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공화당 하원 법사위의 트윗

(장태민 칼럼) 한국 정부·정치가 쿠팡을 이길 수 없는 이유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미국과 한국의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전격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국내시간으론 전날 새벽 금융시장 개장 전 트럼프가 이런 SNS를 하자 투자자들은 무슨 꿍꿍이냐면서 의심했다.
전날 코스피 시장은 트럼프의 위협에 따라 4,900선 아래로 밀리다가 장중 폭등해 종가기준 사상 처음으로 5천선을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들도 타코(TACO) 트레이드 차원에서 대응했으며, 그 결과는 맞았다. 그리고 28일 코스피는 5,100, 코스닥은 1,100선을 뛰어넘는 등 주가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선 '쿠팡 때문에' 트럼프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정치권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미국 기업' 쿠팡을 차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 미국 국회의원들, 쿠팡에 매수됐나
현지시간 27일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House Judiciary Committee) 공화당 측은 X 계정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이 쿠팡 때문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게시 내용은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Targeting)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문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세 인상 발표문을 공유했다.
공화당의 짐 조던(Jim Jordan) 의원이 법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화당의 스콧 피츠제럴드(Scott Fitzgerald)는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를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면서 강도 높게 비난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밝힌 관세 인상의 이유인 '한국 국회의 무역 합의 입법 지연'이 아니라, '쿠팡 사태'가 진짜 이유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공화당 측 여러 의원들의 SNS가 '한국정부는 쿠팡과 같은 미국기업에 대한 보복을 멈추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국회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쿠팡은 일단 미국 정치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 김범석, 미국 정치인들 상당수 구워 삶은 듯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미국 법인인 쿠팡Inc를 통해 수년간 엄청난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장은 미국 정치권을 대상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 전방위적 대관 활동, 즉 로비를 펼쳐왔다.
사실 한국 정치권의 상당수 의원들과 쿠팡이 얽혀 있다는 점도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미국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쿠팡Inc는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5년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최소 1천만 달러 이상의 로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1천만달러가 아니라 1억달러를 미니멈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튼 2025년 초 쿠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축하금 100만달러를 냈다.
이밖에 쿠팡은 트럼프 장남이인 트럼프 주니어가 주최한 비공개 만찬에도 참석해 트럼프의 측근들도 포섭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한국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뒤엔 미국 정치인들을 더욱 열심히 구워삶은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정보유출 사건 이후엔 김범석 의장, 헤럴드 로저스 대표 등이 미국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한국의 미국 기업 규제'에 대한 편견을 갖도록 한 듯한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쿠팡의 로비에 미국 정치인들 상당수가 매수됐을 것이란 추론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하원 무역소위원회 위원장인 에드리언 스미스(Adrian Smith) 의원은 쿠팡으로부터 법정 최대 후원금을 받았다.
이후 그는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권력을 지닌 무역소위원장이 '돈값'을 하느라고 실드를 쳐준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 성공한 미국인 'Bom Kim'
Bom Suk Kim(한국명 김범석)은 미국 국적의 기업인이다.
1978년생으로 가까운 지인들 사이에선 Bom Kim이라고 불린다.
한국과 대만, 일본에서 쿠팡이츠 배달 커머스를 중심으로 서비스 중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쿠팡'을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김범석은 2010년 8월 스타트업으로서 30억원을 투자받아 미국에서 쿠팡을 설립했으며, 한국 법인은 2013년 설립했다.
쿠팡의 성장과정에서 빼놓은 수 없는 인물이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孫正義, 손 마사요시)다.
김범석은 2015년 소프트뱅크를 통해 10억달러,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를 통해 추가로 20억 달러를 투자 받아 회사를 키웠다.
누적 적자가 수조 원에 달해 자산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할 때마다 손정의 회장이 나서서 도와줬다. 손 회장의 투자로 쿠팡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시작해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손 회장은 당장의 이익보다 시장 지배력을 우선시하는 김범석의 플랫폼 장악 전략을 신뢰했다.
김범석은 투자금을 활용해 물류센터 확충, 로켓배송 시스템 구축, 배송 인력 쿠팡맨 증원 등 인프라를 착실히 구축했다.
