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2-04 (수)

(장태민 칼럼) 3일만에 모두 경험하는 공포·탐욕·환희

  • 입력 2026-02-04 13: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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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코스피 지수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코스피 지수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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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주 한국 주가 흐름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월요일(2일) 코스피지수가 274.69p(5.26%)나 폭락하더니, 화요일엔 338.41p(6.84%)나 폭등해 전날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도 추가로 더 뛰었다.

그리고 오늘은 뉴욕 주식시장 속락에도 불구하고 장 초반의 약세를 극복하면서 뛰어올랐다.

주가의 이런 모습에 베테랑 주식투자자들도 놀라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정말 놀랍다. 일단 유동성의 힘이 무섭긴 무섭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주식 붐에 휩싸여 있다. 거대한 주식투자 자금은 '조정'을 두려하기 보다 기회로 인식한다는 평가가 많다. 베테랑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유동성만 좋은 게 아니다. 일단 반도체가 쉽게 부러지지 않을 기세여서 주가가 빠지더라도 건전한 조정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추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어서 일단 1분기 실발(실적발표)까지는 가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단 3일만에 공포, 탐욕, 환희의 감정을 모두 겪었다.

■ 2월 첫째 거래일, 위기에 휩싸이며 '1월과 다르다'


2월 2일 코스피지수는 274.69p(5.26%) 폭락한 4,949.57을 기록하면서 5천선을 내줬다.

2월 첫 거래일은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그야말로 '블랙먼데이'였다.

트럼프의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목이 조정의 트리거가 됐다.

이 사건과 미국 CME가 연속적으로 증거금 인상을 요구해 금과 은이 폭락한 점이 위기 의식을 키웠다.

1월말 글로벌 시장에서 금이 10%, 은이 30% 가량 폭락하자 국내시장은 2월 초입을 걱정했다.

주말 귀금속 시장 급락은 파생상품 청산과 마진콜을 촉발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포지션 보전과 증거금 충당을 위해 다른 자산의 강제 청산이 필요했으며, 이는 글로벌 주가를 끌어내렸다.

결국 국내 주식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나서 가격을 끌어내렸다.

2일 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 5,330억원, 기관은 2조 2,126억원을 대거 순매도했다. 이 물량을 받다보니 개인은 무려 4조 5,874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은 '2월은 1월과 다르다'며 긴장했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4.1%에 달하는 가공할만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른 만큼 2월 첫 거래일 '케빈 워시' 이슈를 빌미로 폭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할 때'라는 조언에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2월 둘째 거래일, 위기에서 벗어나며 '1월과 같네'


하지만 2월 첫 거래일의 우려는 둘째 거래일에 상쇄됐다.

코스피지수는 무려 338.41p(6.84%) 폭등한 5,288.08을 기록했다.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였다.

코스피가 2일 케빈 워시 효과로 274.69p(5.26%) 폭락한 뒤 3일엔 전일의 낙폭을 만회하고도 더 뛴 것이다.

주가가 크게 뛴 데엔 1차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워시 지명 효과가 진정되면서 원자재·가상자산·주식이 모두 회복한 데 따른 안도감이 작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ISM 제조업이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면서 국내 제조기업 주가에 힘을 실어줬다. ISM 제조업은 한국 제조업들의 미래 성과를 예견하는 데 꽤 설득력 있는 지표다.

ISM 제조업지수는 예상(48.5)을 크게 상회한 52.6으로 1년만에 확장세로 전환됐다. 특히 전자제품과 메모리, 전력 장비의 공급부족과 가격상승, 신규주문 증가는 AI 투자와 반도체 사이클을 확인시켜줬다.

이런 분위기 속에 SanDisk(+15.4%) 등 메모리 반도체 주가가 크게 반등하자 국내 반도체들도 힘을 받았다.

