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17 (수)

[자료] 신성환 "금통위 포워드가이던스와 실제 금리경로 다소 괴리...현재 예측력 개선 위해 다양한 노력중"

  • 입력 2025-12-15 14:0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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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의 정책 커뮤니케이션 및 대출제도 운용 경험과 향후 과제

2025. 12. 15.

금융통화위원 신성환


. 도입 및 인사말씀


□안녕하십니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신성환입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개최되는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통화정책이라고 하면 대부분 금리정책만 떠올리지만, 대출제도와 커뮤니케이션도 통화정책의 중요한 정책 수단들입니다. 대출제도는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고, 정책 커뮤니케이션은 경제주체들의 기대 형성에 영향을 미쳐 정책의 유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와 고인플레이션기를 거치며 금리 이외 여타 정책 수단들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면서 대출제도와 정책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가 금융통화위원으로서 경험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한국은행의 정책 커뮤니케이션 및 대출제도 운용 경험과 향후 과제」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먼저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장은 한국은행으로부터 미래의 금리 경로에 대한 가급적 많은 정보를 원합니다. 저희는 현재 3개월 후 금리에 대한 개별 금융통화위원의 견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dot plot, 구체적 미래 금리경로, 시나리오 별 금리 경로 등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시장에서는 3개월 후 금리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견해, 또는 3개월 시계를 넘어 6개월 후 또는 1년 후 금리에 대한 견해 등 포워드 가이던스의 깊이와 폭이 확대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저희도 시장의 경제주체들이 저희 금융통화위원회가 생각하고 있는 금리경로에 맞춰진 기대 금리경로를 형성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워드가이던스의 깊이와 폭을 선뜻 확대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전제되어야만 포워드가이던스가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실제 금리 결정이 포워드가이던스와 지나치게 괴리되거나, 그러한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경우 시장의 포워드가이던스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인해 포워드가이던스는 더 이상 효과를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포워드가이던스가 금리결정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 경제 여건과 괴리된 통화정책으로 인해 결국 경제주체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즉 금융통화위원회는 저희가 제공하는 정보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예측력을 갖기를 원하고 또한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를 수반하지 않는 금리결정의 유연성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포워드가이던스의 예측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경제는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대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3개월 후 경제전망과 실제 경제상황 간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합니다. 또한 올해에는 예상치 못했던 주택시장과 환율 문제가 금리결정의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제시한 포워드가이던스와 실제 금리경로가 다소 괴리를 보였습니다. 한국은행은 현재 다양한 추가 데이터 수집 등 예측력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금리결정의 유연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포워드가이던스가 조건부라는 점을 시장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 저희가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를 시작하는 시점에 비해 이 부분에 대한 시장의 이해는 크게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계량분석이나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우려하였던 약속으로의 오인 문제나 정책 신뢰성 저하 부분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포워드가이던스의 깊이와 폭을 확대하는 경우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희가 필요로 하는 유연성의 정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시장이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은 저희로서도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현재 저희 금통위원회에서는 위의 두 가지 관점에서 포워드가이던스의 깊이와 폭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정성적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에 대해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포워드가이던스에 더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통화정책 결정문, 금융통화위원회 후 개최되는 총재의 간담회, 그리고 대략 3개월 간격으로 시행되는 금통위원 간담회입니다. 이들 커뮤니케이션이 실제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정량적 금리결정 못지 않게 정성적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희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와 정책 신뢰유지를 위한 제약으로 인해 일정 수준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가 제공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시장이 해석하는 바가 괴리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향후 저희의 정책 의도와 시장의 해석간 괴리가 최소화되도록 커뮤니케이션에 각별히 노력하겠습니다.

□과거의 포워드가이던스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보를 제공하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향후에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보다 발전시켜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금융안정 목적의 대출제도


□다음으로 말씀드릴 주제는 한국은행의 대출제도입니다.

□한국은행의 대출제도는 그 목적에 따라 크게 금융안정을 위한 제도와 금리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구분됩니다. 이 중 금융안정 목적의 대출제도는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흔히 말하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의미합니다.

