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된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으로 일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쪼개졌다.
기획예산처는 거대한 정부 예산과 한국 경제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획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 중요한 부서의 초대 장관을 '정치인' 박홍근 의원이 맡게 됐다.
박 의원은 1969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해 순천 효천고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인물로 민주당 원대대표(2022~2023년)를 역임한 중견(4선) 정치인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민주당 권력의 기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거쳤다.
■ 예산 다루는 자리의 부활...'전문 정치인'이 초대 장관
박홍근 의원이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이 된다고 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하기도 한다.
과거 기획예산처가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기획예산처가 존재했던 것이다.
다만 이번에 박홍근 의원이 '초대 장관'으로 불리는 이유는 2026년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을 통해 '새롭게 부설된' 기획예산처의 첫 번째 수장이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있었던 기획예산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통합됐다. 당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획재정부'가 됐던 것이다.
이후 18년 만에 다시 분리됐다. 그리고 박홍근 의원은 국가 예산과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중요 부서의 초대 장관이 되는 것이다(그가 이혜훈 전 의원처럼 낙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과거 기획예산처가 있었던 시절엔 경제 관료나 경제 전문가 등이 장관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선 초대 예산처장관 후보였던 KDI 출신이었던 이혜훈 전 의원이 낙마한 뒤 정치인이 장관이 되는 것이다.
■ 예산장관이 된 전대협 투사
박홍근 의원은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2년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권한대행을 맡아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젊은 시절 곱상한 외모와 다르게 상당히 강경한 인물이었다.
박 의원은 1991년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1994년 국가보안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따라 전날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의 학생 운동 전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초선 의원 선거 공보물에 해당 전과들을 '사면'받았다고 기재했으나, 실제로는 사면 기록이 없다"면서 허위사실 공표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 경제통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박홍근 후보가 학창시절 '양키고홈 운동'(미군 철수)을 주도했다면서 박 의원의 종북 성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박수영 의원이 '주사파 예산장관' 가능성을 우려하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1990년대 일을 끄집어내 색깔몰이를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박 후보를 방어했다.
아무튼 '예산 전문성이 없어 보이는 정치인 장관'이 전문성이 필요한 예산처, 그것도 신설되는 부서의 장을 맡는 게 온당하냐는 의구심들은 적지 않았다.
■ 초대 예산장관에 대한 전문성 논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측근 정치인을 예산장관 후보로 낙점했다.
전문성은 부족해 보이더라도 이혜훈 전 의원처럼 '도덕성 논란'을 심하게 일으키지는 않을 듯한 인물이었다.
박 의원이 '예산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결국 정부의 '확대 재정' 거수기 노릇만 할 것이란 우려들이 엿보였다.
하지만 박 의원에겐 예산을 처리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박 의원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활약했다. 단순 예결위 위원도 아니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예결위 간사를 지냈으며, 제21대 국회에서는 예결위원장을 역임하며 국가 예산 심의를 진두지휘했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으로서 기획예산처의 신설과 기능을 직접 설계했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이해도는 높다고 볼 수도 있다.
■ 박홍근 예산장관 후보..여당, "적합한 인사 호평" vs 야당, "경제 모르는 인물"
한정애 여당 정책위의장은 24일 "어제 박홍근 예산기획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 의원들의 호평 속에서 끝났다"고 주장했다.
한 의장은 "빨리 경과보고서를 채택해서 추경안 마련에 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속도감 있는 추경으로 민생 지원의 골든타임을 반드시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한 의장은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에 직접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 보호, 산업 피해 완화, 공급망 안정,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채나 외환시장 영향 최소화 등을 위해 빨리 박 장관 후보에게 기회를 주자고 했다.
하지만 한정애 정책위의장의 주장과 달리 야당의 박홍근 후보자에 대한 평판은 좋지 않았다.
