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 11월 물가 2.7%로 둔화…셧다운이 만든 ‘착시’ 경계해야](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21907062509005fe48449420211255206179.jpg&nmt=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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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 11월 물가 2.7%로 둔화…셧다운이 만든 ‘착시’ 경계해야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내려오며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통계 작성 과정 전반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이는 9월의 3.0%에서 뚜렷하게 둔화된 수치로, 시장 예상치(3.1%)도 크게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2.6%로 낮아지며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차분했다.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번 물가 지표는 신중함을 넘어 ‘소금통 전체를 쏟아부을 정도의 경계심’이 필요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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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이 만든 통계 공백과 왜곡
이번 CPI는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의 직격탄을 맞았다.
BLS는 셧다운 여파로 10월 CPI 자체를 산출하지 못했고, 11월 물가 조사 역시 예정보다 늦게 시작됐다고 밝혔다. CPI 가격의 약 3분의 2가 현장 방문을 통해 수집되는 만큼, 데이터 공백과 불완전성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10월 데이터가 빠지면서 다수 품목에 대해 전월 대비 물가 변동률을 계산할 수 없었고, 11월 수치도 일부 비정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임대료와 자가주택 소유자 임대료 상당액(OER) 상승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주거비가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11월 물가 조사가 정부 업무 재개 이후인 중순부터 이뤄지면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의 가격이 평소보다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시적인 할인 효과가 연간 물가 상승률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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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꺾였다기보다는 잠시 가려졌을 뿐”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CPI가 인플레이션 추세의 ‘전환점’이라기보다는 데이터 왜곡으로 인해 실상이 가려진 결과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소비자물가는 0.2% 상승해 월평균 0.1% 수준에 그쳤지만 이는 최근 수개월간 이어졌던 0.3% 상승 흐름과 크게 대비된다.
웰스파고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물가는 둔화되고 있지만 이번 수치만큼 급격하지는 않다”며 “CPI는 사후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지표인 만큼, 향후 한두 달간은 통계가 상당히 불안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월 발표될 12월 CPI에서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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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고민 더 깊어져…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
이번 물가 지표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물가 둔화 신호는 금리 인하 여지를 키우지만, 동시에 노동시장은 점차 냉각되고 있다. 11월 실업률은 4.6%로 상승해 고용 둔화 우려를 키웠다.
연준 내부에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위원들은 물가 압력이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시장 약화를 이유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공통된 인식은 분명하다. “셧다운 이후 처음 나온 물가 지표 하나만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11월 CPI 자체보다 12월 이후에도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다.
관세 부담, 주거비 상승, 에너지 가격 변동 등 구조적인 물가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생활비 부담을 체감하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통계 수치 사이의 괴리도 크다.
울프 리서치의 수석 경제학자 스테파니 로스는 CNN에 “표면적인 수치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정부 셧다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SM US의 수석 경제학자 조 브루수에야스는 “이번 보고서는 결함이 있었다”며 “기본 데이터가 표면적 수치와 제대로 일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BLS는 완전한 보고서를 작성할 자원이나 시간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즈의 조너선 힐 미국 인플레이션 전략 총괄은 “이번 CPI 보고서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연준은 1월에 발표될 12월 데이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물가가 꺾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숫자는 낮아졌지만, 그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부분을 읽어내는 것이 지금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