삼성전자(+11.4%), SK하이닉스(+9.3%), 원익IPS(+12.7%), HPSP(+9.7%) 등이 놀라운 폭등세를 나타냈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시총1위) 삼성전자가 하루만에 두 자리의 폭등을 기록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원전·전력기기 관련 종목들도 뛰면서 LS ELECTRIC(+16.4%), 대한전선(+15.6%), 두산에너빌리티(+5.8%) 등이 모두 올랐다. 우주·방산 쪽에선 한화시스템(+28.6%), 쎄트렉아이(+13.4%), 한화에어로스페이스(+4.8%) 등이 급등했다.

결국 2일 매도 사이드카 이후 3일엔 매수 사이드카가 발생했다. 2일 한국 주식시장을 크게 눌렀던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매수하면서 주가를 띄웠다.

지난 월요일 '블랙먼데이'를 부르짖으며 공포에 질렸던 투자자들은 다음날 '화이트 튜즈데이'를 맞아 환호성을 질렀다.

공포가 탐욕으로 바뀌는 데는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 2월 셋째 거래일, 공포와 탐욕 넘어 환희의 감정으로


2월 세번째로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투자자들의 반응은 우려반, 기대반이었다.

우선 미국과 이란의 상황이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란이 미국 항공모함을 향해 드론을 띄우자 미 해군은 이를 격추해버렸다.

간밤 글로벌 금융·상품 시장은 중동에 전운이 감돌자 경계감을 드러냈다.

중동 우려에 금과 은 선물은 각각 6%, 10% 급등하고 비트코인이 한 때 7% 급락하기도 하는 등 투자자산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S&P500은 58.63포인트(0.84%) 내린 6,917.81, 나스닥은 336.92포인트(1.43%) 하락한 23,255.19를 나타냈다. 한국시장이 예민할 수 밖에 없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1% 떨어졌다.

사실 뉴욕 주가가 하락한 데엔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업종의 이익 악화 우려가 작용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소프트웨어 업종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오픈AI가 엔비디아 칩 성능에 불만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2월 세번째 거래를 맞아 한국 주식시장은 공포와 탐욕 중 어느 쪽을 선호할지 관심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장 영향에 약세로 출발해 장 초반 5,242.11 내려갔다.

주가지수가 초반 0.9% 하락하면서 경계감을 더 키우나 했지만, 조정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노리는 세력들이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툴 가운데 탐욕지수, 공포지수 등이 있긴 하지만, 한국투자자들은 2월 들어 단시간에 많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

공포와 탐욕을 넘어 어느새 환희가 가득찬 시장이 되는 듯하다.

■ 주식 투자자의 유포리아


지난 2일 매도 사이드카 이후 3일엔 매수 사이드카가 발생했다. 2일 한국 주식시장을 크게 눌렀던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매수하면서 주가를 띄웠다.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연이틀 나타난 사례는 2020년 3월(코로나 펜데믹), 2024년 8월(엔캐리 청산), 2025년 4월(미국 상호관세 발표) 때다.

당시 주가는 모두 단기 저점을 형성하고 상승했다. 주가가 폭락 후 폭등하는 과정은 과도한 레버리지 해소 후 스프링이 튀어오르는 것과 같다.

지난 2일 2조원 넘게 각각 순매도했던 기관과 외국인은 전날 2조 1,708억원, 7,170억원을 순매수했다.

폭락 후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 주가는 계속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공포(Fear)는 주가가 더 떨어질까 봐 무서워 손절하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관망하는 상태를 말한다.

탐욕(Greed)은 돈을 더 벌고 싶은 욕심이 지나친 상태, 또 남들이 돈을 버는 것을 보고 혼자 소외될까 봐(FOMO)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는 상태 등을 말한다.

환희(Euphoria)는 시장이 영원히 오를 것처럼 느껴지는 행복한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쉬운 1월의 주식시장'을 경험한 뒤 2월 초 익숙하지 않던 감정, 즉 공포에 직면했으나 곧바로 탐욕스러운 저가 매수자들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6천, 7천까지 계속 오를 것만 같은 유포리아에 휩싸여 있다.

워렌 버핏은 "남들이 탐욕스러워할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조언이 2026년의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맞는지 의심스러운 기분도 든다.

버핏 할아버지의 조언을 무시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지금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나만 두려워하면, 나만 도태될 것같은 불안감도 엄습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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