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3-19 (목)

(장태민 칼럼) 베네수엘라 야구와 세계에서 가장 인기좋은 3류 야구

  • 입력 2026-03-19 13:5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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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베네수엘라 팀의 WBC 우승 직후 모습, 출처: ESPN

사진: 베네수엘라 팀의 WBC 우승 직후 모습, 출처: ES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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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제6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베네수엘라가 우승했다.

베네수엘라는 국내시간으로 전날(18일) 오전에 열린 결승전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베네수엘라는 8강에서 일본, 4강에서 이번 대회 돌풍의 팀 이탈리아, 그리고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베네수엘라는 1라운드에서 도미카공화국에 지기도 했지만 6승 1패의 성적으로 역대 4번째 우승국이 됐다.

WBC에선 일본이 3회, 미국·도미니카·베네수엘라가 각각 1번씩 우승했다.

한국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뒤 오랜만에 8강에 진출했으나 도미니카를 만나 처참하게 무너졌다.

■ 베네수엘라 야구팀, 마두로 잡아간 트럼프에게 복수?

도미니카처럼 베네수엘라에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이번 대회에선 2023년 내셔널리그 MVP에 빛나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Ronald Acuña Jr)가 팀 타선을 이끌었으며, 작년 메이저리그 전체(내셔널리그+아메리칸리그) 홈런 5위에 오른 에우헤니오 수아레스(Eugenio Suárez)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로 2년 연속 '20-20 클럽'에 빛나는 날다람쥐 잭슨 추리오(Jackson Chourio)의 패기도 돋보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8번째로 300홈런을 달성한 리그 대표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Salvador Pérez)가 팀을 지도·편달하면서 사기를 책임졌다.

살바도르 페레스는 "3천만 국민을 등에 업고 뛰는 기분"이라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투수진에선 올해 사카고 컵스 마무리를 맡는 다니엘 팔렌시아(Daniel Palencia)가 압도적인 파워를 보여줬다. 팔렌시아는 5경기 5이닝 무안타 무실점, 9탈삼진, 3세이브를 기록했다.

8강에서 만난 일본도, 결승에서 만난 미국도 팔렌시아가 9회에 마운드로 올라온 순간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팔렌시아는 미국과의 결승전 9회말 마지막 타자인 로만 앤서니(Roman Anthony)를 100마일(161km) 공으로 삼진 잡으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WBC 대회 첫 우승이 확정되자 '야구의 나라' 베네수엘라는 국가적 광분 상태에 빠졌다.

베네수엘라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 임시 대통령은 결승전 다음 날인 오늘(현지시간 18일)을 '국가 기쁨의 날'로 정한 뒤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다.

감정이 격한 중남미 선수들 답게 페레스는 "이 승리는 베네수엘라 모든 국민의 것"이라고 했고, 아쿠냐 주니어는 울면서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야구 져서 배 아픈 트럼프..."미국 주(state)로 들어오라"

연초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잡아와 감금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WBC 결과에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고 WBC에서 우승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주 승격!!!"(STATEHOOD!!!)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트럼프는 사실 베네수엘라가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를 꺾었을 때도 "요즘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마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주 승격, #51, 어때?"(Great things happening in Venezuela lately. Wonder what the magic is. STATEHOOD, #51, maybe?)라고 적은 바 있다.

트럼프는 자국(미국)이 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에 지자 약이 오른 듯한 글을 올려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일부에선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고 WBC에서 첫 우승을 하자 "야구 선수들이 멋지게 마두로의 복수를 해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아이돌이 된 한국의 '가짜' 프로야구 선수들

이번 WBC도 미국,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세계 야구 강국과 한국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려줬다.

최근 4번의 WBC 대회는 모두 쇠락한 한국 야구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3개 대회, 즉 17년 만에 8강에 진출했지만, 한국 야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

이번에 한국 야구가 1라운드에서 대만, 호주와 2승2패 동률을 이뤄 극적으로 8강에 진입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한다.

