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2-14 (토)

(장태민 칼럼) 금융 가격변수 통제, 기대와 우려

  • 입력 2026-02-13 16:2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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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3일 아시아 주요 금융 가격변수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3일 아시아 주요 금융 가격변수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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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한국은행 국장이 금리 수준에 대한 '계도'에 나선 뒤 금융시장 일각에선 금융 가격변수 찍어주기에 대한 기대감이 보였다.

동시에 금융 가격변수 통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정부나 금융당국이 주가지수 목표, 환율 목표 등을 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이제 한은이 나서 금리까지 레벨을 거론하자 말들이 좀 있었던 것이다.

■ 환율·주식...권력자들의 가격변수 '찍어주기'


지난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면서 "현재 환율은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달러/원 환율이 1,480원선을 넘나들던 상황에서 대통령의 환율 하락 자신감(?)에 달러/원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지금은 달러/원이 1,440원대로 당시보다 상당히 레벨을 낮춘 상황이다. 아직 대통령이 '환율'을 찍어준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꽤 낮아진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코스피 5천 돌파'을 맞춘 바 있다.

최근엔 코스닥을 정상화하고 지수를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하자 지수가 흥분해 날뛴 적도 있다.

지난 달 코스피 5천 돌파에 자신감을 가진 여당이 '코스닥 3천'을 거론하자 코스닥ETF로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코스닥이 급등한 바 있다.

1월 하순인 22일부터 29일까지 단 6거래일 만에 코스닥은 22.4% 폭등하기도 했다.

힘 있는 사람들의 가격변수 찍어주기에 투자 심리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 사례다.

■ 이번엔 한은 동원해 금리 찍어주기?

전날엔 한국은행 국장이 MBC 라디오에 나와서 금리 찍어주기를 했다.

최용훈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1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기준금리가 2.5%인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2%를 웃돌고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경험상 기준금리 대비 3년물 금리는 2% 후반에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국장이 대놓고 '금리 높다'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국고3년이 3.25%, 국고10년이 3.75%를 넘어가자 채권투자자들도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긴 했지만, 통화당국의 시장국장이 직접 금리 레벨을 거론하면서 '높다'고 한 것은 특이한 사건이었다.

이 발언 후 채권딜러들 사이에선 한은의 스탠스가 알려진 만큼 앞으로 밀리면 사자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거나, 적어도 일방적으로 밀리는 장세에선 탈피할 것이란 기대들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대통령이나 금융당국자 등이 너무 쉽게 주가, 환율, 금리에 대해 말한다거나, 지나친 자신감을 보인다면서 우려하기도 했다.

즉 일각에선 한은 국장의 금리 레벨에 대한 직접적 구두개입에 대해 국장이 한은 내 더 높은 상층부와 조율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들도 했다.

더 나아가 정부 쪽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었다.

■ 금리 상승 잡으라고 정부가 시킨 것일까


13일 아침 구윤철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모인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선 금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회의 참석자들은 일본 금리 상승, 수급부담 등으로 국고채 금리가 다소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그런 뒤 "각 기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중심으로 국고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홍보했다.

또 채권발행기관 협의체 등을 통해 관계기관과 함께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향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한은 국장이 '금리 높다'고 한 다음 날 아침 금융당국 수장들이 모여 금리 모니터링 강화를 공언한 것이다.

전날 한은 국장의 '금리 레벨 발언' 이후 한은 최고위층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냐는 질문에 한 고위관계자는 "좀 유의하라는 차원"이라고 했다.

최 국장의 '금리 높다는 발언'이 총재나 부총재의 지시냐는 질문에 이 고위관계자는 "노 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가 '고금리에 유의한다'는 주제로 열리자 일각에선 이상한 의심을 하기도 했다. 한 금융시장 종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원하는 바가 한은으로 흘러간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임기 연임 문제도 있지요. 전체적으로 현 정부는 대통령부터 각종 가격변수에 대해 상당히 강도높은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주가, 환율, 부동산 모두 가격 통제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금리 높다는 발언 역시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닐까요?"

■ 가격변수 통제에 대한 우려


전날 한은 국장의 발언은 이후 복수의 채권딜러들은 "기준금리 2.5%면 국고3년 금리 2%대 후반이 적절하다 이런 얘기는 원론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다만 지금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믿고 있어서 시장금리가 높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이 가격변수에 대해 '계도'하려는 모습을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는 지적들도 보였다.

금리, 주식, 환율 등 각종 시장 가격변수들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고, 각종 자원이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알려준다.

이 금융 가격변수들은 서로 얽혀서 움직이면서 그 자체로 자정 작용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나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되면 문제는 커진다.

예컨대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면 좀비 기업이 퇴출되지 않아 궁극적으로 경제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를 너무 높게 유지하면 뭔가를 하고 싶은 사업가들, 혁신 기업들이 돈을 구하지 못해 좌절할 수도 있다.

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변수를 부적절한 레벨에서 유지하려고 하면 외국인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은 가격변수들이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부의 입김'에 의해 왜곡돼 있다고 판단되면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주가, 환율, 금리 등에 대해 '너무 당연한' 말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PER, PBR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주가는 그간 '너무 쌌고', 달러/원 환율 1,400원은 과거 위기 때나 보던 레벨이니 '너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국고채 금리 역시 기준금리가 2.5%인데 최근 3.25% 넘어 75bp 이상 벌어지자 '대체 경제가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몇 번 이나 반영하려는 것이냐'는 등의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상식'만 통하면 금융시장에서 돈 벌기는 매우 쉬울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레벨에도 '숨은 사연'이 있는 경우가 많다.

권력자나 금융당국자들이 지나치게 금융시장 가격변수에 대해 계도하려고 하거나, 자신감을 가져선 안 될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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