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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창용 이임사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 안정과 성장 이뤄내기 점점 어려워져"

  • 입력 2026-04-20 10:0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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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4년 전의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작별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은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취임 직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됨에 따라
역사상 처음인 두 차례의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연이어 촉발된 부동산 금융 불안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의 영향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던 와중에,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여 경제가
역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 정치가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급변하고 중동전쟁으로 인해 환율까지 크게 높아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충격들로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시험대 위에 올랐고, 여러분의
헌신과 도움이 없었다면 위기를 관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보람 있는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으로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개선했고, 스무 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문 역할을
강화하였습니다.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게 된 것, 지난 20여 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전임 총재님 덕분에 새 건물에 입주하여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국내외
행사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축복이었습니다. 가끔씩 마주친 어린이집

아이들의 밝은 얼굴도 앞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연말 기부행사
참여율이 60%대에서 시작해 80%라는 믿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게 해 준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제 임기 중 추진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여러분이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기에, 신임 총재님과 함께 외환·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것을 믿습니다.
지난 4년 여러 위기 상황을 관리하면서 제가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또한
통화·재정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 구조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경기 및 외환시장 상황이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그로 인한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저는 4년 전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같습니다.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국은행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이제 마무리를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먼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았던 시기마다 깊은 논의로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한국형 점도표 공개,
소버린 AI 구축과 같은 새로운 시도 역시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습니다.
부총재, 부총재보, 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한 집행간부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다른 생각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신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정책 판단을 뒷받침해 준 직원 여러분, ‘시끄러운 한은’을 함께 만들어 준
연구자 여러분,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밤낮없이 대응하고, 금융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한국은행의 메시지를 국민과 시장에 전달하는 데 노력해
주신 임직원 여러분과 출입기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묵묵히 조직 운영을 맡아 준 경영관리 부서, 지역과 해외 현장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직을 지탱해 온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일정을 조율하고 정책을 보좌하며, 제 건강까지 세심하게
챙겨 준 비서실 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덕분에 숨 가쁜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한국은행 은행가는 “국민의 믿음으로”라는 구절로 시작합니다. 저는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은 여러분의 뛰어난 실력을 확인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곁에서
걱정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중요한 순간마다 중심을 잡아 주고, 하나님을
만나게 해 준 아내, 그리고 묵묵히 응원해 준 두 딸과 아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를 떠납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보낸
시간은 제게 보람이자 무엇보다 큰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4월 20일
총재 이 창 용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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