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1시20분 현재 주요 주가지수...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 칼럼) 이틀간 1000p 폭락한 코스피...역대 가장 폭력적인 외국인 한국주식 매도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외국인이 지난 2월부터 가공할 수준으로 한국 주식을 판 뒤 3월에도 거침없는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콤 CHECK(1913)에 따르면 외국인은 2월 한달간 코스피시장에서 21조 731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한 달 만에 20조원 넘는 코스피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3월들어 이틀 만에 6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중이다.
외국인은 그간 급등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국물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 올해 2월 외국인 한국주식 매도 규모는 역대 최고
외국인이 올해 2월 역사적인 코스피 순매도를 기록하기 직전인 12월과 1월엔 순매수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1월엔 2조 978억원, 작년 12월엔 4조 1,48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후 2월부터 급격하게 태도를 바꾼 것이다.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한 이유로는 차익실현(리밸런싱 포함),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 AI 수익성에 대한 우려 등이 거론할 수 있다.
일단 2월부터 한국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이유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크다고 봐야 한다.
올해 들어 2월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80.6%, SK하이닉스는 63.0% 폭등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20만전자, 100만닉스에 환호할 때 외국인은 거칠게 비중을 조정하고 있었다.
■ 외국인,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도의 한국 주식 매도
외국인은 2월 13일부터 3월 4일 현재까지 10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하는 중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20조원 남짓 순매도하고 있다. 단 10일간 20조원 넘는 순매도, 하루 평균 2조원이 넘는 순매도는 여태 본 적고 없으며, 상상도 하기 힘든 규모다.
외국인은 2월 27일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7조 812억원을 순매도했다. 다음 거래일인 어제(3월3일)는 5조 1,737억원을 순매도했다.
2월 27일 순매도가 역대 1위, 3월 3일 순매도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외국인이 역대급으로 매도하던 2월 27일 코스피지수는 단 1.0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에도 지수가 1% 밖에 밀리지 않은 것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최근 외국인이 연일 파는 데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사람들은 '외국인 따위는 신경 안 쓴다'는 식의 주식 낙관론에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뭔가 엮인 수급이 찜찜했다.
외국인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선물 매수로 주가를 띄우면 국내 증권사가 콘탱고 차익거래 대응 차원에서 현물을 사서 지수를 올렸고 외국인은 다시 높은 단가에 현물을 파는 식의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 기절할 뻔한 3월 초 주식시장...단 이틀만에 1천 포인트 빼버리는 시장
3월 들어 단 2거래일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으며 주가는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역대 가장 큰 낙폭인 452.22p(7.24%) 폭락해 5,791.91로 밀려났다. 이후 오늘은 장중 낙폭을 확대해 가면서 장중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2월 27일 6,347.41까지 찍으면서 유포리아에 휩싸였던 주가가 단 2일만에 상상하기 힘든 1천 포인트 넘게 폭락해버린 것이다.
3월 주식시장은 전쟁과 함께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은 2월 28일 이란의 주요 군사 시설을 공격하면서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 협상 과정에서 이란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핵 및 미사일 위협을 지속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놀랍게도 트럼프는 최근 3만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한 독재자 알리 하메이니를 단번에 제거해버렸다.
미국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침묵의 암살자(Silent Killer) B-2 폭격기 등 최첨단 전략자산을 앞세워 이란의 방공망과 지휘부를 타격했다.
하지만 지휘부를 잃은 이란은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 바레인·카타르·사우디·UAE 등의 미군 기지와 원유·가스 등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
이 전쟁을 보면서 한국 주가는 폭락했다.
끝없이 오르는 주식을 보면서 'FOMO'의 감정을 치유하기 위해 뒤늦게 레버리지 주식 상품을 샀던 사람들은 이달 들어 단 이틀만에 허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백기를 들어야 했다.
■ 다시 정리해 보는 외국인 매도의 이유들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본 적 없는 규모로 팔아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유는 누가 뭐래도 차익실현(리밴런싱)일 것이다.
