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국제 구리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톤당 1만2000달러를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우려와 글로벌 광산 공급 차질, 전기차·재생에너지·AI 등 녹색 인프라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전 거래일 대비 2% 오른 톤당 1만2159.5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2027년부터 수입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했고, 미국의 수입량 증가로 다른 국가와의 공급 확보 경쟁도 심화됐다.
구리는 전기차, 전력망,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인프라와 데이터센터·AI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전기차 한 대에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3~4배 많은 구리가 사용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서는 단위 전력당 구리 사용량이 더 많아 산업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미주·아프리카·아시아 주요 광산에서는 공급 차질이 이어졌다. 콩고 카모아-카쿨라 광산 일부는 지진으로 침수되었고, 칠레 코델코 광산과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은 안전사고와 산사태로 채굴이 중단됐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주요 광산 생산량이 3% 감소했으며, 내년에도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내년 글로벌 구리 수요가 공급을 약 60만톤 초과하며 2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그룹은 달러 약세와 미국의 금리 인하가 구리 매력도를 높일 경우 가격이 1만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미래 공급 부족과 기술·인프라 수요 확대를 고려해 구리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금과 은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귀금속 시장과 함께 산업용 원자재 시장의 강세를 보여줬다.
현재 구리 가격은 톤당 1만2000달러를 넘어서며 글로벌 경기와 공급 불안, 친환경 인프라 수요가 맞물린 ‘슈퍼사이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