대회 전 '야구의 장인'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는 과거 국가대항전에서 한국과 일본이 라이벌 게임을 하던 때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은 에이스 투수(야마모토 요시노무)를 한국이 아닌 대만전에 투입시키면서 '오랜기간 국제대회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야구를 지원했다!

하지만 일본의 지원(?)과 엄청난 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8강에서 맥 없이 탈락하고 말았다.

한국은 8강에서 도미니카를 맞아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한국 타자들은 필라델피아 필리스 에이스 투수 크리스토퍼 산체스(Cristopher Sánchez)를 맞아 주눅이 들어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산체스는 2025 시즌 내서널리그에서 13승 5패를 기록하며 사이영상 투표 2위를 기록했다.

산체스는 한국의 무기력한 타자들을 맞아 단 63개의 공으로 5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았다. 뒤 이어 나온 알버트 아브레이유(Albert Abreu)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던져 10-0 콜드게임을 완승했다.

극적인 8강 진출에 흥분했던 한국의 야구팬들은 도미니카의 '참교육'에 한국 야구의 현실을 알아차렸다.

■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좋은 '삼류 야구'

한국 야구는 2010년대부터 세계 야구의 조류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150km를 넘어가는 시대에 한국은 '아리랑볼' 야구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 야구가 '구속 혁명'을 일으키면서 변화하는 데 한국만 변하지 않는 것은 퇴보를 의미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투수진의 평균 구속은 대회 참가국 중 '무려' 18위에 머물렀다.

국제 무대에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투수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공도 느린 데다 제구도 좋지 않으니 경쟁이 될 리가 없었다.

빠른 공 투수가 없으니 좋은 타자가 생길 리도 없었다.

한국 야구는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한지 오래 됐으며, 철저히 세계 야구의 변화를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야구는 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인들은 너무나 관대하고, 너무나 야구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프로야구 관중은 1천만명을 넘어 그 인기는 다른 모든 스포츠를 합친 것보다 많아 보인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면 연봉 5천도 받기 힘든 선수들이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해피하게 살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실력도 없는데 태도마저 걸러 먹은 한국 야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기간 선수로 뛰다가 KBO 리그로 온 추신수는 과거 한국 야구 선수들의 '여유로움'을 비판한 바 있다.

추신수는 미국 선수들은 당장 집으로 갈 수 있어 '내일이 없는 위기감 속에 산다'고 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오늘 나의 자리가 내일은 없을 수 있다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야구의 느슨한 분위기, 경기 끝나고 한 잔 해도 내 자리가 보전되는 분위기 속에 야구 경쟁력이 다시 생길 리가 없다.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문을 연 박찬호는 한국 야구 선수들의 '꼴같지 않은 스타 의식'을 꾸짖기도 했다.

박찬호는 "한국 선수들이 국내에서의 인기에 안주해 세계 무대와의 격차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아무리 야구를 못해도 국내 팬들의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니, 선수들은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2006년 WBC 1회 대회에서 4강에 들었고 2009년 2회 대회 때는 일본과 여러 차례 맞짱을 뜨면서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이 독이 된 뒤 2010년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특히 도무지 야구 외에 다른 스포츠를 잘 보러 가지 않는 한국인들의 '이상한' 성격 덕분에 한국 야구 선수들의 버릇이 매우 나빠져 있다.

한국 야구는 지금이라도 우물안 리그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쟁 촉진, 과학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 구축 등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진짜 야구를 생각하는 야구 팬이라면, 지금 한국 선수들이 보이는 못된 버릇도 그냥 둬선 안 될 것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야구하면 연봉 5천도 못 받을 선수들이 술·담배를 즐기면서도 수억원을 받아 챙기는 이 시스템과 구조, 뭔가 많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2026년 WBC 결과, 출처: MLB

2026년 WBC 결과, 출처: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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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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