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티븐 마이런 이사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경제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며 보다 빠른 정책 완화를 촉구했다. 그는 기초 인플레이션이 이미 연준의 물가 목표치에 근접했으며, 정책 당국이 노동시장 둔화 신호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런 이사는 15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서 “표면적인 인플레이션 수치는 실제 공급·수요의 기초 흐름을 과도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잡음을 제거하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 부근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수준은 팬데믹 이후 크게 상승했지만, 이제는 더 높은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후행적 지표라는 점을 지적했다. 팬데믹 기간 급등했던 임대료가 점차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현재의 물가 지표에는 2~4년 전 주택시장 불균형이 반영돼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트폴리오 운용 수수료 등 일부 서비스 물가 항목 역시 통계적 특성으로 인해 체감 물가 상승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런 이사는 “이 같은 요인들을 제외하면 기초 인플레이션은 2% 초중반 수준으로, 목표치 주변의 오차 범위에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고용 감소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동시장 악화가 빠르고 비선형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인하했지만, 추가 인하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를 웃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과 노동시장 둔화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연준 내부에서 엇갈리고 있다.
마이런 이사는 최근 회의에서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임명된 그는 상품 가격 상승세가 일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주거 서비스 부문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통화정책에는 수분기의 시차가 존재한다”며 “2022년의 인플레이션 충격에 과도하게 매달리기보다, 향후 경제와 노동시장의 균형을 고려한 보다 중립적인 정책 기조로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