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23일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친 뒤 향후 거대한 예산 편성과 운용을 진두지휘하게 될지 관심이다.
하지만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 때문에 그가 실제 장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그간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비리의 끝판왕'이라며 청문회 자체를 반대하다가 결국 이날 열리고 있는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 '합리적 경제통 이미지' 이혜훈에 손 내밀어
이혜훈 후보자는 오랜기간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경제통'이었다.
이 후보자는 KDI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엔 '사상 첫 여성 경제부총리'에 거론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바른정당 당대표를 거쳐 최근까지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중구성동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의 기획재정부의 예산 부문을 쪼개 이혜훈 후보에게 맡길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이 국가의 중대한 예산을 다루는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으로 야당의 경제통 이혜훈 후보를 기용하려고 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 후보는 그 손을 꼭 잡았다.
■ 야당 경제통이었던 사람이 비리 백화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장관 후보 지명 후 이혜훈 후보의 개인 신상과 관련한 온갖 의혹이 터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좌진에게 폭언을 하는 음성 파일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어린 보좌진에게 "아이큐가 한 자리냐. 정말 죽이고 싶다"는 등의 욕설을 한 게 문제가 됐던 것이다.
또 장남의 학술지 논문 게재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 청문회에선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2010년 연대 신입생 수시모집 과정에서 장남이 사회기여자 전형으로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사회기여자는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국위선양자 후손이다. 누가 국위선양했는가"라고 물었다.
최 의원은 "장남의 조부가 내무부장관 했다는 게 국위선양인가. 시아버지가 국위선양한 사람인가. 연대 입학 프로세스 무력화시킨 것"이라며 "당시 애 아빠가 연대 교무부처장이었다"고 했다.
이 의원의 장인은 고 김태호 내무부 장관이다. 그는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후보자의 남편은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다.
장남이 할아버지의 '빽'으로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연세대 경제학과에 당당히 입학했던 것 아닐까?
■ 각종 투자 관련 의혹들도
이 밖에도 이 후보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많았다.
2000년대 초반 인천 영종도 땅이 신공항 개발 전 수용돼 3배 이상의 차익을 남긴 점도 의혹 덩어리였다. 그런데 이 의혹마저 과소 평가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영종도 토지는 실거래 44억에 매각됐다. 매입이 7.5억으로 양도차익이 36.5억이었다. 양도세는 비사업용이라 장특공제가 허용 안되고 적게 잡아도 양도세는 10억원 이상 나온다"고 했다.
이 후보는 "(영종도 토지) 그 때는 신고를 기준시가로 한다고 돼 있었다(매각가 30.4억, 매입 12.6억. 양도세 4.8억)"고 답했다.
이밖에 배우자와 세 아들이 2016~2017년경 대부업체 '제이투비씨'가 발행한 회사채에 약 3억원을 투자해 연 9%의 확정 금리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당시 실제 이자율이 15%에 달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평소 대부업을 '약탈적 금융'이라 비판해 왔던 점을 감안해 '이중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혜훈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처럼 소위 '따뜻한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다.
이러다 보니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준 것은 평소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무튼 당시 회사채 투자원금 3.5억원은 배우자가 세 아들에게 현금으로 증여한 것이나, 이후 수익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배우자가 아들들의 회사채를 다시 매입해 주는 방식으로 자산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 있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혜훈 아들이 투자한 대부업체 회사채 금리가 9%였다. 당시 대부업체 평균 연 6.3%로 차입해 25.2%에 대출(최고금리 27.9%)해 줬다. 이 후보 가족이 서민 고혈을 쥐어짜는 상품에 투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 의혹 중의 핵심은 단연 '원펜타스'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 중 세간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끈 것은 '원펜타스 부정청약'이었다.
이 후보가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서울 반포동의 '로또 아파트' 래미안 원펜타스에 당첨됐다는 의혹이다.
결혼한 장남을 미혼으로 유지하고 실제 거주지가 세종시임에도 주소지를 서울 후보자 집으로 유지하게 해 가점 74점을 맞췄다는 의혹이다.
