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한은 국제국장 “환율 안정 위해 원화 약세 기대심리 완화되어야”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최근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으면서 외환시장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과거 외환·금융위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현상이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외화자금시장에는 달러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반면, 현물환시장에서는 달러 매입 수요가 집중되며 환율이 상승하는 ‘수급의 불일치’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19일 한은 홈페이지 블로그에 공개한 글에서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매우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을 외환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원화 약세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국장에 따르면 현재 외화자금시장에서는 외환스왑을 통한 달러 조달 여건이 역사적으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 달러를 빌려주려는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달러 자금에 붙는 가산금리(차익거래유인)가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는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 차입 비용이 급등했던 1997년이나 2008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이다.
이 같은 달러 풍부 현상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업들의 외화예금 적립 확대, 외환건전성 제도의 탄력적 조정, 외국인의 채권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의 상당 부분이 외환스왑을 통해 유입되면서 외화자금시장 내 달러 공급을 크게 늘렸다.
반면 현물환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면서 달러 매입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은 유출 흐름을 보이며 달러 매도 물량은 제한적이었다. 이로 인해 달러를 ‘빌리는’ 시장은 풍요로운데, 달러를 ‘사는’ 시장에서는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윤 국장은 “환율은 단기적으로 현물환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며 “글로벌 달러 강세, 한·미 금리 격차, 해외 주식 투자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25년 4분기 이후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와 역외 NDF 시장에서의 달러 매수세가 강화되며 환율 상승 압력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환율 상승을 근거로 외환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국장은 “외환위기는 대외지급능력이 약화돼 달러 차입이 어려워질 때 발생하는데, 현재는 달러 차입 비용과 국가 신용지표가 모두 안정적”이라며 “환율 상승만으로 위기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자기실현적 기대가 형성돼 자본유출과 환율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경각심을 나타냈다. 윤 국장은 “근거 없는 비관론은 국내 물가 상승과 내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정책당국의 일관된 대응과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지난해 말 외환시장 구두개입과 수급 안정화 조치를 시행한 것도 이러한 기대 심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 조정,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 등이 외환 수급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윤 국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환율도 현재 수준보다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화자금시장의 풍요와 현물환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화 약세 기대를 진정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