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태민 칼럼) 다행스러운 '환경 성리학자들'의 변신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신규 원전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탈원전을 외치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냉엄한 현실 앞에 소신(고집)을 굽혔다.
여기서 얘기하는 '신규' 원전건설은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대형 원전 3기를 짓는 것으로 논의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서 2기로 확정된 바 있다.
이후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고 탈원전론자 김성환이 이끄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면서 신규 원전마저 날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탈원전으로까지 가지는 않았다.
■ 정부가 말하는 원전건설 찬성 이유는 '국민 찬성'
기후부는 이번주 월요일(26일)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알렸다.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두차례 정책토론회(25.12.30, 26.1.7)와 2개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1.12~1.16)를 거쳤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 향후 확대가 필요한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순으로 나타나고,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 이상,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원전 계획도 추진돼야 한다는 답변이 60% 이상으로 나왔다고 했다.
김성환 장관은 "기후대응을 위해 탄소배출을 전 분야에서 감축해야하며, 특히 전력분야의 탄소감축을 위해 석탄·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기후부는 ESS·양수발전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과 탄력운전을 통한 원전의 경직성 보완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AI·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믹스와 분산형 전력망 계획 등을 과학적·객관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면서 "이번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과제를 포함해 다양한 형식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향후 국민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11차 전기본상의 신규원전은 조만간 한수원의 부지 공모를 시작으로 약 5~6개월간의 부지평가·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 건설허가 획득,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단 정부의 발표로 많이 경제인들, 한국 경제를 걱정하던 사람들이 안도했다.
김성환 장관은 고집스런 탈원전론자지만, 현실적으로 값싼 에너지원인 원전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들도 이어졌다.
■ 대통령, 생각에 변화 온 듯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맹점이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짓는데 15년 걸리고 지을 데도 없다"면서 "실현 가능한 것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이고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대통령의 이런 고집을 보면서 한국경제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크게 우려했다.
탈원전을 외쳐온 사람을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장으로 앉히고 대통령 자신도 탈원전을 부르짖자 일부에선 '한국 경제가 망하는 길을 택했다'는 개탄 섞인 목소리마저 나왔다.
다행히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태도를 바꿨다.
한국이 원자력을 버리는 순간 한국 제조업, 한국 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대통령도 알아차린 듯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좀 달라졌다.
현실을 모르는 '환경 성리학자'로서 환경운동가들의 주장만 되풀이하던 장관이 최근 '한국은 동서간 길이가 짧아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햇빛이 비치는 시간이 짧다'는 식의 말까지 했다.
한국 '전기값' 상승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아는 내용이지만, 뒤늦게 장관이 이런 현실을 공부하게 돼 다행이었다.
한국은 태양광, 풍력의 질이 좋은 나라가 아니다.
예컨대 한국엔 미국 남서부나 중국 신장 지역처럼 '질 좋은' 햇빛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한국이 태양광, 해상풍력을 활용해 생산하는 에너지는 비싸 이 비중을 한없이 높이면 한국 제조업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산업용 전기가격이 급등해 제조업들은 한층 높아진 난이도에서 생존할 것을 요구받는 중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
태양광, 해상풍력 등 '비싼'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한없이 높이는 순간 한국 제조업은 더욱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 AI 시대, 원전이 답...탈원전은 어려운 한국경제 더 큰 위기로 모는 일
이제 많은 사람들이 AI시대엔 에너지가 관건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한국과 같은 나라는 AI 시대에 원전 없이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물론 한국이 제조업을 버리고, 첨단산업도 버리고, 경제 성장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자 한다면 탈원전을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과연 이런 삶을 원할까?
지금은 첨단산업을 두고 여러 나라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이 판에 경쟁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원전이 필수인 나라다.
원전은 '값싼'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탄소중립'까지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세계는 '원자력 없는'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알고 있다.
■ 독일은 우리의 반면교사
독일의 사례, 즉 독일의 탈원전은 자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는 최근 탈원전 정책을 '심각한 전략적 실수'라고 인정했다.
독일은 원전 폐쇄로 인한 전력 생산 설비 부족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에너지 전환 비용을 치렀다.
독일 정부가 탈원전을 통해 전기료를 20%, 30%씩 올리자 많은 독일 기업들이 무너졌다.
정부 차원에서 멍청한 짓을 한 것이다. 이후 기업들이 파산하자 독일 정부도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했다.
독일 정부는 제조업 붕괴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2029년까지 420억 유로, 즉 우리 존 70조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투입해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각국이 다시 원자력으로 회귀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심지어 신재생 강국들마저 '효율적인' 원자력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 신재생 선진국, 한계 인정하고 원자력에 눈독
문재인 정부 이후 원자력 강국 한국은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원자력을 후려치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려고 애를 썼다.
일각에선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보면서 '자살하는 경제정책'이라고 우려하기까지 했다.
필자도 경제 생태계 내에서 제조간접원가를 올리기 위해 애를 쓰는 정부를 보면서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시대에 비싼 에너지를 쓰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매국노와 같다.
최근엔 신재생을 부르짖던 선진국들의 분위기마저 꽤 달라졌다.
최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40년간 원자력발전 금지정책을 고수했던 덴마크가 최근 원전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즉 덴마크 정부는 1985년부터 유지해 온 원자력 발전 금지 조치를 재검토하면서 '새로운 원전기술의 잠재력과 위험성'을 분석하기 위한 공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강국인 덴마크의 기후에너지 장관은 태양광과 풍력이 에너지의 중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차세대 기술인 SMR 도입을 도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웨덴은 싼 에너지 기반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2045년까지 최대 10기의 신규 원자로를 가동한다는 목표를 알린 뒤 9월엔 약 230억 달러가 넘는 국가 대출 지원 체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핀란드는 2026년까지 원자력에너지법을 개정해 신규 원전 건설 절차를 간소화하고 SMR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 한국경제의 미래, 원전과 같이 가야 한다
이번주 정부가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2037~2038년 중 준공하겠다고 밝힌 것은 안도감을 줬다.
정부가 '기저전력 확보'의 중요성을 감안해 원전 건설을 이어가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재생에너지가 가진 '간헐성의 문제'에 대해서 눈을 뜬 것도 다행스럽다.
사실 시대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탈원전 정책이 '한국경제의 자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나마 '머리가 있어' 문재인·윤석열 대통령처럼 고집스럽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 복원에 기여했다고 알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해상풍력 200조원'을 띄워 한국 에너지 정책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한 바 있다.
정책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내가 친한 사람이나, 내가 응원하는 정당이 아니라 '정책 그 자체'를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경제가 처한 '에너지 현실'을 공부한 뒤 정책 방향을 튼 데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 만큼 자신이 주장했던 '인식의 오류'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인정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원전을 저주하면서 했던 얘기들이 떠오른다. 대략 이런 얘기들이었다.
"탈원전은 가야 할 길이다. 이 세상에 안전한 원전이란 없다. 수만 년 보존비용에 위험비용 따지면 원전은 미친 짓이다. 원전 제로시대를 열겠다. 원전 가동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이다. 원전을 새로 계획해서 짓지는 않는다. 원전을 지을 데가 없다."
이 대통령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이런 주장들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들은 틀렸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원자력 최강국 중 하나다. 이번주 정부가 신규 원전건설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정부가 원전정책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원자력 기술 강국의 장점을 살려 늦었지만 다시 '값싼 에너지 방정식'을 세우는 게 한국 정부가 할 일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