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5-04 (월)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연준 정책 가이던스 무력화…전쟁·인플레에 ‘방향 상실’

  • 입력 2026-05-04 07:11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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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례 없는 내부 균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투표권을 보유한 위원 12명 중 4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이견이 한 번의 표결에서 표출됐다.

표면적 쟁점은 정책 결정문에 담긴 단 두 단어, '추가 조정(additional adjustments)'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동 전쟁, 에너지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재가속이라는 복합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연준은 2024년 9월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이후 줄곧 정책 결정문에 "기준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고려하겠다"는 표현을 유지해왔다. 시장은 이 문구를 사실상 인하 기조 지속의 신호로 받아들여왔고, 연준도 그 해석을 묵인해온 셈이었다.

세 차례 인하 이후 이번까지 세 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이 표현을 고집한 것은, 인하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일시 중단'된 것임을 시장에 전달하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 환경이 그 같은 일방향 신호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성명을 내고 "FOMC는 다음번 금리 변화가 인하일 수도, 인상일 수도 있다는 양방향 정책 신호를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방향을 예단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이 시점에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베스 해맥 총재도 같은 맥락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며 "이 선제 안내는 인하 사이클의 종료가 아닌 일시적 중단을 시사하기 위해 포함된 것인데, 현재 전망을 고려할 때 이처럼 명확한 완화 편향은 더는 적절하지 않다"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리 로건 총재도 이 두 사람과 함께 완화 편향 문구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 의견의 배경에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짙게 깔려 있다. 이란 전쟁과 그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약 20%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CBS 인터뷰에서 "해협이 지금 당장 재개통되더라도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충격의 장기화를 경고했다. 그는 지역 기업인들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해맥 총재 역시 "유가 상승이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연준의 정책 판단을 두 방향으로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 인상의 근거를 강화하는 한편,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 압력을 키우는 방향으로도 작용한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를 두고 "인플레이션 충격이 커질수록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는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나아가 노동시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즉 금리 인상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인하 가능성만 열어두었던 기존 기조에서 사실상 이탈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분열이 단순한 의견 충돌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반대표의 방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카시카리, 해맥, 로건 세 총재는 완화 문구 자체를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반대 방향에서 즉각적인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촉구하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인하, 동결, 완화 문구 반대가 하나의 표결에 뒤섞인 이 구도는,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동결·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살아있음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실제 물가 지표는 완화 편향을 경계하는 측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3월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3.2%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3.5% 상승하며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해맥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광범위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방 위험과 성장·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공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목표치에서 멀어지는 물가와 둔화 조짐의 성장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애매한 균형을 취하고 있다. 그는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완화 편향' 문구의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특정 시점에서 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그 변화는 이르면 다음번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현재 기조를 변경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지만, 구체적인 시점이나 방향성은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 방어 사이에서 연준 다수파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준의 이 같은 혼선은 글로벌 통화정책 전반에 연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가 현행 0.75%인 정책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인 1.5%까지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금리 정상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미 달러당 160엔을 넘은 엔화 약세에 대해 "지나치다"며 130엔 수준이 적정하다고 진단한 그의 발언은, 연준이 인하를 미루는 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일본의 금리 인상 압력도 커진다는 구조를 명확히 한다.

한국은행 역시 연준의 방향성 불명확으로 인해 독자적인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원화 약세 방어와 내수 부양이라는 상충하는 두 과제 사이에서 정책적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시선은 6월 FOMC로 집중되고 있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워크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왔고, 카시카리 총재는 이를 "충분히 가치 있는 일"로 평가했다.

흥국증권 김진성 연구원은 "시장은 이번 FOMC를 매파적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가변적인 국제 정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경제 상황에서 워시가 이끄는 FOMC의 첫걸음인 6월 회의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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