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3-12 (목)

[자료] 이창용 한은 총재 연설문 '아시아는 세계 성장의 엔진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가'

  • 입력 2026-03-05 13:5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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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아시아의 미래:
세계 성장의 엔진 역할은 계속될 수 있는가? 1
2026. 3. 5.
한국은행 총재
이 창 용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Asia in 2050 컨퍼런스 기조연설 “The Future of Asia: Can it remain the engine of global
growth?”의 국문본으로 실제 연설내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설문 작성에 도움을 준 한국은행 이아랑
정책보좌관, 박나영 과장, 이승현 차장, 배문선 차장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유익한 의견을 제공해주신 강중식,
이수형, 이재원, 이종화, 임원혁, 장용성, 조동철, 홍지희 박사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본 연설의 내용은 한국은행 또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사왓디 캅(안녕하십니까).
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해 주신
MD Georgieva, 태국중앙은행 Ratanakorn 총재님, 그리고 IMF Srinivasan APD
국장님 이하 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컨퍼런스에 이어,
10월에 이곳에서 개최될 IMF 연차총회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Future of Asia를 주제로 발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중앙은행
총재라면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통화정책만으로는 아시아의 미래를 얘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은행 총재로서가 아니라, 아시아 경제에 깊은 애정을 지닌,
그리고 태국 음식을 사랑하는 한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아시아가 처한 현실과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Asia’s Rise and the Road Ahead
아시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류의 절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1.
지금으로부터 35년전 태국에서 IMF 연차총회가 열렸던 1991년 이후 아시아는
1인당 GDP가 8배 가까이 증가하는 경제적 성취를 이루어 냈습니다2. 당시
13개에 이르던 저소득국이 모두 중진국으로 도약하며 12억 명 이상이 빈곤에서
벗어났습니다3. 물론 이러한 빠른 성장 뒤에는 중국이 있었지만,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아시아의 소득이 4.5배 증가하여 아시아 이외 지역의
3.1배를 크게 상회하였습니다.
아시아가 어떻게 오늘날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4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시기별,
지역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성장에 대한 아시아의 기여율은
1IMF의 아시아·태평양 37개국 기준. 2024년 이 지역 인구는 40억 명으로 전 세계 81억 명 인구의 49%를
차지한다.
2 2024년 또는 2023년 PPP 1인당 GDP 기준
3 World Bank 소득분류 기준
4 Georgieva(2025)
1
1970년대 약 20%에서 현재 60%까지 크게 높아졌습니다[그림1]5. 놀라운
숫자입니다. 특히 중국을 보면, 1970년대 5%에 불과하던 기여율이 WTO 가입
이후 급속히 상승하여 2010년대 중반에는 35%까지 증가하였다가, 그 이후
하락하여 올해는 27%가 될 전망입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의 성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더라도 경제 규모가 확대된 만큼
세계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습니다6.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감소는 지정학적 갈등과 고령화, 부동산 디레버리징 등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눈부신 성장에 가려지기 쉬웠지만,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도 같은
기간 기여율이 약 18%에서 30%로 꾸준히 높아지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의 기여율은 1970~80년대에, 한국의
기여율은 1990년대에 각각 정점에 달했습니다[그림2]. 이후 두 국가 모두 고령화
등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기여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2000년대 들어 확장된
중국과의 글로벌 생산망이 이러한 하락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기간 중 ASEAN5의 기여율은 꾸준히 5~10% 정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역할이 줄어드는 가운데 인도가 이를
빠르게 메우며 글로벌 성장의 15% 이상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아시아의 성장 동력이 다변화되면서, 세계 성장의 엔진 역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시아의 성공 요인에 대해, 학자들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제조업 기반
수출을 핵심동력으로 삼은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합니다7. 지난 반세기
세계경제는 대규모 전쟁 없이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장벽이 낮아지면서
자유무역과 자본이동이 확대되는 시기였습니다. 원자재 수출이나 수입대체
전략에 주력한 여타 신흥국과 달리,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정부 주도로
수출지향 산업화를 추진했습니다8.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 중심의 수직적
5기여율은 각 지역의 실질 GDP 성장률에 PPP 기준 경제규모의 비중을 곱하여 성장 기여도를 활용하여
산출하였다. 2025년 이후 전망은 IMF WEO(2025.10월)를 참조하였다.
