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장태민 칼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이전 띄우는 세력의 위험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일각에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새만금 등으로 옮기자는 주장을 펼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2월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주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량이 원전 15기 분량에 달한다"면서 비수도권으로 옮기자고 했다.
김 장관은 특히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송전망을 새로 짓는 것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비용이 너무 크다"면서 새마금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이 전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가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입지 이전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를 새만금으로?..민주당 전북 의원들 '지방 주도 성장론' 내세우며 이전 주장
김 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여당 일각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안호영 의원 등 전북지역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은 장관의 발언을 반기면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강력히 주장했다.
안 의원은 "전기가 흐르는 새만금이 정답"이라며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전북 이전 특별위원회 설치'에 나섰다.
안 의원은 전날(5일) "윤준병 전북도당 위원장이 함께 전북도당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공식 설치했다. 형식적인 기구가 아니다"라며 "전북의 모든 정치적 역량을 집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그는 "특별위원회는 앞으로 전북 도민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범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모인 뜻을 대통령실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라며 "용인 반도체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 주도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북 정치권이 힘을 실어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이전은 전북의 산업 지형을 바꾸고, 전북의 미래를 새로 여는 결정적 분기점"이라며 "전북은 이미 재생에너지 생산량 전국 최고 수준의 지역"이라고 했다.
전북이 가진 장점을 반도체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이기주의에 맞서 전북 정치권이 하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안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인물이다.
그러면서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는 '이상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윤석열 내란과 삼성전자 전북 이전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 도지사 후보의 '공약'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공약 남발은 국가 핵심 산업의 안정성과 신뢰를 위협해 한국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이전은 여당 내에서도 '이견'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이미 착공에 들어가 국가가 예타 면제까지 결정한 국가 전략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새만금의 꿈'을 이유로 '반도체 산단 이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당 내 용인 지역 지역구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용인 지역구 4곳은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일단 용인 지역구 의원인 이언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당내 분란 차단에 나섰다.
이 의원은 "반도체는 국가안보이자 경제안보"라며 "우리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며, 글로벌 경쟁은 개별 공장이 아니라 클러스터의 국가 대항전"이라고 했다.
반도체 산단을 지역 균형발전이나 특정 지역 배려의 차원으로 봐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일부 의원의) 전기 있는 지방으로 옮기면 된다는 식의 주장은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모르는 관념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을 비롯해 용인 지역구 의원들은 전라북도 의원들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반도체 입지, 용인이 맞다
이언주 의원은 "반도체는 염분이 많은 해안 지역을 피해야 하고, 풍부하고 안정적인 용수, 고품질·무정전 전력이 필수이며, 우수한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면서 "경기 남부와 충청 북부로 이어지는 반도체 벨트는 판교의 연구개발, 용인·화성·수원의 생산, 이천·평택의 메모리, 그리고 수십 년간 자연 형성된 소부장 생태계와 우수한 엔지니어 인력풀 위에 구축된 세계적 산업 생태계"라고 했다.
그는 "이를 정치 논리로 흔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국가균형발전은 기업에 인센티브로 유도할 문제이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갈라 갈등을 키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출범해선 안 되는 조직이었다.
이미 유럽 몇몇 국가들이 '기후나 환경'과 산업의 핵심인 '에너지'를 묶었다가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유럽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도, 그들처럼 산업을 죽이고 싶은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했다.
그리고 태어나서는 안 될 조직의 장관이 경제적 효율성을 간과한 '지역 안배' 논리 같은 것을 들고 나오면서 엉뚱하게 일을 키우고 있다.
이언주 의원도 "산업을 뒷받침해야 할 장관이 국가 전략산업을 흔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며 "더욱이 민간 기업에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 한국경제 괴롭히는 위험한 '탈원전'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 장관이 이미 진행 중인 국가산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옮기는 방안까지 거론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탈원전'을 주창하는 것까지는 봐 줄 수 있지만, 국가의 산업전략을 뒤흔드는 행위를 그냥 둬선 안 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때문에 한시가 급한 때에 무책임한 공약 남발로 산업 지도를 흔드는 일은 매국 행위다.
투자 지연으로 기업 신뢰가 무너지면 한국 반도체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김 장관에 대한 비판은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은 6일 "김성환 장관의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은 설계도가 완성돼서 집이 올라가고 있는데 전기 콘센트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터를 옮기자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새만금은 반도체 산단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반도체 업계 등 웬만한 산업계 사람들은 다 안다.
김 수석은 "전기와 용수가 생명인 반도체에서 용인은 15GW가 필요하다. 새만금은 현재 용량이 0.3GW, 50분의 1 수준이다. 정전 0.01초도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정상, 진폭이 큰 신재생 에너지에 의존하는 건 도박"이라고 했다.
그는 "하루 76만 톤, 즉 축구장 100개의 분량 물이 들어갈 용인 대신 새만금은 가용 용수가 2만 톤 남짓"이라며 "이미 2차 전지 클러스터가 되는 새만금에 정부 역량을 총 투입해야 할 때, 이 같은 논란을 지피는 것은 새만금도, 용인도 둘 다 못 하게될 거라는 사인"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현재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
김성환 장관이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은 전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가자고 했지만, 문제는 그 전기의 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비싼 전기'는 죽음을 의미한다. 기업은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싸게' 공급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원가 개념이나 회계, 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경쟁 구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비싸고 비효율적인 태양광·해상풍력에 산업의 미래를 맡기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뒷목을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