결국 쿠팡은 규모의 경제를 이뤘으며, 많은 한국인들의 소비 패턴마저 바꿔버렸다.
이후 쿠팡은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장을 통해 미국에서 유치한 대규모 자금으로 한국의 국내 물류망까지 장악했다.
김범석과 손정의 두 한국계 외국인의 콜라보레이션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장악으로 이어졌다.
■ 승승장구하던 쿠팡의 위기...그러나 "한국인 쿠팡 중독 못 벗어난다"
쿠팡은 2024년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면서 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당시 매출액은 약 303억달러(한화 41조원 남짓)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4억3,600만 달러(한화 6천억원 남짓)를 기록했다.
쿠팡은 작년엔 매출 50조원 이상, 영업이익 8천억원 이상의 기대를 받던 회사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쿠팡의 3,370만 건에 달하는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쿠팡의 중국인 개발자가 퇴사 후에도 회수되지 않은 정보 접근 권한을 악용하여 개인정보를 빼돌린 것이다.
쿠팡은 5개월간 정보 유출 사실을 모른 채 초기 공지 시 정보 '노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태를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 최대 정보 유출 사건에 정부와 정치권은 쿠팡에 대해 손을 보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쿠팡 고객들도 반발하기 시작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뒤인 2025년 12월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는 1,798만 명에서 약 1,488만명 수준으로 300만 명가량 축소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뀐 뒤인 올해 1월 DAU가 1,600만명 이상으로 회복됐다. '냄비 근성으로 유명한' 한국인들은 '쿠팡 외엔 대안 없다'는 식의 반응도 나타낸 것이다.
주변의 한 지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검은머리 외국인이 운영하는 쿠팡이 역대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터뜨린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죠. 쿠팡이 밉지만 쿠팡을 대체할 수 있는 회사는 한국에 없어요. 쿠팡을 다시 이용하면서 계속해서 쿠팡을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처음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거칠게 반응하던 많은 한국인들이 쿠팡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 정치인들의 쿠팡 위협은 '뻥카'...쿠팡에 종속된 생태계 탈피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정치권은 당장이라도 쿠팡에 대해 손을 봐줄 수 있는 것처럼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미국인 'Bom Kim'의 대응은 여유로웠다.
Bom Kim은 수차례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에 불응한 뒤 한국 대표도 1973년생 박서준에서 '미국인 외모를 가진 사람'(해롤드 로저스, 1977년생)으로 바꿔버렸다.
민주당에선 '김범석 입국금지법'을 만들겠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인에겐 잘 드는 칼이 미국인에게 잘 들 것 같지는 않다.
쿠팡은 이미 한국 정치인, 미국 정치인을 모두 구워 삶아 놓았다. 한국 소비자들도 쿠팡의 촘촘한 거물망에 걸려 빠져나갈 수가 없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 정권의 2인자들이 만나 쿠팡 문제를 논의해 관심을 끌었다.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를 만나 "쿠팡의 문제가 뭐냐"면서 '미국 기술기업'에 불이익을 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의 쿠팡 처우에 대해 '의미 있는 완화(meaningful relief)'를 원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민석 총리는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서 받는 차별은 전혀 없다. 이번 사안은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명백한 법적 문제"라고 했다.
김 총리는 "로비로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라"고 쿠팡에 경고하는 등 '기개'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이, 그리고 한국 정부가 쿠팡과의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필자 주변에 있는 일부 열혈 애국자들이 '유통은 외국인에게 내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것 같다.
필자의 한 지인은 한국인을 쿠팡 중독에서 구제할 길은 없다고 분석했다.
"쿠팡을 못 쓰게 하면 민란이 날 겁니다. 애 키우는 워킹맘들은 쿠팡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어요. 애 학교 준비물을 전날 저녁에 시킨다고 합니다. 쿠팡이 10년 넘게 적자 보면서 구축한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15년 남짓 전부터 한국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국내 유통 재벌들의 손발을 묶은 뒤 결국 한국 유통 핵심 인프라는 외국인이 차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한숨도 나올 수밖에 없다.
"배민의 기술력, 온갖 택배업체의 전국망, 전국 팔방에 깔린 물류창고...국내 누군가가 쿠팡을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습니다. 전국민의 일상은 배민+쿠팡+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에 포위돼 평화롭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