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08 (월)

(장태민 칼럼) '서울 자가 대기업 김 부장'...그리고 급증한 서울인의 평균재산

  • 입력 2025-12-08 14:0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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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큰 인기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대기업인 한국통신(KT)에 다니는 김낙수라는 가상 인물의 '생존기'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 부장 역으로 나온 류승룡은 지혜로운 아내 명세빈 덕분에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해 '서울 중산층' 진입에 성공한 인물로 묘사된다.

김 부장은 서울 25개구 중에 상대적으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지역인 강동구에 전용 84㎡ 아파트를 소유해 많은 사람들이 흠모할 만한 대상이었다.

김 부장의 아이덴터티인 '유명 대기업 부장'이란 타이틀 역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지위였다.

하지만 이 나이의 직장인들 중 상당수는 퇴직을 각오해야 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

극중 1972년생으로 나오는 김 부장 역시 입사 25년만에 퇴직금 등 5억원을 받고 퇴사한다.

하지만 상가에 잘못 투자해 퇴직금을 날리게 되고, 결국 서울의 집을 팔고 경기도로 떠나는 것으로 스토리 라인이 꾸며져 있다.

■ 우리의 김 부장, 재산은 얼마였을까

서울 강동구엔 1.2만 가구가 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있다. 사람들이 둔촌 주공, 즉 둔주라고 부르던 그 곳이다.

'올파포'의 시세는 최근 더욱 급등해 30억원 전후에 형성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올파포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아파트 단지의 가격도 많이 뛰었다. 고덕 그라시움이나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34평형)는 최근 25억원 전후에 시세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주인공 김낙수 부장이 사기 피해를 당하기 전 재산은 얼마나 됐을까.

필자의 매우 주관적인 계산법이지만 아파트 시세와 퇴직금, 기타 약간의 재산 등을 더하고 은행 빚을 차감하면 대략 25억원~3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드라마 상에서 보면 김 부장이 아주 찌질해 보일 때가 많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는 사실 능력자였을 확률이 높다.

김 부장은 다만 상가 투자 사기에 휘말려 10억 5천만원을 투자해 결국 아파트를 팔고 경기도로 떠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장면에서 필자는 현명한 아내 명세빈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동구 아파트를 팔고 경기로 떠나기 보다는 다른 데서 최대한 돈을 빌려 상가 투자 빚을 갚는 방식이 훨씬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 서울 평균가구, 재산 7억 넘었다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이 김 부장의 직장생활을 안타까워했지만, 김 부장은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 부장이 사기를 당해서 큰 어려움에 처하긴 했지만, 서울엔 '자가'가 없는 사람들도 많다. 또 자가가 있더라도 최근 입지가 각광을 받은 곳에 김 부장처럼 국민평형 아파트를 장만하지 못한 사람도 허다하다.

통계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서울엔 무주택 가구가 여전히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냉정하게 서울 사람들의 재산을 살펴보자.

우선 서울 사람들의 재산이 1년만에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말 기준 서울 가구의 재산은 1년만에 10.2% 늘어난 7억 1,288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사람들의 평균 재산이 1년만에 무려 1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서울 가구의 순자산(자산-부채)은 2023년 3월말 기준 6억 5,986만원, 2024년 3월말 기준으로 6억 4,707억원이었지만 2025년(3월말 기준)엔 1년만에 두 자리수의 증가율을 나타낸 셈이다.

서울 가구의 재산은 2020년과 2021년 집값 폭등으로 7억원에 육박한 뒤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엔 7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서울인들의 재산은 부동산 가격에 크게 연동돼 있다.

이번 3월말 기준 데이터에서 서울 가구의 재산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집값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 서울 평균가구, 부동산 6억 넘었다

서울 가구는 평균 8억 3,649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는 1억 2,362만원으로 나타나 순자산이 7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가구 자산과 재산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서울 가구는 평균 6억 1,409만원의 부동산을 들고 있었다. 이는 2024년 3월의 5억 5,155만원보다 6,254만원 늘어난 것이다.

