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5-22 (금)

(장태민 칼럼) 삼성전자 사태가 띄운 '주주 자본주의' 갈아엎기 시도

  • 입력 2026-05-22 14: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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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전날(22일)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가 수출로 번 초과이윤은 마땅히 ‘무역이득공유제’의 전면 재법제화나 ‘초과이윤세’의 형태로 강제 환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농은 "성과급 잔치 단 한 번에 31조 5천억 원을 쏟아붓는 자들이, 10년 동안 온 나라 농민을 위해 쓰겠다던 상생 기금에 일 년 몇백억 원 내는 것조차 아깝다고 외면했다"면서 "기업들이 농민들의 고혈(膏血)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의 산실인 참여연대는 20일 "사회적 책임을 위한 다양한 초과이윤 분배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노조의 성과급 요구, 주주의 주주환원 주장만 부각되고 있다면서 협력업체·하청노동자·청년고용 등 산업생태계 전반의 관점에서 배분의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공공 인프라·세제 지원·연구개발 투자 등 사회적 지원과도 밀접하게 연돼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직원이나 주주'만 성과를 나눠갖는 것을 옳지 않다고 한 것이다.

■ 참여연대 문제제기, 삼성전자 성과는 주주와 직원들만의 공인가..."협력업체, 국가 등과 나눠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반도체 초과이윤을 둘러싸고 회사·경영진, 주주·투자자, 직원·노동자, 협력업체, 국가·사회 등 5대 이해관계자 사이의 분배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당사자성(性)을 '5개 그룹'으로 나눴다.

또 메모리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이 파운드리 투자와 다른 사업부 지원에 활용되는 전사적 교차보조 구조를 가진 삼성전자에서 파운드리 투자와 주주환원, 직원 성과급은 동일한 현금 풀(FCF)을 놓고 경쟁하는 세 개의 청구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TSMC 추격을 위한 대규모 실물투자 확대와 높은 주주환원율,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동시에 가정한 현금흐름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 요구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장기 실물투자를 위해서는 주주 환원율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과는 엔지니어의 기술과 생산 노동자의 숙련, 협력업체 네트워크, 국가 지원과 설비투자가 결합된 집합적·사회적 과정의 산물이라고 했다.

따라서 성과의 과실 역시 회사 직원이나 주주만 가져가선 안 된다고 했다.

정 위원은 "초과이윤이 단기 주주환원보다 장기 실물투자와 산업 경쟁력 유지,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우선 활용돼야 한다"면서 EVA(경제적 부가가치) 체계 개편과 반도체 산업 생태계 기금 강제 출연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기업은 주주·투자자나 지배주주·경영진, 정규직 직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 사회의 5대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제도적 협약이 ‘사회적 제도’로서의 기업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부도 '주주 자본주의'와 거리 두길 원해

경영학 교과서에서 흔히 비교하는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사이에서 정부와 친정부 시민단체들은 일단 주주 자본주의와 선을 긋고 있다.

우선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국민배당금 제도를 제안했다.

AI 시대의 이윤은 한 쪽으로 쏠리는 속성이 있으며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김 실장은 따라서 사회 내부의 'K자형 격차'를 분배를 통해 완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던졌다.

아울러 최근 '삼성전자의 1분기 57.2조원 영업이익 사태' 이후 참여연대 등 상당수 친정부 성향 사회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단기 이윤과 주주 배당만을 극대화하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방식을 비판하고 반대했다.

■ 이번 참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도'?


한국사회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지향하고 사람들도 꽤 많다.

예컨대 최근 참여연대 주최 좌담회에서는 기업의 초과이윤을 미래 실물 투자에 50%, 주주·노동자·협력업체·국가 세수에 각각 10%씩 균형 있게 배분하는 모델이나 '반도체 산업 생태계 기금'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과거 참여연대는 '소액주주 운동'의 메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연이 깊은 곳이다. 당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려대 교수로 재직할 때 대기업 총수 일가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아무튼 당시 참여연대의 활동은 주주자본주의 자체를 무조건 반대한 것이 아니라, '지배주주(재벌)의 전횡을 막고 투명한 시장 경제를 확립'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주주 자본주의' 자체가 틀렸다는 주장도 꽤 많이 나온다.

이번에 성명을 낸 전농과 같은 급진적인 단체는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면서 '농업의 공공성'을 주장한다. 과거 한미 FTA 체결 때 거대한 반대 운동을 펼친 바 있다.

■ 안철수 "국민배당,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은 공산주의로 갈 위험성"

하지만 국민배당금이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경영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려 한국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히 많다.

이런 우려는 주로 기업을 경영해본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

의사, 기업 경영자, 백신 개발자, 교수 등을 역임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 의원은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AI 초과이윤 국민배당금' 구상을 두고 최근 "배당 받고 싶으면 주식을 사면 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컨트롤 타워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이윤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안했지만, 배당수익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주주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의 수익을 국가가 나눈다는 건 공산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정부가 기업 이익을 대신 나눠주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개탄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자한 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위험도 함께 감수하며 투자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맞아 기업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부가 이제 와서 '기업의 초과이윤을 전 국민과 나누자'고 말한다면 결국 책임과 보상, 노력과 공정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무 위험도 부담하지 않은 채 기업이 잘 될 때 성과만 함께 나누자고 한다면, 결국 무임승차에 대한 정당화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프리라이더'를 조장하는 '국민배당금'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발상을 할 때가 아니라 더 많은 국민이 자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2, 제3의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키워내는 산업정책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했다.

■ 미국 주주 자본주의가 유럽 이겨...한국은 '망한 유럽 모델' 시도하고 싶어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잔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잡아 먹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에 노조가 추가적인 성과급을 요구하는 만큼 향후 기업이 손실을 내면 그들이 '손해 배상'을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물론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무튼 한 쪽만 열려 있는 구조는 정당하지 못하다.

많은 기업가들은 노동자가 호경기에 추가적인 성과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선, 향후 적자가 나거나 경기가 안 좋을 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권한 등을 기업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2000년 뉴 밀레니엄 이후 미국의 주주자본주의와 유럽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체제 전쟁'을 해서 미국이 압승을 거둔 게 눈에 안 보이느냐는 개탄도 보였다.

예컨대 금융위기 전인 2008년엔 유럽연합(EU)의 명목 GDP가 약 16조 달러로 미국의 14~15조 달러보다 오히려 컸지만, 지금은 미국의 명목 GDP가 31조달러, EU가 21조달러 수준으로 대폭 역전돼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이다.

혁신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라는 사실에서 미국의 승리를 엿볼 수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등은 미국 주주 자본주의의 유럽에 대한 승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에서는 최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조한 결과 자산들의 경제가 '혁신성을 잃는 부작용을 나타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한국 정부의 'K-자본주의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려는 노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중 패권다툼 등 극심한 첨단산업 경쟁 한복판에서 한국의 경제정책가들은 한가하게 '성리학'이나 논하고 있다는 우려들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주주 자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최태원이 영업이익의 10%를 노조에 배분해주겠다면서 똥볼을 찬 뒤, 최근 삼성전자 사태에서도 노조가 승리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지금 노란봉투법 등 경영을 위축시키는 법안을 구축해 놓은 뒤 이익의 사회적 배분이라는 '도덕'마저 띄워 기업과 주주들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이 때 정책가들은 대체 자국기업을 억압해서 뭘 얻고 싶은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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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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