□최종대부자 기능은 미 연준이 20세기 초 은행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설립되었듯이 현대적 중앙은행 제도의 태생적 목적 중 하나였으며, 이후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실리콘밸리(SVB) 은행 사태 등 경제위기나 시장불안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또한 2022년 국내 부동산 PF 사태, 2023년 미국 SVB 사태 및 유럽 크레딧스위스 파산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시장의 상호연계성이 심화되고 IT 기술 발전으로 거래 속도가 크게 증가하면서 위기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도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경우 과거 외환위기나 은행 유동성 위기 시 긴급여신 등을 주로 활용해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상설여신(standing facility)인 자금조정대출을 도입하였습니다. 긴급여신이 사후적 위기 수습 수단이라면 상설여신은 적격담보만 갖추면 언제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전적인 안전판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긴급여신과 상설여신이 활발히 활용되지는 않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는 금융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자본건전성 및 유동성을 엄격하게 관리해 왔기 때문이지만, 부분적으로는 대출제도 자체의 활용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자금조정대출 금리가 단기 시장금리보다 크게 높았던 데다, 한국은행 대출 이용이 충분한 담보 하에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해당 기관의 재무건전성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는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2022년 부동산 PF 사태, 대외적으로는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유럽 크레딧 스위스 파산 사태 등을 경험하면서 유사시에 대출제도가 보다 실효성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강화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국채 등에 국한했던 담보에 2022년에는 9개 공공기관 발행채와 은행채를 포함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지방채 및 우량 회사채, 2024년에는 커버드본드까지 확대하였습니다. 또한 낙인효과 완화와 대출제도 접근성 제고를 위해 자금조정대출의 가산금리를 100bp에서 50bp로 인하하였고, 최대 대출 만기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였습니다.

□현재 금융안정 목적의 대출제도를 추가로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과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담보에 은행이 보유한 대출자산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대출자산을 담보에 포함시키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유사시 긴급여신을 활용할 경우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은행보유 대출채권을 긴급여신뿐 아니라 상설여신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논의 중입니다. 현행 한은법은 상설대출의 적격담보를 시장성 증권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채권이 은행 자산의 70% 수준(2025.6월말 기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동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없다면 위기시 대규모 유동성의 신속한 공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요국 대부분에서도 대출채권을 상설여신의 적격담보로 포함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한국은행의 대출제도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은행과 설립목적, 영업행태 등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그 규모도 은행권의 40% 수준(수신 규모, 2024년말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아울러 금융시장에서의 시스템리스크는 은행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과거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를 전제로 제정된 현행 한은법은 이러한 금융여건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발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인 만큼 대출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금융안정 유지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되, 높은 금리로, 충분한 담보 하에 제공하라’는 배젓의 원칙(Bagehot’s Rule)을 항상 유념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 금리정책 보완을 위한 대출제도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내용은 금리정책 보완 목적의 대출제도인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에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이 공급될 수 있도록 은행들에게 낮은 금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물론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의 책임은 대출한 은행이 지는 구조입니다. 이 제도는 제가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내부적으로도 지속적인 찬반 논란이 있었던 제도입니다. 실제로 주요국 중앙은행에서도 기업, 가계 등에 대한 추가적인 대출 제도를 운영한 바 있으나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사용되었고 한국은행처럼 위기상황이 종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제도가 논란이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편에서는 특정 부문에 대한 금리지원은 재정이 담당할 역할이라는 점 때문이고, 다른 한 편에서는 대부분의 제도가 그렇듯 과거 수십년 동안 이어져왔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개인적으로 금중대 제도를 점차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나 경제부문별 양극화가 심한 우리 경제에서의 금리결정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지금은 동 제도를 우리나라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의 하나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자영업 등 부문별 격차가 매우 큰 경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고려한 중립금리수준에 비해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의 적정 중립금리는 더 낮고 대기업의 적정 중립금리는 더 높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이러한 경우 고용 기여도가 높은 취약부문을 배제한 채 평균적인 경제상황만을 고려하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는 경제 여건이 상이한 회원국들에게 단일 정책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유로존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물론 재정의 충분한 여력이 있어 재정을 통해 취약부문을 지원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재정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재정이 취약해지는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통화정책이 가진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며 금중대 제도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취약국가의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과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금중대 제도가 한국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우선 재정정책 성격이 강한 특정 목적 프로그램들은 점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한편 보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취약부문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금중대가 준 재정적 성격을 지닌 만큼 재정정책과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명확한 프레임워크를 정립해야 합니다. 아울러 금중대를 집행하는 은행이나 지원 대상 부문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중대 정책 목표와 성과 평가 체계를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맺음말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정책 커뮤니케이션과 대출제도 운용 경험과 향후 과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한국은행은 그간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정책 여건에 맞추어 정책 수단을 확충하고 개선해 왔으며, 이를 통해 시장의 기대 관리와 금융안정 역할 강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경기대응적 활용 등에서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이 컨퍼런스에서 논의될 사안들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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