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지난주 국민경제자문회의 회의 모습

(장태민 칼럼) 아부꾼과 내시의 위험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적 인기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대통령 주변에 간신들이 많아 걱정스럽다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필자도 최고권력자 주변에 칭찬이나 아부만 하는 사람만 있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보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극찬'하는 것을 보고 약간 어지러웠다.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문위원이라는 사람들이 마치 성군(聖君)을 대하듯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어떤 정권이든 쓴소리 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그 나라 경제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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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대통령 옆엔 아부꾼들 모여든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30%대에 불과한 가운데 한국 대통령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변엔 대통령을 '능력'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 역시 대통령의 정책 덕분에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식의 평가를 내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주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극찬하는 것을 보고 좀 어이가 없었다.
냉정해야 할 경제정책 자문에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과 칭송, 엉뚱한 조언'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을 보고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원승연 국민경제자문위원(명지대 교수)은 "대통령은 주식투자 무림의 고수"라고 한껏 치켜세우더니 "주가가 오르면 유상증자를 공시하는 행위들을 막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선 자신에 대한 칭찬에 머쓱한지 "예전에 저도 많이 잃었다"고 답했다.
필자의 눈엔 원 위원의 '주가가 오를 때 유상증자를 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단편적이고 포퓰리즘적으로 보였다.
주가가 오를 때 갑자기 유상증자가 발표되면 주가는 급락하곤 한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이같은 공시에 많이 당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주가가 높을 때 증자를 해야 적은 주식 수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할 때 자금을 확보해 설비투자 등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경제자문위원이 대통령을 '주식 고수'라고 칭하고, '개인투자자에 대한 충정으로' 주가 오를 때 증자를 금지하자는 등을 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험 징후를 느꼈다.
■ 국민경제자문위원 된 인기 유튜버의 아부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선 '대통령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나와 많은 아부를 했다.
회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면구스러울 정도의 장면이 꽤 많았다. 특히 유명인들이 대통령을 한껏 비행기 태우는 모습은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경제와 투자 전문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잘 활용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의 김동환씨도 국민경제 자문위원 자리를 꿰찬 뒤 대통령 칭송에 열을 올렸다.
김동환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는 "대통령이 집권 전 약속한 공약을 100% 다 이행했다. 저뿐만 아니라 1500만 투자자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대통령이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것에서 나아가 '1500만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극단적인 아부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김씨는 "증권시장이 열린 이래로 이렇게 큰 대전환은 없었다. 업계(증권업) 선배를 만나면 이렇게 좋은 시장을 놓고 은퇴를 했느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 덕분에 주식시장이 활황이라는 점,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김씨는 또 "정부가 한달 넘는 (미-이란 전쟁) 기간 동안 굉장히 주도면밀하게 외환, 금융시장에 대응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민들의 한국 주식에 대한 신뢰도가 늘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을 많이 사고 있는 것도 대통령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 최근 외국인이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35조원 팔았으나 개인들이 샀다. 우리 국민들이 우량주식을 많이 샀다. 삼성전자의 1분기 57조원 영업이익 꿈인가, 생시인가 한다"면서 "개인들의 삼성전자·하이닉스 매수는 정부가 보여준 증권시장에 대한 애정과 노력에 투자자들의 신뢰가 결합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 주가 급등엔 정부의 공 있다...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코스피가 5천을 뛰어넘는 데엔 정부의 공 역시 적지 않았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며,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추진해 주주 환원율을 크게 높였으며, PBR 1을 밑돌던 한국주식이 재평가되는 데 힘을 썼다.
예컨대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으로 금융, 증권주 등이 크게 뛰었으며, 자사주 소각 및 중복 상장 금지 추진으로 지주사 주가도 많이 올랐다.
현금 보유력을 바탕으로 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이 부각되면서 자동차 업종 등의 주가가 뛰기도 했다.
다만 코스피가 5천을 넘어 6천으로 향한 데엔 반도체 업황 회복 영향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전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끄는 엔진이었다.
때 맞춰 나온 정부의 '주주친화적인 정책'은 주가가 더욱 잘 달릴 수 있도록 한 아우토반이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반도체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게 주가 급등의 가장 큰 동력이었으며, 정부는 주가 상승세 확대를 위해 제도를 개선했던 것이다.
반도체만 오르고 끝날 수도 있었던 장세에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은 소외됐던 금융, 지주사, 자동차 등으로 매수세가 확산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
주가 급등엔 반도체 사이클과 정부의 공 모두가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경제정책 자문'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 황송할 정도로 대통령 칭찬을 하니, 보기 민망했던 것이다.
권력자들은 '아부꾼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 한다.
지금은 이재명 정권의 초기다.
이재명 정부는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윤석열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상당수 경제정책 실패는 '아부꾼'들의 혓바닥에 놀아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 아부꾼, 비전문가에 휘둘리면 경제 시스템 위험해져...'윤석열의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아부꾼이나 비전문가에게 휘둘리면 국가 경제 시스템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은 보여주는 사례는 많이 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사례도 상당히 많다.