6IMF (2014)
7World Bank (1993)
8IMF (2025)
2
생산분업, 이른바 ‘Factory Asia’의 성공으로 아시아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제조업 산출(gross output)의 절반 이상—중국에서 1/3,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서
1/5—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9.
이러한 제조업 중심의 성장은 아시아 중산층 형성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 양질의 블루컬러 일자리를 대규모 창출하며 소득
개선과 불평등 완화에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024년에는 아시아 인구의
과반이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 계층’에 속하게 되었으며, 향후 10년 내에
인도네시아, 인도 뿐만 아니라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에서 10억 명이 이에
추가로 합류할 전망입니다10. 아시아의 빠른 성장은 19세기 이래 200년 가까이
지속된 글로벌 소득 불평등 악화를 반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였습니다11.
2. The Limits of Export-Led Manufacturing Growth
청중 여러분,
이번 ‘Asia in 2050’ 컨퍼런스의 여러 주제 중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지난 반세기
아시아의 성공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일 것입니다.
사실 10여 년 전 제가 IMF 아태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나, 그 이전에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던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런 질문에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아시아에는 아직 높지 않은 1인당 소득수준, 거대한 인구와
내수시장, 역내 교역 확대 등으로 추가 수렴(convergence)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의 고속 성장기가 지나더라도 경제 규모로 세계
성장을 떠받치고, 여기에 인도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거대 신흥시장도 가세하면
아시아는 ‘Factory Asia’를 넘어 ‘Consumer powerhouse’로 도약할 것이라
9Factory Asia는 ASEAN10과 동아시아(한국, 일본, 중국, 홍콩 및 대만)를 포함한다(자료: OECD TiVA 2025).
10 Caballero and Fengler (2024), 중산층은 1인당 일일 소비 수준이 $12~$120(2017년 PPP 기준)인
계층으로 정의하였다.
11 Garcia Rojas et al. (2025)는 글로벌 지니계수가 1820년경 50에서 1990년 70까지 상승한 뒤 2019년
62까지 하락했으며, 이 하락은 주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인구 대국의 빠른 성장에 의해 설명된다고
평가한다.
3
확신하였습니다12.
하지만 같은 질문을 오늘 다시 받는다면, 예전보다 훨씬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성장 환경을 둘러싼 세계 경제의 중대한 변화 때문입니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고 불리는 흐름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으나 최근 무역 갈등으로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점차 블록화(fragmentation)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경제 논리보다는
지정학적 고려에 의해 재편되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력만 갖추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는 전제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고, 지정학적
동조성(geopolitical alignment)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13. 이러한 변화는 조금 전
살펴본 중국의 성장 기여도 하락세와 무관하지 않으며,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들은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교역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재편되는 것으로,
China+1 전략 등 공급망 다변화의 수혜를 입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가 있는 반면, 기존 공급망에 깊이 연계된 한국, 일본 등은 오히려 조정
압력에 직면하는 등 국가 간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탈세계화보다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세계 상품교역량은 팬데믹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여, 평균 2.2%의
성장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는 2010년대 평균 증가율인 2.4%와 대체로 유사한
수준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교역량은 당초 전망을
크게 상회하였습니다.14 또한 중국의 대미 수출은 크게 줄었지만, 미국 외
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하면서 전체 수출은 5.5% 증가했습니다15. 이러한
흐름은 미국 외 시장에서 EU 등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중국과의
12 IMF (2014); 최근에도 McKinsey(2021), Lim(2024) 등은 법치주의 등 내부개혁과 역내외협력을 전제로
Asian Century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 Gopinath et al. (2024)
14 세계 상품 수출물량을 기준으로, 2010년대는 2011–2019년(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제외), 팬데믹
이후는 2022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를 대상으로 산출하였다. 2025년 3분기까지 교역물량은 4.5%
증가하여 WTO의 초기 전망치(2.5%)를 크게 상회하였다. 자료: WTO.
15 자료: WTO, 중국 해관총서
4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두 번째는 아시아의 주요 수출 시장이던 선진국들이 제조업 자립화를 추구하며
산업정책에 복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의 산업정책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2010년 이후에는 산업정책의 2/3 이상이 고소득국가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그 규모와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고, 목적도 경제 효율성을 넘어 국가
안보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16.
