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3 (월)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봉쇄 vs 봉쇄’ 충돌…세계경제 흔드는 호르무즈 리스크

  • 입력 2026-04-13 07:03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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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봉쇄 vs 봉쇄’ 충돌…세계경제 흔드는 호르무즈 리스크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지난 11~12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JD 밴스 부통령 주도)과 이란 간의 21시간 밤샘 마라톤 종전 협상은 결국 ‘노딜’로 끝났다.

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봉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사실상 해협을 둘러싼 통제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경제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충격으로 확산되고 있다.

협상 결렬→‘맞봉쇄’ 선언…해협, 군사·경제 충돌의 핵으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미·이란 고위급 협상은 핵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에서 끝내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은 즉각적인 해협 전면 개방과 핵 포기 보장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최종 합의 이전까지 현상 유지를 고수했다.

결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역봉쇄’를 선언했다.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고, 이란의 봉쇄 전략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란이 선박에 부과하는 통행료를 “갈취”로 규정하고, 이를 지불한 선박까지 공해상에서 차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긴장은 군사적 충돌 직전 단계로 치닫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며 “오판 시 죽음의 소용돌이”를 경고했다.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vs 봉쇄’의 이중 구조에 들어간 셈이다.

물류 마비 현실화…“하루 140척 → 10척” 공급망 붕괴

이미 해협의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지만, 현재 통항량은 전쟁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페르시아만 내부에는 약 900척의 선박이 묶여 있고, 기뢰 위협과 고액 통행료 요구까지 겹치며 선주들의 운항 회피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역봉쇄’까지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물류 차질을 넘어 특정 산유국의 수출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달리, 물리적 병목 + 군사적 통제 + 금융 제재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위기라는 점에서 충격의 질이 다르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두 번째 물가 파도 온다”

충격은 이미 실물 경제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3% 상승하며 다시 반등했고, 전월 대비 상승률은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한 달 만에 10% 넘게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의 대부분을 설명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률만 20%를 넘어서며 소비자 체감 물가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향후 1년 기대 물가는 4% 후반대로 치솟았고, 소비자심리지수는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쟁 공포와 에너지 가격 급등이 동시에 소비를 위축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1차 에너지 충격 이후, 임금·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되는 2차 파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며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달러 vs 실물’ 균열 확대…금·위안·암호화폐 부상

금융시장에서는 더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가치가 달러 자산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이미 위안화 결제, 비공식 금융망, 암호화폐 등을 활용해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미국이 해협 통제와 금융 제재를 동시에 강화할수록, 달러 시스템을 벗어나려는 유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역봉쇄’ 조치는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해상 물류 통제 + 금융 제재 + 관세 압박(전쟁 물자 공급국 50% 관세)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글로벌 교역 질서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협상 여지는 남아 있지만…” 시장은 이미 최악 대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결국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고, 이란 역시 외교적 해법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러나 핵 포기와 해협 통제라는 핵심 쟁점에서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문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이 받는 충격의 성격이 바뀐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유가 급등과 변동성 확대에 그쳤다면, 이제는 공급망 붕괴·물가 재상승·통화정책 경로 변화·달러 체제 균열까지 이어지는 ‘다층적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과 글로벌 금융 질서의 동시 재편을 촉발하는 사건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길이 막힌 지금, 세계 경제는 또 하나의 분기점 앞에 서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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