사실 이 후보는 소유한 집이 없어도 재산이 100억원을 훌쩍 넘는 부자였다. 이 후보가 시집간 집안 자체(김태호 전 의원과 김영세 연대 교수)가 돈이 많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2021년 "집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집주인한테 전화가 오면 밥이 안 넘어가더라"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알려져 '가난 코스프레를 한 위선자'라는 비난도 받았다.
이랬던 이혜훈 후보자가 집 없는 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가족의 입주 기회를 부정청약을 통해 위법하게 빼앗은 것 아니냐는 비난들이 제기됐다.
■ 장관보다 원펜타스
2024년 8월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당첨된 137A형, 즉 41평형은 당시 공급가액만 36억 원이었다.
현재 가치는 90억 원대로 추정되나 최근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감안해 1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얘기들도 들린다.
따라서 세간에선 '돈도 많은' 이 후보가 편법 혹은 불법을 통해 누군가의 내집 마련 꿈을 앗아간 것이란 식의 비판도 많았다.
청약 당첨의 기회를 얻고자 무주택으로 성실히 청약저축을 납부해 온 사람은 뭐가 되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은 "이혜훈 후보는 원펜타스 관련 핵심 자료를 하나도 안 냈다. 어차피 경찰에 내야 될 자료인데 왜 국회엔 안 주느냐"고 했다.
박성훈 의원은 "주택법과 관련해 장남이 원펜타스에 살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주택법상 거짓,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 받았으면 아파트는 환수되고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겁을 줬다.
하지만 이 후보가 장관이 되면 위법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없을 수 있다면서 이를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이혜훈 후보가 집을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원펜타스를 지키려 할 것 같다"면서 "이제 728조원(예산)을 다루는 힘 있는 장관이 되면 원펜타스 부정청약도 수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천 의원은 "장남이 세종에 전셋집, 서울에 용산 전셋집이 있었다. 이 2개 집이 있는데 부양가족에 넣었다"고 하자 이혜훈 후보는 "그 때만 하더라도 원펜타스 청약이 나올지 몰랐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오해를 풀기 위해' 장남과 얽힌 아픈 가족사를 공개했다.
이 후보는 "(청약 부양가족수 문제에 대해) 23년 12월 장남이 혼례를 올리고 난 뒤 두 사람의 관계가 깨졌다. 혼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당시 판단했다.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사돈댁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 당시의 며느리와 지금의 며느리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감능력 없는(?) 천하람 의원은 "며느리가 시아버지, 시어머니 (원펜타스) 청약 대박 날 수 있도록 효도를 한 것"이라며 "이런 착한 며느리를 국민 앞에서 매도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혜훈 후보는 원펜타스와 관련해 "부정청약을 했다는 생각은 1도 없었다"고 했다.
■ 흥미로운 개인 의혹에 비하면 경제정책관은 '사족'인데..."지금은 적극재정 필요"
한편 야당의 대표 경제통이었던 이혜훈 후보의 재정정책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평가들도 이어진다.
이 후보는 이날 청문회에서 "현재 물가는 안정돼 있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 원칙이 달라진 게 아니라 경제상황이 (윤석열 정부 때와) 달라져 있다"면서 '지금은 적극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하다가 겨우 회복 기로에 서 있다. 잠재성장 반등을 위해 재정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재정 생산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동시에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재정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에 제 역할을 하면서 데이터와 성과에 기반한 재정정책을 하고 싶다. 똑똑한 예산과 재정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국회에서의 12년간 (재정전문가) 경험을 오롯이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힘들게 이 자리에 선 만큼 '정말 하고 싶은 심정'을 드러냈다.
"저의 재정정책 경험과 전문성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필자같은 사람이 볼 땐 '장관보다는 원펜타스'가 맞는 선택이다. 그런데 이제 이 후보가 장관이 되지 않으면 원펜타스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후보는 장관을 너무 하고 싶어 한다. 과연 이 후보자에게 기회가 주어질까.
인사 청문회 오후 세션이 시작됐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