자가를 소유한 가구와 그렇지 못한 가구의 부동산을 더해 평균을 낸 금액이 6억원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서울인의 평균적인 부를 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이 가구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4%였으며, 부채를 제한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1%에 달했다.

한국인들의 재산에서 부동산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서울 평균가구, '평균이 평균이 아니다'...서울 중간가구 재산은 3억도 안 된다

서울 가구의 재산이 7억 1,288만원으로 7억원을 넘어섰지만, 100가구 중 50위에 해당하는 중앙값은 2억 8,700만원에 그쳤다.

서울 가구의 재산 '평균'이 10% 넘게 늘었지만 재산 '중앙값'은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3월말 기준으로 서울가구의 순자산 중앙값은 2억 8,32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 가구 재산의 중앙값이 평균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43.8%에서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서울 지역에서 상급지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서울인들의 재산 격차가 벌어졌다.

이런 격차는 최근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데이터가 3월말 기준인 가운데 이후 서울 상급지 아파트 값은 더욱 뛰었다. 내년 연말에 나올 2026년 가계복지 데이터 역시 만만치 않은 재산 격차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 김 부장이 거처를 옮긴 경기도는 어떨까

한국에서 서울과 비교 대상이 되는 큰 지역은 경기도다.

부산이 한국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부산은 이미 '노인과 바다'를 지향하는 망조가 든 도시가 된 지 오래됐다.

부산 가구의 평균재산은 3억 6,840만원으로 서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 가구 재산의 중앙값은 2억원이 채 되지 않는 1억 9,746만원이다.

서울의 비교 대상은 경기도다.

경기 가구의 평균재산은 5억 6,006억원으로 서울의 79%에 달한다. 특히 경기 지역 가구의 재산 중앙값은 3억 650만원으로 서울보다 오히려 2천만원 가량이 많다.

서울 내부의 재산 격차는 다른 지역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셈이다.

다만 한국 사회의 재산이 '부동산'에 기반해 형성되기 때문에 서울을 등진 김 부장이 다시 서울로 돌아와 기존 수준의 아파트 단지에서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번 통계의 기준이 된 3월 이후에도 서울 지역 집값은 다른 곳보다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 2025년, 우리 시대의 김 부장들

필자는 최근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의 간부로 일하고 있는 오랜 지인들과 만나 '우리 시대 김 부장'에 대해 얘기해 본 적 있다.

서울 외국계기업에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강남 자가에 거주하는 지인은 강남에 위치한 40억원이 훌쩍 넘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 지인은 전용 84㎡ 아파트를 10억원도 안 되는 가격에 마련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똘똘한 한채 정책' 이후 가격이 폭등하자 얼떨결에 부자가 됐다.

이 지인은 재산을 크게 모은 이유에 대해 "그냥 그 시점에 집을 산 운이었다. 당시 해외 출장이 많아 정신이 없었는데, 와이프 말대로 그냥 사서 보유하고 있었더니 집값이 이렇게 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자가에 유명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는 다른 지인은 경기 지역 좀더 큰 평수 10억원 하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 근처에 자가를 마련했으면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서울 상급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이 정도로 폭등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면서 똘똘한 한 채를 밀어준 결과 소수에게 부가 집중됐다.

드라마 속의 김 부장처럼 필자의 지인들도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한 명은 부동산 가격 폭등기의 행운을 제대로 누렸으며, 다른 한 명도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기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즐기거나, 살아내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문제되는 쪽은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았으나 자가를 소유하지 않은 '또 다른 김 부장'이었다.

지금 전세를 살고 있으나 월세로 내몰릴 지도 모르는 필자의 50대 지인은 이렇게 한탄했다.

"주식, 채권에 열심히 투자했으나 결국 '서울 자가 김 부장'이 되지 못한 게 인생 최고의 패착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부동산 폭등기에 자가가 없었던 저 같은 50대가 이 시대의 진정한 패배자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서울 집값이 뛴 게 아니라 한국 화폐가치가 똥값이 돼 버린 것인데, 이를 방어하지 못한 제 잘못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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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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