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9일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약세로 출발할 듯하다.
미-이란 전황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가 '세 자릿수'로 뛰어 올랐다.
지난 금요일 뉴욕시장에서 WTI가 90불을 뛰어넘은 뒤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작용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미국에선 러시아 원유제재를 완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금융시장은 전쟁 전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전 7시 30분 현재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16%, 18% 가량 상승한 배럴당 107달러 전후 수준에서 거래됐다.
WTI는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 美금리, 유가 급등에 밀리다가 고용지표에 보합권 회귀...나스닥 1.6% 속락
미국채 시장은 6일 유가 급등에 크게 밀리다가, 예상을 대폭 밑돈 고용지표에 보합권으로 회귀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0.65bp 하락한 4.1295%,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80bp 상승한 4.764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65bp 하락한 3.5500%, 국채5년물은 0.45bp 내린 3.7255%를 나타냈다.
미국 채권시장이 유가 급등이란 악재를 고용 부진이란 호재로 상쇄했지만, 뉴욕 주식시장은 두 재료 모두로부터 타격을 입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53.19포인트(0.95%) 낮아진 47,501.55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90.69포인트(1.33%) 내린 6,740.02, 나스닥은 361.31포인트(1.59%) 하락한 22,387.68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9개가 약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2%, 소재주는 1.9%, 정보기술주는 1.8% 각각 내렸다. 반면 필수소비재주는 0.3%, 에너지주는 0.1%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미국 최대 메모리업체 마이크론이 6.7% 급락했다. 엔비디아와 AMD도 3% 및 3.5% 각각 하락했다. 은행주인 JP모간체이스는 1.4% 내렸다. 반면 실적 호조를 발표한 마벨테크놀로지스는 18.4% 급등했다.
달러가격은 6일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오르기도 했으나, 부진한 고용지표 발표 이후 점차 레벨을 낮췄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44% 낮아진 98.88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07% 높아진 1.1618달러, 파운드/달러는 0.34% 오른 1.340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17% 상승한 157.83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9% 내린 6.9052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29% 강세를 나타냈다.
■ WTI 90불 돌파 후 100불 돌파...'세 자릿수 유가 우려 현실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이 6일 12% 이상 상승해 배럴당 90달러 대로 올라섰다. 지난 202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유가에 강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 및 카타르의 유가 급등 경고가 주목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9.89달러(12.21%) 급등한 배럴당 90.9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92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7.28달러(8.52%) 오른 92.6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폭이다.
주간 기준으로 WTI는 36% 뛰며 지난 198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브렌트유도 28% 올라 지난 2020년 4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 속도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적 항복’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차질을 빚으면 유가가 몇 주 내 배럴당 15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말에 WTI, 중동 원유 가격 등은 속속 100불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자들은 앞으로 유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긴장하면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美 2월 고용지표, 예상 밖 부진
미국의 2월 비농업고용자수는 전월에 비해 9.2만명 감소했다. 이는 5.5만명 증가할 것이란 예상을 대폭 밑돈 것이었다.
1월 지표는 4천명 하향 조정(+13만→+12.6만)됐고 12월은 대폭 하향조정(+4.8만명→ -1.7만명) 수정됐다.
2월 고용 감소폭은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으로 정부 부문 고용이 급감했던 지난해 10월(-8.6만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셧다운에 따른 일시적 영향을 제외하면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 1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으로 평가된다.
실업률은 4.4%(예상 4.3%, 전월 4.3%)로 상승했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이유로는 의료 부문 파업(-2.8만명)과 2월 악천후가 건설 분야(-1.1만명)와 레저·숙박업(-2.7만명)에 가한 타격 등이 거론된다.
AI 도입 관련 정보서비스업 부문의 1.1만명 감원 등도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임금 상승세는 예상보다 강했다. 2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4% 상승해 시장 예상치(0.3%)를 웃돌았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도 3.8% 올라 전망치(3.7%)를 상회했다.
시장에선 지표 결과, 그리고 최근 미-이란 전쟁 등을 감안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들이 나오기도 했다.
■ 미국 소매판매, 부진했으나 예상보다는 나아
미국의 1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2% 감소했다.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며, 감소 폭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는 7,335억달러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이는 다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0.4% 감소보다 감소 폭이 작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2% 증가했다.
겨울철 기상 악화로 자동차 판매가 위축(-0.9%)된 영향을 받았다. 의류, 주유소, 보건 및 개인용품 등 13개 업종 중 7개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월간 소매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가운데 상품 판매 실적을 중심으로 집계하는 속보성 통계로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업종별로는 주유소 매출이 전월 대비 2.9% 감소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백화점 판매는 6.0% 줄었고 자동차 및 부품 판매도 0.9%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쇼핑 등을 포함한 무점포 소매업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변동성이 큰 자동차·휘발유·건축자재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통제그룹)’는 전월 대비 0.35% 증가했다. 이 지표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산정에 반영되는 항목으로, 소비의 기초 체력이 완전히 약화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1월 미국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겨울 폭풍과 한파 등 기상 악화가 소비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전쟁과 고용지표...인플레 우려 vs 금리 인하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고용부진이 겹치면서 향후 연준의 금리 결정을 두고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일단 '트럼프맨'인 연준의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6일 '고용지표 부진'을 거론하며 "연준은 인플레이션보다 노동시장을 지원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런은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노동시장은 통화정책의 추가적인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립금리보다 다소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에 가까워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경제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금리를 약 3.1%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마이런은 금리 2차례 이상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이런은 최근 미-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상승이 금리인하를 제어할 것이란 견해에 반대했다.
그는 "연준은 일반적으로 이런 유가 상승에 대응해 정책을 조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전체 물가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대체로 단발성 충격에 그친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수족인 마이런의 주장은 연준 내에서 가장 도비시하다. 연준 관계자들 중엔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견해가 강하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맥은 7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 통화정책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며 물가 압력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물가 문제는 관세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의 정책 기조는 물가와 고용 문제를 동시에 대응하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다.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영향이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유가 충격이 얼마나 큰지,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중요하다. 지속 기간에 따라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수전 콜린스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연준의 정책금리는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금리 정책을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운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준의 정책은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에 잘 자리 잡혀 있다. 정책 변화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다 명확한 신호가 확인된 이후에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 '세 자릿수' 유가에 채권·주식 등 증시 부담 지속
지난 금요일 국내 채권시장은 80불대로 오른 유가에 긴장하면서 밀렸다.
이후 주말을 거치면서 유가는 더욱 점프해버렸다.
이제 각종 유종들의 가격이 100불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금요일 국내 채권시장에선 주말 사이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면서 긴장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채권, 주식을 막론하고 미-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을 바라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상황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주 정부가 휘발유 가격 안정 의지를 다지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전쟁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채권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금리 상단을 열어두고 조심스럽게 저가매수 강도 등을 체크해 보는 게 필요해 보이는 시절이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채권-장전] 현실이 된 '세 자릿수 유가'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