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20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창용 한은 총재 '통화정책 한계' 거론하면서 4년 임기 마무리

  • 입력 2026-04-20 11:4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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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월 10일 금통위 기자회견 당시의 이창용 총재, 출처 : 한은

사진: 4월 10일 금통위 기자회견 당시의 이창용 총재, 출처 :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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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오늘로 끝이 난다.

2022년 4월 21일부터 시작한 4년간의 임기가 20일로 마무리된다.

이 총재가 이임사에서 거론한 핵심 메시지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한계'였다.

통화정책 수장은 더욱 어려워진 한국 경제의 숙제를 통화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업무를 손에서 놓았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4년 해보니, 통화정책 한계 느꼈던 이창용 총재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와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손꼽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4년 임기 뒤 느낀 소회는 통화정책의 한계였다.

이 총재는 "지난 4년 여러 위기 상황을 관리하면서 제가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지만 주변에서 한은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 괴리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됐다"면서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를 통해 환율을 관리하는 일도 더욱 힘들어졌으며, 부작용까지 감안하면 정책적으로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총재는 또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또한 통화·재정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산업 구조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경기 및 외환시장 상황이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나, 이는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그로 인한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4년 전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말을 했던 이유는 통화정책을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총재는 그러면서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 총재가 꼽는 '잘한 일'

이 총재는 자신이 4년간 한은 총재로 재임하면서 잘한 일 '첫 번째'로 인플레이션을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먼저 안정시킨 일을 꼽았다.

이 총재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이 적극 도입한 '포워드 가이던스'나 '한국형 점도표'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보였다.

이런 개혁은 중앙은행의 소통 강화의 일환이다. 이창용 시대의 한은은 또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으로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개선했고, 스무 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문 역할을 강화했다"면서 자평했다.

일각에선 한은의 더욱 다양해진 보고서에 대해 '오지랖'이라는 비판도 했지만, 총재는 각종 보고서를 통해 좀더 '시끄러운 한은'이 된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총재는 또 지난 20여 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로 꼽았다.

이 총재는 취임 초기부터 가계부채가 이미 우리 경제의 소비와 성장을 가로막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부채 비율 하향을 위해 노력했다.

총재 취임 당시 가계부채 비율은 99~100% 수준에서 현재는 88%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은이 부채 관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정책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이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처음으로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게 된 것 또한 의미있는 성과로 꼽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창용 총재는 이주열 전 총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각종 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화법 역시 전직 총재들과 다르게 직설적이었다"면서 "이에 따라 각종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소통 강화 차원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일 자체는 매파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창용 총재의 물가, 가계부채, 부동산 등을 강조하는 태도는 그를 매파 총재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다만 물가와 금융안정이란 한은의 존재 이유를 감안할 때 그 누구라도 지난 4년간 매파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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