이러한 선진국의 변화는 국제기구들의 입장 변화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17. OECD는 이제 생산성 둔화, 녹색∙디지털 전환 등 구조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정책이 “필수적(crucial)”이라고 봅니다. World Bank 역시
선진국들조차도 산업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현실 속에서 “중립성(neutrality)”이
깨졌다고 하면서, 신흥국에게 산업정책 설계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국제사회의 논점은 산업정책을 ‘하느냐
마느냐(whether)’가 아니라 ‘어떻게(how) 할 것인가’로 옮겨갔습니다. 반면
IMF는 산업정책이 투명성을 갖추면서 거시안정성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handle with care”의 기조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기술발전이 제조업에 큰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저는
공저자들과 함께 발표한 2019년 논문을 통해, 고소득국들은 모두 예외 없이
제조업 고용비중이 한때 18%에 도달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18.
물론 선진국이 되면서 서비스업으로 수요가 이동해 제조업 고용 비중은 자연히
줄어들지만, 저의 연구는 일정 수준의 제조업 경험이 지식 확산과 생산성
파급효과를 통해 선진 경제로 가는 필수 경로였음을 보여줍니다19.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제조업이 예전만큼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합니다20. 여기에 AI와 휴머노이드까지 확산되면 생산비용 하락으로
16 글로벌 정책개입은 2010년 100건에서 2022년 3,531건으로 급증하였으며, 2010년 이후 누적
정책개입의 70%가 소득 최상위 5분위 국가에서 시행되었다 (Juhász et al. 2025).
17 Baquie et al. (2025); OECD (2025); Varela (2025); IMF (2024b)
18 Felipe, Mehta & Rhee (2019)에서 1970-2010년중 52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19 예컨대 인도의 Modi 정부가 2014년 “Make in India”전략을 통해 제조업 육성을 도모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전략이었다고 판단된다.
20 Acemoglu & Restrepo (2020)
5
아시아의 제조업 비교우위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21. 실제로 아시아 신흥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은 선진국 진입의 문턱으로 여겨지던 18%에 도달하지 못한 채
13% 수준에서 정체되며, 이른바 ‘조기 탈산업화(Premature de
industrialization)’ 현상이 이미 진행중입니다22.
그래서 Baldwin 교수와 같은 학자들은, 앞으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수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23. 실제로 아시아는 몇몇 서비스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태국, 베트남 등은 관광에서,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은 금융서비스에서, 인도는 소프트웨어·IT 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대만, 중국 등은 ICT 제조업의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업 관련 서비스 수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24. 역내 거대 소비자와
디지털 플랫폼을 토대로 한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사업의 급성장 역시 아시아
서비스 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다만 금융, 법률, 바이오 R&D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는 선진국이 이미 강력한 우위를 선점하고 있으며,
제조업과 달리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커, 후발주자인 아시아가 제조업에서 했던
것처럼 이 분야에서도 신속하게 추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정리하자면, 세계화의 재편, 선진국 산업정책의 복귀, 그리고 제조업의 구조적
변화 등으로 인해 과거 아시아 고속 성장을 떠받쳐왔던 순풍이 약해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역풍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시아가 앞으로도 세계
경제성장의 60%를 차지하는 성장엔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3. What Should Policymakers Do? Lessons from Korea’s Experience
그렇다면 이제 아시아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요? 이에
관해서는 혁신과 인적자본 투자, 디지털 전환, 서비스업 고도화, 거버넌스 개선
21 Kikuchi (2025)
22 ASEAN 5 등 13개 중진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 평균은 1990년대 10.5%, 2000년대 11.7%, 2010년대
12.7%(2018년 13.2%)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은 예외적으로 18%를 상회하였다.
(자료: Groningen Growth and Development Centre)
23 Baldwin (2023)
24 Jung et al. (2024)
6
등에 아시아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다양한 논의가 있습니다25. 하지만 이러한
담론을 넘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한국 사례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산업화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정책을 전환해 가야 할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의 세계화와 정부 주도 수출지향적 성장전략의 혜택을 가장
극적으로 누린 나라입니다. 냉전 시기, 북한의 사회주의와 경쟁하는 자본주의의
첨병(avant-garde)으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 한국은 GDP 내 제조업 비중이
26.7%26로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데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각각 20%에 달해, 제조업 구조 전환과 세계화 재편이라는 도전에 크게 노출된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하여, 제가 첫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은,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은 선진 제조업을 모방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정부가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여 강력히 추진하고,
대기업 중심의 민간이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역할 분담이 성공의
핵심이었습니다27.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습니다.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더 이상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산업정책의 대상도 제조업을 넘어 다변화되어야 할 때입니다.
