에 5,000선을 돌파했고 지금은 8,000선을 넘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시가 총액 역시 2,500조 원 수준에서 7,000조원 이상의 규모로 급성장하며 세계 6위 수준으로 도약했다"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가치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세계가 다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적극 재정 정책, AI·반도체 중심의 성장 전략, 자본시장 구조 개혁, 주주 환원 확대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한 결과 경제가 살고 기업이 살고 있다고 했다.

기업이 살아야 세수가 늘고 늘어난 세수가 다시 국민과 미래 투자로 이어지는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엉뚱한 계엄으로 탄핵 당한 뒤 제발로 감옥에 들어간 윤석열이 이끌었던 정부는 지난 3년간 97조 5,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만을 남겼다고 혹평했다.

안 의원이 김용범 정책실장의 고환율·고금리·고물가를 보는 '신박한 논리'를 방어한 뒤 구윤철 장관도 그를 비호했다.

이날 구윤철 재경장관(경제부총리)도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서 먼저 했던' 발언을 복창했다.

구 부총리는 "거시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명목성장률 10%는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GDP는 커지고 세수가 더 들어온다"고 했다.

세수는 명목 GDP에 연동된다.

구 부총리 역시도 주가가 크게 오르다보니 환율이 절하되는 효과(주가 급등과 외국인 리밸런싱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가 있다고 했다.

■ 정책가들, 운을 실력으로 포장하지 말아야...양극화 심화시키면서 경제성과 자화자찬하는 건 자제해야

문재인 정부 시절 기재차관을 지내다가 이재명 정부 들어 장관급이나 집권 여당의 경제브레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3인방'의 얘기를 듣다보면 한국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사실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을 하던 시절 나라 빚이 600조원에서 무려 400조원이 더 늘어난 바 있다.

이들이 몇 년 사이에 '능력이 향상되서' 이재명 정부의 장관 등을 하니 경제정책을 낙관할 수 있는 것일까?

주변에선 '문재인 시대 경제차관'에서 '이재명 시대 장관, 여당 실력자'로 변신한 이들이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예컨대 경제가 좋은 것은 '반도체 붐' 때문이고 반도체 붐은 글로벌 AI 성장에 따른 '외부효과' 때문이라는 지적 등도 나오는 것이다. 운을 자신들의 실력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경기 위기 때나 보던 수준의 달러/원 환율, 빚쟁이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한층 높아진 대출 금리, 몇 년 전과 비교가 안 되는 높아진 물가 등을 보면서 정책실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망언'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마저 보였다.

안타깝지만 김 실장이 말한 '성공의 비용'은 잘 나가는 사람들에겐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평범한 한국 사람들이나 서민들에겐 매우 위협적인 도전이다.

최근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을 나눠줄 필요성, 힘든 사람에게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줄 필요성 등을 거론하면서 '약자 편 코스프레'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금리도 축복이다'라며 없는 사람들의 등을 죽비로 내려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메모리 직원들이 6억원 성과급 파티를 벌이는 반대 쪽에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를 살아내는 게 버거운 사람들도 있다.

코스피가 7천, 8천을 넘어 주식 부자가 속출한 데다 '정부의 수급 왜곡 정책 덕분에' 서울 집값이 폭등해 부자가 될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 쪽에선 '제대로 된 주식도, 제대로 된 서울 부동산도 없어' 인플레이션 헤지에 완전히 실패한 패배자(!)들도 많이 보인다.

필자의 지인인 증권사 직원 A씨는 "이 좋은 시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신 엉뚱한 주식에 투자해 투자 성과가 '똔똔'이다. 서울 집값이 폭등했지만 나는 집도 서울 외곽에 있어 인플레 헤지에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필자는 김용범 실장의 발언에도 꽤 진실이 들어 있다고 본다.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한국경제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 등을 보면, 이런 사실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가들이 해외요인에 의한 '행운'을 자신들의 실력으로 과대포장하거나, 수출 호조를 정책 덕분이라고 '과대선전'을 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김용범 실장의 '3고가 성장의 비용'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너무 불편하다.

♣ 참고자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성공의 비용>

요즘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이 혼란스럽다. 기업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수출은 넘쳐나는데, 금리는 오르고 환율은 불안하고 집값은 다시 들썩인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들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시장과 여론은 위기의 징후를 찾기에 바쁘다.