국민의힘 경제통인 박수영 의원은 우선 "박 후보자는 1992년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 당시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투쟁,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해 법을 위반했다. 우리는 아직도 학생운동 시절과 같은 생각인지, 주적이 북한인지 수차례 되물었으나 박 후보는 끝내 답변을 ‘회피’했다"면서 종북주의자가 나라 곳간을 지키는 예산장관을 맡아선 안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의 박 후보의 전문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박 후보는 지속 가능한 적극 재정을 펼치겠다고 한다. 또 탑다운 예산과 국민참여 예산을 동시에 실현하겠다고 하는 등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박 후보가 특히 경제의 기본적인 흐름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성이 없다고 걱정했다.
박수영 의원은 "박홍근 후보는 추경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고유가와 물가 인상 위험을 추경으로 해소해야 된다는 전혀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놨다. 돈이 풀리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당연한 이치를 외면하고, 고물가에 절규하는 민생 경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또 초과 세수를 활용해서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하겠다고 했지만 불확실한 국제 정세로 하반기에 세수가 부족할 경우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아무튼 1999년 기획예산처가 탄생한 이래 최초의 '정치인 장관'을 맞아 평가들이 갈리고 있다.
■ '대통령과 한몸' 예산장관, 적극 재정에 무게 둘 듯
박홍근 후보는 전날 청문회에서 '적극 재정'의 필요성을 웅변했다.
박 후보는 "지속 가능한 적극재정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엔 적극 재정투자가 불가피하다"면서 확장 재정을 옹호했다.
초혁신 경제를 위한 성장 동력이 꺼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장 이번 추경과 관련해선 3가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예산장관 후보는 "25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은 3가지 방향에 중점을 둔다"면서 "우선 고유가·물류 부담 완화가 필요하며 민생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세번째로 피해산업 지원 등에도 기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지역균형발전'에 있어서 예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후보는 "내년 예산 편성 지침에 지방 우대 사항을 반영하겠다"면서 "단순히 시범 사업에 그치지 않는 행정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알렸다.
그는 "균형성장을 위해 과감한 투자·지원이 필요하다. 예타도 지방우대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예타시 경제성 -5%, 지역균형 +5%로 설계한 것도 이런 차원"이라고 했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예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후보는 "지금은 '쉬었음' 청년이 40만명을 상회한다. 경제 악화에 따른 청년 일자리 문제를 추경에도 반영해야 한다. 향후 예산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할 필요도 크다"고 했다.
아무튼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홍근 장관'은 대통령의 적극 재정을 적극 뒷받침할 인물로 보인다.
■ 초대 예산장관, '큰 정부' 지속에 힘 실어...일각에선 매우 불안한 시선으로 보기도
박 후보는 "추경은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선제적 대응을 통해 경기 하락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예산을 짤 때 특별히 중점을 둘 부분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예산 편성 시 △ 대한민국 AI 대전환, △ 인구구조 변화, △ 지방 소멸, △ 양극화 심화 현상 등을 감안해 재원을 마련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24일) 정부 국무회의는 내년 예산안 편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홍근 장관 후보가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임기근 차관은 적극 재정 필요성을 웅변했다.
임 차관은 2027년 예산 편성 방향과 관련해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해 충분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진정한 국민주권 예산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관은 "내년엔 적극재정을 통해 국정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것이며, 적극 재정 기조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첨단산업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투자, 문화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지방주도 성장으로 대전환하고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 예산처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신설 예산처가 제시하는 방향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극 재정의 효과다. 적극 재정이 성과를 거둬 경제의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재정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는 적극 재정을 통해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변에선 돈만 낭비해 결국 국가 재정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큰 정부 정책'이 불안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냉정하게 말해 이 정부 예산정책을 보면 '돈이 안 되는 곳'에 세금을 더 쓰겠다는 것입니다. 핵심 거점에 몰빵하지 않는 단순 지역균형정책은 돈 낭비가 뻔합니다. 또 예타 같은 것을 느슨히 해 세금을 적극적으로 낭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전문성 없는 예산장관(박홍근), 딸랑딸랑 예산차관(임기근) 모두 한국 경제에 부담만 지울 독(毒)과 같은 인물들입니다. 1년 후, 2년 후 결과를 보시지요."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