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28 (일)

(상보) 엔비디아, AI칩 스타트업 ‘그로크’ 29조원에 인수 합의

  • 입력 2025-12-26 07:46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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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엔비디아, AI칩 스타트업 ‘그로크’ 29조원에 인수 합의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추론용 반도체 시장 주도권 강화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 그로크(Groq)와 약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수·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AI 추론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CNBC와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추론 칩 설계 전문 기업 그로크의 핵심 자산과 기술, 인력을 현금 200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엔비디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거래다. 다만 그로크는 회사 자체는 독립적으로 존속하며 클라우드 사업 역시 계속 유지될 예정이다.

그로크는 같은 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엔비디아와 자사의 추론 칩 기술에 대한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며 “고성능·저비용 AI 추론 기술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공동의 목표”라고 밝혔다. 조너선 로스 최고경영자(CEO)와 써니 마드라 사장을 포함한 핵심 인력은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기술의 발전과 확장을 지원한다. 그로크의 경영은 사이먼 에드워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는다.

그로크는 구글의 AI 반도체 TPU(텐서처리장치) 개발에 참여했던 조너선 로스가 2016년 창업한 회사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추론에 특화된 LPU(언어처리장치)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LPU는 추론 단계에서 GPU 대비 가격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 69억달러를 인정받았다.

AI 반도체 시장은 학습(훈련)용과 추론용으로 나뉘는데, 엔비디아는 GPU를 앞세워 두 영역 모두에서 1위 사업자다. 그러나 추론 시장에서는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저전력·고효율 맞춤형 칩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GPU가 추론 단계에서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후발 주자들의 기회로 작용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3월 개발자 행사 ‘GTC 2025’에서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추론 단계에서 필요한 연산량이 이전보다 100배 늘고 있다”고 언급하며 추론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통해 엔비디아가 추론용 반도체 경쟁에서도 우위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에도 간접적인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로크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첫 고객사로, 삼성은 그로크에 전략적 투자도 진행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엔비디아와 그로크의 결합은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며 “추론용 칩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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