그러나 혼란의 근원은 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에 있다. 우리의 준거가 여전히 이전 시대에 고착돼 있기 때문이다.

금년 한국경제는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반도체·AI 분야의 기업실적 폭발이 교역조건을 개선하고 수출단가를 끌어올리면서 기업이익, 임금, 자산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세수가 확충되며 국가부채비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다. 경제 전반의 가격체계가 한 단계 상향 조정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적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장기간 저성장·저물가에 익숙해진 한국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중동전쟁발 물가상승과 주요 선진국의 재정불안이 가세하면서 고금리 환경이 한층 강화됐다.

결국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다.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인 셈이다.

혼란은 이 마찰음을 위기 신호로 오독할 때 생긴다.

환율이 대표적이다. 현재의 원화 약세는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외화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금년 중 코스피가 70% 이상 급등하면서 외국인 보유 국내주식 평가액이 작년 말 1,300조원에서 최근 2,600조원으로 두 배가 됐다. 이 막대한 평가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에서 금년 누적 110조원을 상회하는 전례없는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고, 그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올렸다. 반면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적이다.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이다. 지금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외화자금의 수급 흐름과 유동성 지표를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할 때다. 그렇다고 환율 상승을 수수방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은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다.

금리 흐름 역시 안이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 최근 금리 상승은 유가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적 전환 가능성, 성장률·물가 전망 상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해 성장 흐름도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금리 상승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경제 전반의 가격체계가 올라간 만큼 금리가 과거처럼 빠르게 안정되기 어려운 환경도 형성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금리 수준 자체보다 상승 속도와 변동성이다. 가계부채 부담이 큰 경제에서 급격한 금리 상승은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과 금융불안을 빠르게 키울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 압력을 무조건 억누르는 접근도, 반대로 고금리를 방치하는 접근도 모두 위험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금리가 경제 펀더멘털을 과도하게 앞서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충격이 취약부문에 집중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물가 또한 예사롭지 않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은 각국에서 에너지·식품·물류 전반에 걸쳐 비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급충격에서 비롯된 물가상승은 통화정책만으로 제어하기 어렵고 단기간에 해소되기도 어렵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수록 그 부담은 서민 생활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에너지 가격 안정조치, 담합 등 불공정 시장구조 개혁, 취약계층 바우처 지원, 비축물량 탄력 조정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물가 문제만큼은 시장 기능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다.

부동산은 정부가 가장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영역이다. 명목성장률 상승, 자산시장 동조화, 입주물량 급감이 삼중으로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다시 누적되고 있다. 자본이 고가 부동산으로 쏠릴 경우, 한국경제가 진입한 새로운 도약의 국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공급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으로의 자본 쏠림을 차단하는 구조적 수요관리 대책이 공급 정책과 함께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시장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움직여야 한다.

대외건전성에 대한 인식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순대외금융자산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자산가치가 내국인의 해외투자자산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이 외채 급증이나 경상수지 악화가 아니라 한국 증시의 성공적 도약에 있다는 점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원인이 긍정적이라고 해서 리스크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보유 국내자산이 전례 없는 규모로 팽창한 만큼, 향후 글로벌 환경 변화나 리밸런싱 과정에서 자금이 일시에 이동할 경우 외환·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외환보유액은 8년째 4천억달러대에 정체돼 있고, 원화 국제화로 자금이동의 속도와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순자산 규모나 환율 레벨보다 경상흑자의 지속성과 외화자금시장의 안정성을 핵심 관리지표로 삼는 한편, 외환보유액 확충과 유동성 안전판 구축을 새로운 정책 과제로 본격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외국인 자금 변동성에 대한 가장 구조적인 완충은 내국인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퇴직연금 활성화, 청년형 ISA 등 주식보유에 대한 정책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 단순한 자본시장 육성 차원을 넘어 대외건전성 관리의 핵심 수단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면 이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구시대의 문법으로 신시대를 해독하려 하면 보이는 것도 놓치고 대응도 어긋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안을 잠재우는 해설이 아니라 달라진 현실을 달라진 눈으로 직시하는 안목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