외국인이 사는 한국시장 관련 ETF에도 종목 비중 같은 게 있다. 이런 상품들은 월말 등 특정 시점에 맞춰 비중 조정을 해줘야 한다.
이 시기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7조원 이상 팔았던 2월의 마지막 거래일(27일) 등과 맞물린다.
또한 엔비디아 실적 우려 또한 매도의 이유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가 5% 급락한 27일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대거 처분하면서 한국 익스포져를 줄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엮이다 보니 작년에도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할 때 외국인은 한국 시총 1,2위 종목들을 팔곤 했다.
작년 11월 엔비디아 실적발표 다음 날이 떠오른다. 11월 20일 엔비디아 주가가 3.2% 급락하자 외국인은 다음날인 21일 코스피 시장에서 역사상 두 번째 큰 규모의 순매도를 감행했다.
당시 외국인은 2조 8,308억원을 순매도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 역시 부담요인으로 거론된다.
연준 의장 후보군 중 상대적으로 가장 매파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케빈 워시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데다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인플레 제어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다.
또 최근엔 전쟁으로 유가가 뛰자 유가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식의 진단도 이어지는 중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안 그래도 내수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한국의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고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들도 보인다. WTI와 브렌트는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이틀간 11.3%, 13.2% 뛰면서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필했다.
■ 미중 패권게임 속의 한국 주식시장, 다시 지정학 디스카운트?
1~2월 유포리아에 젖어 있던 주식투자자들이 3월 들어 단 이틀만에 패닉에 휩싸였다.
주식 폭락을 보면서 미중 패권 게임 와중에 한반도에 위기가 오는 것 아닌가 하고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단 미국의 베네수엘라, 이란 공격 등은 '미중 패권 게임'의 틀 내에서 읽어야 한다.
두 나라 권력자들은 자국민을 학살한 독재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큰 죄'는 미국 외엔 두려울 게 없는 중국에 기생해서 권력을 유지해온 전제군주들이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 불량국가를 보호해 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원유를 싸게 샀다.
중국은 그림자 선단(Shadow Fleet)를 활용해 두 불량국가들로부터 원유 수입분의 20% 가까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이란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부 에너지 정보업체는 중국의 원유 수입 비중에서 러시아가 18~20%, 이란이 13~14.5%, 베네수엘라가 4~5% 를 차지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까지 포함하면 중국이 수입을 통해 확보한 원유의 35~40%가 '불량국가'로부터 염가에 매수한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불량국가 권력자 제거 작전은 중국과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이는 다른 독재자들에게도 큰 긴장감을 안길 수 밖에 없다.
2026년 초부터 트럼프가 벌이는 '중국과 엮인 독재자' 제거 작전은 놀랍다.
올해 초 트럼프는 미중 패권게임의 걸림돌이 되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구금했다.
이후 미국에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공급해온 멕시코 마약왕 엘 멘초(네메시오 루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도 사살해 버렸다.
그런 뒤 최근 자국민을 집단학살한 알리 하메이니를 폭사(爆死)시켰다. 트럼프의 미국은 미중 패권게임에서 걸림돌이 되는 불량 국가들의 권력자들을 제거하는 중이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외국인의 대규모 한국 주식 매도를 한국, 혹은 한반도의 긴장 증폭 가능성과 연계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트럼프의 가장 큰 경쟁자는 시진핑이며, 북한의 김정은은 냉정하게 말해 시진핑과 푸틴에게 구걸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나라의 독재자일 뿐이다.
한 베테랑 주식투자자는 "그간 한반도 대치 상황은 한국 주식이 만성 저평가를 받는 원인 중 하나였지만, 최근 저평가가 빠르게 소진됐다"면서 "그러나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각 지역에서 전쟁이 터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한반도 주식에 대한 할인 요인도 다시 부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향후 미중 패권게임의 본 전장(戰場)은 동아시아가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거대한 중국에 맞서기 위해 중국의 해상 진출을 막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기술 강국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각종 한국 산업 뿐만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 역시 미중 패권다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