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5-01 (금)

(상보) 이창용 “통화정책, 불확실성 큰 만큼 신중한 접근 유지”

  • 입력 2026-04-20 10:29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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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중동 정세 불안과 구조적 경제 변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신중한 운용 필요성을 강조하며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이임사를 통해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격화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며, 정책 대응 역시 속도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지는 흐름 속에서 물가 경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주말 사이 미국의 이란 선박 나포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방향성을 탐색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는 급락 이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환율과 금리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통화정책의 역할과 한계도 함께 짚었다. 그는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제구조 변화로 정책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지만 정책당국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도 강조했다. 과거 외국인 자금 흐름에 크게 좌우되던 시장이 이제는 국내 기업과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환율 결정 요인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과거처럼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 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저출생·저성장 문제와 같은 구조적 과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정책 대응을 넘어 노동과 교육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경기 회복 흐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산업 편중과 양극화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 4년간의 성과로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대응 능력을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주요국 대비 빠르게 2%대 수준으로 되돌렸고,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가계부채 비율을 하락세로 전환시킨 점도 의미 있는 성과로 제시했다.

아울러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을 맡는 등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점도 주요 성과로 언급했다.

다만 그는 “중동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밝히며, 남아 있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당분간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대외 변수와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가운데 유가와 글로벌 금리 흐름 역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채권딜러는 “유가와 환율이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 경로 기대도 일부 조정되고 있다”며 “당분간은 정책 기대보다 외부 변수에 더 민감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구간”이라며 “결국 데이터와 대외 변수 확인 이후 점진적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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