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1-12 (월)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이란 시위, ‘경제 분노’에서 체제 균열로

  • 입력 2026-01-12 15:32
  • 김경목 기자
댓글
0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이란 시위, ‘경제 분노’에서 체제 균열로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트럼프의 계산과 이스라엘의 경계가 교차하는 중동의 분기점

2026년 1월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경제 항의를 넘어, 이슬람 신정체제 자체를 뒤흔드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리알화 가치 폭락과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도화선이었지만, 시위의 성격과 정부의 대응,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태도는 이번 사태가 ‘체제 위기’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시위의 시작: 환율 붕괴, 민심 깨워

이번 시위는 2025년 말 리알화 환율이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로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수입 물가 급등, 식료품 가격 폭등, 연료·의약품 부족이 동시에 나타났고, 전통적으로 정권의 지지 기반이었던 테헤란 상인층(바자르) 이 먼저 상점 문을 닫으며 항의에 나섰다.

이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란 현대사에서 바자르 상인들의 집단 행동은 단순한 경제 불만이 아니라 정권 안정성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이후 시위는 학생, 노동자,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불과 며칠 만에 전국 31개 주, 40여 개 도시로 번졌다.

강경 진압과 정보 차단…사태 급속히 악화

이란 당국은 초반부터 실탄 사용, 대규모 체포,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 투입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60~70시간 이상 전국적인 인터넷·통신 차단이 겹치면서, 시위는 외부에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블랙아웃 국면’ 으로 들어갔다.

이 시점부터 사망자 수는 급격히 늘었다. 인권단체 HRANA는 최소 538명 사망을 집계했고, 이란인권(IHR)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까지 포함하면 희생자가 2,000명을 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병원에는 총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넘쳐났고, 일부 영안실에서는 시위 참가자 시신 수백 구가 목격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종교적으로는 ‘모하레베(알라의 적)’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는 단순 진압이 아니라 사형까지 염두에 둔 공포 통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이중 메시지: 압박과 기회의 계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이 사태의 국제적 성격을 한층 키웠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었을 수 있다”며 군사 개입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란 측에서 협상을 원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언급하며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는 트럼프 특유의 압박과 거래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사태 직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는 이란을 인권 문제이자 지정학적 기회로 동시에 바라보고 있다. 시위가 정권을 약화시키는 국면에서, 군사적 위협은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된다.

특히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안정성은 트럼프에게 국내 정치와 직결된 이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지만, 반대로 중동에서의 ‘강한 지도자 이미지’는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계산: 지지하되, 불안정은 경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시위대에 대해 “영웅적 행보”라며 공개 지지를 보냈다.

이는 이란 정권 약화가 이스라엘의 안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등 반이스라엘 세력의 핵심 후원국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스라엘 군 당국의 메시지는 보다 신중하다. 공식적으로는 “이란의 내정 문제”라 선을 긋지만, 동시에 “필요시 강력한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체제 붕괴 이후의 혼란을 이스라엘이 더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이 무질서한 상태로 붕괴할 경우 핵 시설 관리 공백, 무장 세력의 독자 행동, 국경 지역 불안정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약해진 적’은 좋지만 ‘통제 불능의 이웃’은 또 다른 위협이다.

조금씩 반응 보이는 시장..분기점에 선 '이란'

시장에서는 이란 사태를 중동 리스크의 재점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가는 단기간 반등했고, 에너지·운송·보험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달러, 미 국채, 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사태가 “이란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구조적 불안 국가”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중동 전반에 대한 투자 프리미엄을 높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상시적으로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란 시위는 더 이상 일시적 소요가 아니다. 경제 붕괴 → 사회 분노 → 강경 진압 → 국제 개입 가능성이라는 위험한 고리가 형성됐다.

트럼프는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고, 이스라엘은 체제 약화를 환영하면서도 그 이후의 혼돈을 경계한다.

이번 사태의 결말이 체제 유지 속 부분적 타협으로 끝날지, 아니면 1979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란은 이미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외면할 수 없는 글로벌 리스크의 중심에 올라섰다는 점 하나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