선진국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정부 역할을 재정립해 온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25 IMF (2024a)
26 2024년 기준으로, OECD 평균(13.4%)의 두 배 수준이며 선진국 중 제조업 강국인 일본(20.6%),
독일(18%)을 크게 상회한다 (자료: World Bank).
27 Lane (2025); Choi and Levchenko (2025)
7
두 번째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부의 산업정책도 이제는 기업을 직접 선별하는
방식(picking winners)을 떠나,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즉
온렌딩(On-lending)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산업정책이 성공한 사례를 주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실패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한국의 예만 보더라도, 오랜 기간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온
한계기업들이 적지 않은데, 최근 자료를 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17%에 달했으며, 1년 내 정상화되는
비율도 8개 중 1개에 불과한 상황입니다28. 이는 버블을 경험한 1990년대
일본이나 오늘날 중국 국영기업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29.
이렇게 한계기업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택하여 지원할
때,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정치적 비난을 우려해 중간에 성과가 나빠도
지원을 끊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기보다는 프로젝트의 위험도에 따라 민간 금융과 함께
리스크를 나누고, 지원 기업의 선정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이 더
효율적입니다. 그래야 지원받는 기업은 정부 지원 사실을 모르게 되어, 성과가
나쁠 때 민간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하여 정책 금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환에는 상당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정책금융기관들이
오랜 기간 직접 기업을 접촉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을 줄이면서 온렌딩
업무에 적합한 소수의 금융 전문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저항이
예상됩니다. 또한, 정책금융 지원 사실을 홍보하려는 정치적 유혹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부흥금융기구(KfW), 유럽투자은행(EIB), 미국의
국립과학재단(NSF)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도 이미 이러한 전환을
경험하였고, 이를 통해 정책 금융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산업정책으로 인한 무역
갈등을 피해 왔습니다30. 이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기업이 성공하면 그 성과를 국민이 공유한다는 공감대 아래 특정 기업을 지원할
28 2024년말 기준, BOK(2025)
29 Caballero et al. (2008), Lam et al. (2017)
30 Oh, Lee & Rhee (2008)
8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특정 기업을 선택하게 되면 왜 그 기업만
도와주느냐는 정치적 반발이 크기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도 이러한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산업정책과 구조개혁의 성과를 비교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산업정책이 특정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수직적 처방이라면, 구조개혁은 경제 전반의 마찰을
줄이는 수평적 처방입니다31. 물론 둘 다 경제의 병목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산업 기반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특정 산업을 먼저
육성하고 그 외부 효과로 경제 전체를 발전시키는 산업정책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어느정도 진전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두 정책의 상대적
효율성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몇몇 아시아
신흥국의 저성장 문제는 고령화·저출산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AI와 같은
전략 산업의 육성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과 같은 고령화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 투자도 절실한 때입니다32. 앞서 언급한 한계기업의 문제만 보더라도,
이들의 신속한 시장 퇴출이라는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확보된 자원을
새로운 산업정책 재원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정책과 구조개혁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으며, 두 정책의 상대적 효율성을 면밀히
비교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균형 있게 자원 배분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산업정책과
구조개혁의 상대적 효율성을 가리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휴머노이드가 보편화되면 고령화에 시달리는 한국, 일본은 출산율 제고나
외국인 노동자 확대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는 반면, 인구 배당을 기대해 온
31 Baquie et al. (2025)
32 IMF(2025)에 따르면, 구조적 기반이 양호한 국가일수록 산업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 구조개혁이
산업정책 성공의 전제조건이자 보완재임을 시사한다.
9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에서는 오히려 청년층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AI가 오히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등, 제가 이야기한 것과
전혀 다른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문제는 최첨단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어떤 구조개혁이나 산업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예측이
몇 년 뒤에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각국의 운명도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한 정책 역량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Closing Remarks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상에서 저는 아시아 경제의 성공 신화가 단순히 예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화
재편, 탈산업화와 같은 새로운 도전에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경제의 산업 구조가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이에 따른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율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국가경제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컨퍼런스가 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나누는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초대해 주신 IMF와 태국중앙은행, 그리고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콥쿤 캅 (감사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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