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3-03 (화)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호르무즈 쇼크 - 전쟁 72시간, 시장은 무엇을 가격에 반영했나

  • 입력 2026-03-03 07:36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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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전면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를 개시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유가는 하루 만에 12%까지 치솟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대동맥'이 막혔다. 아시아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고, 금 가격은 온스당 5,300달러를 돌파했다. 전쟁은 총성과 함께 시작됐지만, 그 충격은 즉각 경제의 언어로 번역됐다.

1. 방아쇠가 당겨지기까지 — 30일간의 은밀한 준비

개전은 갑작스러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이었다. 미군은 작전 개시 약 30일 전부터 중동 전역에 병력과 장비를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 전투기 수백 대, 공중급유기 수십 대가 하나씩 역내로 집결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비필수 민간인과 병력은 은밀하게 후방으로 이동했고, 작전 개시 시점에는 핵심 전력만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오만, 스위스 등을 통해 이란과 핵 협상 테이블을 유지했다. 세 차례의 간접 협상이 진행됐지만, 미국은 핵 포기는 물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 세력 지원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이란으로서는 이를 수용하는 것이 정권의 안보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었다. 협상은 결렬됐고, 2월 27일 오후 3시 38분(미 동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승인 명령을 내렸다.

2. 개전 첫날 — 시장이 전쟁을 가격에 반영하다

2월 28일 이란 현지시각 오전 9시 45분, 작전이 시작됐다. 미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가 이란의 감시·통신망을 먼저 마비시켰고, 100여 대의 항공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이 동시다발 공격을 개시했다. 개전 첫 24시간 동안 1,000곳이 넘는 표적이 타격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도 이 과정에서 사망했다.

소식이 전 세계 시장에 전해진 것은 아시아 거래 시간대였다. 3월 2일, 아시아 주가는 장 초반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한때 2.7% 급락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주가도 1~2%대 하락을 기록했다. 항공주는 직격탄을 맞았고, 중동 항로 이용이 전면 중단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가시화됐다.

반면 에너지·원자재 관련주는 강세로 전환했다. 국제 유가 급등 전망이 에너지 업종 주가를 끌어올렸고, 상하이 종합지수는 장 초반 약세에서 반등해 결국 0.47% 상승 마감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도 업종 간 엇갈림이 뚜렷했다. 방산주인 노스럽 그러먼은 6%, RTX는 4.7%, 록히드마틴은 3.4% 각각 올랐다. 엑슨모빌, 셰브런 등 에너지 대형주도 동반 상승했다.

3. 호르무즈 봉쇄 — 에너지 대동맥이 막히다

개전 나흘째인 3월 2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보좌관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선언하며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IRGC는 이미 해협 봉쇄에 나선 상태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동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UAE의 원유와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가 모두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된다. 봉쇄 선언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추가로 8% 이상 급등했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에만 6.3% 급등해 배럴당 71.23달러로 마감했고, 장중 상승폭은 12%에 달했다. 브렌트유도 6.68% 오른 77.74달러를 기록했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 플랜트 가동을 중단했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카타르, 쿠웨이트,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역내 주요국들도 잇따라 자국 영공을 폐쇄했으며, 전 세계 항공사들이 중동행 항공편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4. 채권·달러·금 — 안전자산의 명암이 엇갈리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채권시장으로 충격을 전이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미 국채 가격이 급락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8bp(0.08%포인트) 오른 4.0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최대폭 상승에 근접한 수준이다. 같은 날 발표된 제조업 경기지표도 투입가격 급등을 보여주면서 채권 약세를 부추겼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9월로 밀렸고, 올해 세 차례 인하 기대는 사실상 소멸했다. 불확실성 고조 속에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 흐름에 힘입어 0.7% 강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는 약세로 전환해 한때 달러당 157엔대를 기록했다.

반면 금은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가장 선명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온스당 5,300달러를 돌파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우려, 두 가지 상승 동력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였다.

5. 뉴욕 주가 저가 매수와 이란의 반격 변수

뉴욕 주가는 장 초반 급락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S&P500 지수는 0.04% 오른 6,881.62로 마감했고, 나스닥100은 0.36% 상승했다. 현금 보유 비중이 높고 재무 구조가 탄탄한 대형 기술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엔비디아는 3%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5% 넘게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만 0.15%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장막판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봉쇄 선언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다시 반전됐다. 상승폭이 축소됐고,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다시 고조됐다. 이란은 공습 직후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고, 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UAE의 미군 기지에도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격에 나서며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6. 월가의 시각 — 단기 충격인가, 구조적 리스크인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엇갈린 시각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유가 급등세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 한 미국 증시 강세 전망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JP모건도 기본 펀더멘털이 견조하며, 지정학적 충돌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RBC캐피털마켓은 과거 지정학적 충돌 이후 주가가 반등했다는 통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전쟁이 단순한 제한적 공습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듯이 4~5주 이상이 소요될 수 있는 중장기전으로 번질 경우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중장기전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미 중부사령부는 추가 병력과 보급물자를 투입 중이며, B-1 전략폭격기까지 추가로 가세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특정 종료 시점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언급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7. 향후 핵심 변수 — 봉쇄 지속 여부와 전선 확대 리스크

시장이 주시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지속 여부다.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차단되고 유가는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고,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를 단번에 바꿔버릴 수 있는 사안이다.

하메네이 사후 이란 실권을 장악한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며 결사 항전 의지를 천명했다. 이란이 봉쇄와 반격을 지속한다면, 전쟁은 단순한 군사 목표물 타격을 넘어 중동 전체를 뒤흔드는 광역 충돌로 번질 수 있다. 이미 헤즈볼라가 전선에 가세했고, 이란의 미사일이 걸프 국가들의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중인 상황에서 중동에 제2의 전선이 형성된다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체계, 안보 질서 모두에 동시 충격을 가하는 시나리오다. CNN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9%가 이란 공격에 반대했고, 지상군 파병에는 60%가 반대했다. 여론 역풍과 병력 손실, 전쟁 비용 부담이라는 국내 변수도 미국의 전략 선택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쟁의 경제적 파장은 총성이 멈춘 뒤에도 오래 남는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적 불확실성은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시장은 이 불확실성의 가격을 지금 막 매기기 시작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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