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11 (목)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연준 3연속 금리인하...불확실성 줄었지만 ‘파월→해셋’ 정치변수 더 커져

  • 입력 2025-12-11 07:13
  • 김경목 기자
댓글
0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연준 3연속 금리인하...불확실성 줄었지만 ‘파월→해셋’ 정치변수 더 커져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0.25%포인트 인하했다. 9월 첫 인하 이후 10월, 12월까지 연속 세 차례 금리를 조정하며 정책금리는 3.50~3.75% 범위로 낮아졌다.

표면적으로는 고용 둔화에 대응한 통화 완화 흐름의 연장선이지만 이번 회의는 단순한 금리 결정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시장은 ‘파월 체제의 끝’과 ‘해셋 체제의 가능성’을 동시에 주시하며 새로운 불확실성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인플레보다 고용 위험 우선시…연준의 ‘3연속 인하’ 배경

이번 성명서에서 연준은 경제에 대한 기존 진단을 유지했다.

경제 활동은 완만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용 증가세는 둔화됐고 실업률은 9월까지 소폭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은 연초보다 높아졌으며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인플레가 목표치(2%)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연준이 금리를 더 낮춘 것은 고용 측면의 위험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성명서에 포함된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문구는 시장이 사실상 ‘인하 속도 조절’ 또는 ‘일시적 멈춤’ 신호로 읽었다.

내부 이견, 2019년 이후 최대…“동결”부터 “50bp 인하”까지 갈려

이번 FOMC에서는 세 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시카고 연은의 오스턴 굴스비 총재와 캔자스시티 연은의 제프리 슈미드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한 반면, 신규 이사인 스티븐 마이런은 이번에도 0.50%포인트 인하를 요구했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 경기 상황에 대한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런 이사의 세 차례 연속 ‘빅컷’ 주장은 향후 연준의 논쟁이 비둘기·매파의 단순 대립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완화할 것인가”라는 정책 방향 싸움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준의 금리 전망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점도표상 올해 혹은 내년 대폭 인하 시나리오는 부정됐다.

연준이 내놓은 수치는 2026년과 2027년에 각각 0.25%포인트, 2028년에는 동결로 나타났다. 시장이 기대하는 내년 50bp 인하와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해셋 효과’…통화정책에 정치 변수까지 개입하기 시작

이번 FOMC를 둘러싼 가장 큰 특징은 정책 자체보다 “누가 정책을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즉각적 금리 인하에 동조하는 인물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히며 차기 의장 레이스에 불을 붙였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케빈 해셋 백악관 NEC 위원장이다.

해셋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데이터가 인하 여지를 시사한다면, 0.25%포인트보다 더 큰 폭의 인하도 가능하다”고 언급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AI 확산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 압력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공급 측 전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까지 신중론을 유지해온 파월 의장과 정반대의 접근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더해지며 시장에서는 “파월 체제에서 해셋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서서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외신은 이미 차기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으며 이 가운데 해셋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하고 있다.

‘파월 이후’의 유력 주자…해셋의 정책 철학과 리더십, 불확실성의 중심으로

케빈 해셋은 공화당과 보수 싱크탱크 네트워크에서 오랜 기간 입지를 쌓아온 핵심 경제 전략가로, 트럼프 행정부 초·중반기에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AEI 연구위원, 컬럼비아대 교수, 연준 이사회 선임 경제학자 등을 거쳤다.

정치권과 시장이 해셋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강한 공급 측 중심 경제관, 빠른 금리 인하 선호, 그리고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다.

해셋은 2017~2019년 백악관 CEA 위원장 시절부터 감세·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촉진을 설파해왔고, 2020년 팬데믹 긴급 대응에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현재 NEC 위원장으로 복귀한 그는 “연준이 인플레 전쟁에서 이미 승리했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기존 통화정책을 ‘불필요하게 긴축적’이라고 비판해왔다.

특히 AI·생산성 낙관론은 그가 주장하는 “성장률 상승 속에서도 인플레 없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논리의 핵심 토대다. 이는 파월의 신중론과 정반대 축에 위치한다.

또한 해셋은 연준이 정치적 이슈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며 조직 개혁까지 언급해왔고, 이는 차기 의장 지명 시 통화정책뿐 아니라 연준 내부 거버넌스 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예측시장에서는 해셋의 의장 지명 확률이 한때 80%대를 기록하는 등 차기 리더십의 중심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 줄고, 정치 불확실성 커져..파월→'강경 비둘기' 해셋 기대감 속 시장 우선 ‘긍정적’ 반응

역설적이게도 시장은 정책·정치적 불확실성이 뒤섞인 이번 상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핵심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고용 둔화와 중립 수준에 근접한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연준이 다시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파월 의장의 “기본 전망에 금리 인상을 포함한다고 생각하는 위원은 없다”는 발언이 이를 명확히 했다.

둘째 차기 의장 논쟁이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해셋이 부상할 경우 금리인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정책 방향성을 ‘더 완화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셋째 채권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은 해셋의 생산성·AI 낙관론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 중소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기대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은 그 단면이다.

결국 시장은 이번 FOMC를 통해 “정책의 기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차기 의장 변수에서는 “더 완화적으로 갈 가능성”이라는 기대를 동시에 흡수한 셈이다.

이번 FOMC의 세 번째 금리인하는 경기 둔화에 대한 예측 가능한 대응이었다. 다만 시장이 주목하는 초점은 금리 그 자체가 아니라, 향후 통화정책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새로운 리더십이다.

파월 의장은 신중한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셋은 생산성 낙관론을 바탕으로 더 공격적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책 지형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흐름에 더욱 힘을 실었다.

정책 방향이 보다 명확해진 만큼 시장은 우선 “금리인하는 계속된다”는 결론에 좀 더 확신을 갖는 식으로 반응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금리인상 일축과 단기 국채매입 재개 등 발언 이후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뉴욕주식 주요 지수는 장 막판 상승 전환했고, 단기 국채 중심으로 금리가 크게 하락하며 ‘불 스티프닝’ 흐름을 보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