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 대법원 제동 직후 관세 15%로 상향…통상정책 ‘우회 가속’](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306124308762fe48449420211255206179.jpg&nmt=59)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 대법원 제동 직후 관세 15%로 상향…통상정책 ‘우회 가속’](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55&simg=2026022306124308762fe48449420211255206179.jpg&nmt=59)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 대법원 제동 직후 관세 15%로 상향…통상정책 ‘우회 가속’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지만, 관세 중심의 통상 기조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이다. 사법적 판단으로 기존 조치의 법적 토대는 흔들렸지만, 백악관은 즉각 다른 법 조항을 동원해 세율을 상향하며 정책 방향을 유지했다.
20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은 6대 3 의견으로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추가 관세를 부과해온 정책의 핵심 근거였다. 법원은 비상경제권한을 광범위한 무역 제재 수단으로 확장 적용한 데 한계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일시적 안도감이 나타났다. 뉴욕 증시는 판결 직후 상승 흐름을 보였고, 글로벌 교역 긴장 완화 기대도 일부 반영됐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항은 국제수지 악화 등 경제적 긴급 상황을 이유로 대통령이 최대 150일간 15%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당초 10% 수준으로 발표됐던 ‘글로벌 관세’는 하루 만에 15%로 상향됐다. 법이 허용하는 상한선까지 세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백악관은 무역 불균형 시정과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고율 상호관세 체계가 흔들리자, 수입 급증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기존에 더 높은 관세를 적용받던 국가 입장에서는 단일 세율 체제로 전환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일시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쟁점은 이미 징수된 관세의 처리 문제다. IEEPA에 근거해 부과된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기업들의 환급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는 1,500건이 넘는 관련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급 규모는 1,400억~1,7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관세 수입이 최근 연방 재정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환급은 재정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
국제사회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상호관세 인하를 전제로 발표했던 대미 투자 계획을 당장 재검토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 등 행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통상 수단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관세 체계의 법적 근거는 바뀌었지만, 정책 수단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통상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대법원은 특정 법률의 적용 범위를 제한했지만, 관세를 산업정책·안보전략·재정수입의 복합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조 자체를 뒤집지는 못했다. 행정부는 즉각 우회로를 찾아 세율을 상향했고, 관세 정책은 단기적 후퇴 대신 다른 법적 틀 아래 재정비됐다.
결국 이번 판결은 관세 정책의 중단이 아니라 ‘재배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기업과 교역국 입장에서는 관세 철폐 여부보다, 어떤 법적 틀 아래 얼마나 지속될지에 더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법적 제동에도 불구하고 관세 중심 통상 전략은 여전히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 축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