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2-23 (월)

(장태민 칼럼) 기적의 논리

  • 입력 2026-02-23 14:0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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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X

자료: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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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주말에도 SNS에 부동산 관련 글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특히 "다주택과 임대사업을 압박하면 전월세 부족으로 서민주거 불안이 심화된다"는 주장에 대해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주요 원인인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은 상당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큰 우려를 안겼다.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일부에서 '억지 주장'을 한다고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억지 주장'을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의 다주택자 규제 효과를 지켜본 사람들 중엔 이재명 대통령과 '내기'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 보인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 서울 임차시장에서도 계급 분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마련한 이상한 게임에서 돈이 '있는' 임차인은 구제 받고 돈이 없는 임차인은 더욱 큰 궁지로 몰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주요 원인을 다주택자와 주택임대사업자들에서서 찾고 있는 건 황당무계한 일입니다."

■ 부동산 전문가들 걱정을 '기적의 논리'라고 깎아내린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SNS를 통해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매물 출회 시 서민주거가 악화될 것이란 주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대통령은 부동산을 좀 안다는 사람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에게 강도 높게 훈계하는 중이다.

대통령은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매각을 통해 다주택을 해소하면 전월세 매물이 줄어 서민주거가 악화될까 걱정되신다구요? 그래서 서민들을 위해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보호해야 한다구요? 그러면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지금보다 더 늘리면 서민주거가 안정되나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이 최적 균형상태라 늘리지도 줄이지도 말아야 하나요? "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의 논리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는 데 맞춰져 있다.

이 대통령은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축소만 부각하는 건 이상하다. 오히려 주택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도 안정된다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현 상태에서 대규모 추가 특혜를 줘 주택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가 대폭 늘어나면 집값(그에 연동되는 주택임대료)이 오를까, 내릴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고 했다.

그는 "다주택과 임대사업을 압박하면 전월세 부족으로 서민주거 불안이 심화된다는 주장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주요 원인인 다주택과 주택임대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라며 "정론직필해야 할 언론들 중 일부가 전면에 나서 이런 억지주장을 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필사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언론 중엔 '대통령이 실수할까 봐' 정말 걱정이 되서 이러면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많이 봤지만 부동산 문제는 규제 위주로만 접근하다가는 큰 코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부동산 시장 현자들이 볼 때는 대통령의 주장이 '기적의 논리'

대통령이 말하는 '기적의 논리'를 점검해 보자.

대통령 말대로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압박하면 전월세가 부족해져 서민주거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런 주장은 특별한 것도 아니며, '부동산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자연스러운 얘기였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런 주장을 틀렸다고 보면서 '기적의 논리'라고 치부했다.

대통령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매물이 증가해 집값이 안정되고, 따라서 전월세가격도 안정된다는 게 '더 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일견 대통령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한국의 주택시장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꿈꾸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대통령의 인식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전 정부에서 '해본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무리수를 우려하는 것이다.

서울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한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 정책의 재탕이다. 결국 돈 있는 세입자는 살아남고 가난한 자들은 주거비 급등에 뒷통수를 맞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다주택자 악마화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 대통령의 산수, 문제가 있다

대략 서울에 자가가 절반, 임차가 절반이니 전체 100가구 중 자가 50가구, 임차 50가구가 있다고 해보자.

정부 정책이 원하는 것은 '다주택자의 매도와 임차 가구의 매수'다.

다주택자 한 명이 집을 팔고 임차 가구 한명이 집을 사면 자가는 51가구가 되고 임차는 49 가구가 된다.

자가가 늘어나면 임차 가구도 줄어들고, 이런 구도에선 오히려 집값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이다.

임차인이 집을 사는 과정에서 임차인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임차 수요도 줄어드는 것은 맞다. 따라서 임대물량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하지만 임차인이 집을 사는 과정에서 약해지는 '임차 수요'와 '임대주택 공급 물량'의 강도가 1:1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지금은 '수요'가 강하고 더 절박하기 때문에 공급자가 우위에 서 있는 시장이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즉 임차인이 임대차 시장에서 빠져나가더라도 신규 임차인이 급하게 들어온다.

새로운 임차 수요 유입의 부작용이 주택 공급 감소보다 더 강한 힘으로 작용하면 전월세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 부부 등 젊은 층의 유입, 1인 가구 분화 등으로 계속해서 수요가 다급한 구간에선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1:1로 볼 수 없다.

임차인이 빠져 나가도 새로운 임차 수요는 강력한 반면, 임대 가능 주택수는 줄어든 채 복원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 압력을 더 크게 받는다.

통계청(국가데이터처)은 한국의 가구수가 2040년대 초반까지도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역동성 따져야

다시 자가 50가구, 임차 50가구로 구성된 국가가 있다고 해보자.

이번엔 이해의 편의를 위해 극단적으로 사고해 보자.

임차 50가구 중 40가구가 집을 샀다고 해 보자. 그러면 자가주거는 90이 되고 임차 가구는 10가구로 쪼그라든다.

이러면 자가와 임차가 90:10이 됐다.

대통령 말대로 임차인이 집을 샀으니 수요도 같이 줄어들어 이제 임차 수요가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새로 집이 필요한 젊은 5가구가 증가한다고 해보자.

과거엔 임차가구 50가구에 신규 임차가 필요한 5가구의 임차 수요가 늘어난 것이지만, 임대를 놓는 다주택자가 줄어든 뒤엔 기존 10가구에 5가구의 신규 임차 수요가 증가한 것이 된다.

과거 50을 놓고 55가 경쟁을 했다면 다주택자 이탈 이후 10을 놓고 15가 경쟁하게 된 것이다. 어떤가? 수치를 보면 경쟁의 강도가 크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구도에선 수요측이 공급측보다 '훨씬'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서울에선 안 그래도 주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당장 집을 매수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 사회 초년생들, 그리고 그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임차 수요를 줄여 집값을 빠지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을 내쫓고 미래 임차인의 진입을 더욱 어렵게 하는 정책이다.

결국 임차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임차인들이 가장 큰 정책 피해를 볼 것이다.

■ 돈 없는 임차인, 정책 피해자 될 수 있어

서울 부동산 사무소를 둘러보면 다주택자 말살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구도에선 임차 수요가 사라지는 '강도'보다 임대 주택이 사라지는 '강도'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정책적 요인, 원가 요인 등으로 주택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선 한번 사라진 임대주택이 복원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폐쇄 시장'을 가정해 임대물량이 줄어드는 것 만큼 임대수요도 줄어든다고 했지만, '개방 시장'을 가정하면 몹시 위험한 주장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도 '다주택자와 세입자'를 갈라치기 하면서 '2+2 정책'같은 것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세값이 폭등하고 집값도 덩달아 더 뛴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즉 2020~2021년엔 대한민국 역사상 집값이 가장 큰폭으로 뛰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세입자를 위한다는 정책을 썼지만,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없는 사람들이 입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때와 다를 것 같지 않아 부동산 시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 매물은 '돈 있는' 무주택자들, 혹은 잠시 무주택자로 있는 돈 많은 유주택자들의 자녀들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정책에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다주택자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다주택자를 악마화할수록 그 피해는 약한 계급, 즉 돈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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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강남에 산다는 한 다주택자가 이재명 대통령 SNS에 단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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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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