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2시3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알려진' 대내외 악재에도 금리 이상 급등...채권자경단 나섰다는 평가도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금리가 15일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금리 상승, 환율 불안, 서울 아파트 급등 등 대내외 악재들의 압박에 금리가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시장 일각에선 이번 금리 급등과 관련해 '정책에 대한 경고'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금은 채권시장이 늘어난 채권 발행 물량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재정만 외치고 있으니 시장 심리가 더욱 불편하다.
일부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긴축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선동성(?) 주장을 펼친 뒤 채권 자경단이 나선 것이란 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은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 부채 증가,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에 반대해 국채를 대량 매도함으로써 채권 금리를 끌어올려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투자자들을 뜻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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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에 가격 메리트 '안 먹혀'...오늘 금리 급등 이해 불가라는 지적들도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작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5%에 밀착했다.
일본에선 30년물 금리가 어제와 오늘 '4%'를 향해 돌진했다.
최근 미국 물가지표들은 인플레 압력이 커졌음을 상기시켰으며, 일본의 일부 통화정책 위원은 빨리 정책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채권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수차례 반영했지만 일단 해외 금리가 더 오르는 모습이 많이 불편하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해외 금리가 밀리니까 국내 금리도 속절 없이 밀린다"면서 "하지만 오늘 금리가 왜 이렇게 급등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B 중개인도 "그냥 금리가 오르는 추세인 것인가 하고 있다. 미국 금리도 오르고 다른 나라도 다 금리가 오르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투자자들은 국내 채권가격이 싸졌다는 것 외에 비빌 언덕을 찾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내외 악재 속에 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여러 례 반영했으니, 금리 메리트에 기대 버티려고 하다가 무너진 것이란 평가들도 보였다.
■ 한국 채권 수급 어렵다...채권자경단, '확장재정 무조건 옳다'는 정부 주장 질타하기도
시장 일각에선 한국 채권 수급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확장 재정, 돈 풀기만 너무 강조하다 보니 채권 자경단이 칼을 빼들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C 증권사 채권딜러는 "일단 지금 채권 수급이 만만치 않다. 50년 입찰 부담이 있었는데, 월요일이 더 문제"라며 "당장은 다음주 10년 입찰이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며 "정부가 재정이 건전하다고 주장하면서 확장 재정만 외치고 있는 것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채권 자경단이 정부의 '재정 낙관론'에 맞서는 형국이란 평가도 보인다.
D 증권사 딜러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가 좋다고 하지만 '긴축재정이 포퓰리즘'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니 채권시장에 자경단이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그리고 채권자경단엔 외국인도 단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파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일각에선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재정건전성이 문제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없는데, 왜 달러/원은 틈만 나면 1,500원으로 뛰려고 하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이 딜러도 "자꾸 정부 정책이 원화를 무력화 시키는 방향(환율 상승 압력)으로 나가니 채권시장도 안정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에 따른 엄청난 세수 등을 잘 활용하면 금융시장도 다독이고 건전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데 왜 들어온 세금보다 더 쓸 궁리만 하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초과세수가 들어왔을 때 이를 빚을 갚는데 먼저 쓰겠다고 하면, 채권시장도 기뻐하면서 금리를 낮추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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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정책당국에 기대할 것 별로 없다는 평가도
채권시장은 현재 각종 악재에 휩싸여 있다.
금리 레벨 메리트, 즉 '악재를 많이 반영했다'는 것 외엔 호재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는 지적들도 많다.
오늘은 당장 해외 금리 상승과 원화 가치 추락(환율 1500원 수준)에 따른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와 물가, 부동산 등 주변 환경도 모두 불리하다.
채권시장의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 데다 딱히 당국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E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채권은 지금 사면초가 상태다. 악재만 있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면서 "수급상으로 채권을 받치는 세력이 전무하다 보니 밀리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도 좋고 글로벌 금리도 같이 오르고 있으며, 정책당국에 기댈 만한 것도 없다. 가격이 싸졌다는 것 밖에 없어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F 매니저는 "통화정책과 수급 모두에서 채권을 당장 매수 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금리 수준에 상관없이 관성적으로 밀리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의지가 그나마 금리 상단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연초까지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당국의 개입 효과에 대해서도 별로 기대할 만한 게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5월 금통위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금리 오버슈팅 부분에 대한 되돌림 시도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당장 급할 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