필자는 우선 윤석열 정부가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는 과정에선 '아부꾼들'에게 휘둘리면서 국민의 세금을 날리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윤 정부는 부산 엑스포 홍보하는 데만 최소 6천억원 이상을 날렸다.
윤석열 정부는 원팀 코리아의 외교로 반드시 부산 엑스포를 성사시킨다고 자신했다. 엑스포 개최지 발표 며칠 전까지도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총리 모두 '해볼만 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 이미 대부분 외신들은 사우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필자는 개최지 발표 전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대통령이 인터넷을 전혀 못하는 것 아닌가'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은 이미 한국이 진 것으로 아는데, 한국 정부만 희한하게 딴 소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보기관들은 무능한 데다 타락까지 하면서 기본적인 정보조차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아부꾼들의 말만 믿고 '할 수 있다'는 말만 대뇌였다. 그 덕분에 피같은 국민 세금 수천억원이 허공에 뿌려졌다.
R&D 예산삭감 사태는 세상 물정 모르는 대통령과 아부꾼들이 농간이 버무려져 일어난 참사였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도 R&D 예산을 15%나 깎자 과학기술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첨단 기술만이 한국 경제의 유일한 살 길인 상황에서 대통령은 '과학계 카르텔'을 바로 잡는다는 헛된 공명심에 사로잡혀 엉뚱한 일을 벌였던 것이다.
당시 R&D 예산 파동에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포닥 한국의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청년 연구자들이 연구를 포기하거나 아예 해외로 떠나는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수년간 진행되던 장기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면서, 그간 쌓아온 연구 성과가 사장되는 불상사가 초래되기도 했다. 대통령이 엉뚱한 사람들 말에 속아 미래 성장 동력을 깎아먹는 일에 앞장섰던 불행한 사건이었다.
의대 정원 파동 역시 아부꾼, 그리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성리학자들에게 휘둘린 결과였다.
아직도 왜 '2천명'이라는 수치가 나왔는지 미스터리인 가운데 대통령은 한국 의료시스템을 파괴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전문가인 현장 의사들이 2천명 증원에 반대한 데는 이유가 있었으나, 대통령도, 다수 국민도 그저 의사 멍석말이하는 놀이에만 심취했다.
그 덕분에 전세계가 부러워하던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상당히 망가져버렸다. 필자가 볼 때 미래가치까지 따지면 수십 조원으로도 부족한 어마어마한 국민의 돈도 낭비되고 말았다.
이 여파가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 알 수 없다.
최근 대구에서 벌어졌던 쌍둥이 임신부 응급실 뺑뺑이 사건은 의대 증원 파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 필수 의료 부족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병원들은 수용 거부 사유로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을 들었다.
이번 일은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상급 종합병원의 진료 역량이 급감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고위험 산모를 돌볼 전문 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 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까지 겹치며 병원들은 환자 수용을 기피했다.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 말 무시한 채 추진한 개혁'이라는 게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알아차리길 원했다.
의대 증원 2천명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필수·응급 의료 현장을 무너뜨려 이런 안타까운 일마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의료 시스템 파괴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피한' 국회의원 생활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상훈, 민주당 김윤 등은 한국 의료시스템 파괴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당시 병장 월급 200만원으로의 급격한 인상에도 반대했다. 급격히 사병 월급을 올리는 것은 한국 재정에 상당히 부담이 되며, 하사관 등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부를 수 있어 군대를 뒤흔들 수 있는일로 봤다.
결국 병장 월 수령액이 200만원을 넘어서면서, 세금과 식비를 공제하는 하사나 소위의 실수령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임금 역전'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직업군인들이 상당수가 군복을 벗었다. 병장 월급 200만 원 시대가 열린 뒤 군의 허리인 초급 간부들은 창군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이탈했다.
한국에 젊은 사람들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병장 급여 파동이 한국군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이밖에도 '전문가를 무시하고' 아부꾼에 휘둘리거나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기분에 심취해서 시행한 다른 많은 정책들이 국민들, 그리고 국가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입혔다.
■ 역대급 인기 누리는 대통령...아부꾼, 본인 기분 멀리하고 '전문가' 냉정한 평가 귀담아 들어야
설문조사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6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은 인기에 스스로 도취되선 안 될 것이다.
제대로된 권력자는 아부꾼과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을 경계할 줄 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쓴소리 하는 '진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세상에 아부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성비 최고의 기술'은 없다. 아부꾼을 멀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실 나를 칭찬하는 사람을 멀리하는 기술은 연마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권력자들이 남들의 칭찬을 많이 듣다보면 본인의 능력마저 과대평가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위험도 커진다.
필자는 지난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문위원'이라는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위기의 신호를 느꼈다.
조직 내에서 쓴소리 하는 사람을 멀리하고 내시들로만 정부나 내각을 운영하면 그 정부는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폐해는 오롯이 국민이 떠안게 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