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05 (금)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 고용시장 ‘저채용·저해고’ 지속...경기둔화 속 엇갈린 신호

  • 입력 2025-12-05 07:07
  • 김경목 기자
댓글
0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美 고용시장 ‘저채용·저해고’ 지속...경기둔화 속 엇갈린 신호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고용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강력한 회복세에서 다소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기업들의 감원 계획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종합하면, 고용시장은 여전히 ‘저채용·저해고(low-hire, low-fire)’ 흐름 속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전략적 감축과 채용 신중 기조가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가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미국 기업들의 감원 계획은 7만1,3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15만3,074건) 대비 53% 감소했지만, 전년 동월(5만7,727건)과 비교하면 24% 증가한 수치다.

올해 1~11월 누적 감원 규모는 117만821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4% 증가하며, 팬데믹 직후인 2020년(222만7,725건)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감원 규모가 여전히 높은 이유로는 구조조정, 인공지능(AI) 도입, 시장·거시경제 불확실성, 관세 정책 등이 지목된다.

특히 통신, 기술, 식품, 서비스, 소매 업종에서 감원이 집중됐다. 통신 분야에서는 버라이즌이 1만3,000명의 감원을 발표하며 11월 기준 가장 큰 타격을 기록했다. 기술 기업들은 12,377명, 식품 업계는 6,708명, 서비스와 소매 업계도 각각 5,509명, 3,290명의 감원을 계획했다.

반면 실제 노동시장 전환을 보여주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1월 23~29일 기준 19만1,000건으로,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소 2주 이상 수령자를 집계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90만 명대에 머물며 단기간 내 대규모 해고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처럼 고용시장이 저채용·저해고(low-hire, low-fire) 구조를 지속하는 이유를 경기 불확실성과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에서 찾는다. 기업들은 경제 둔화, 금융 여건 변화, 소비자 수요 불확실성 속에서 무리한 신규 채용을 자제하면서도 대규모 해고를 피하는 ‘신중한 인력 운용’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11월 민간 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3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예상치 1만명 증가를 하회한 결과로, 2023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10월에 기록했던 4만7000명 증가에서 한 달 만에 급격한 반전이 나타난 셈이다.

이번 고용 감소는 산업 전반에서 관측됐다. 전문·사업서비스 부문에서 2만6000명이 줄었고, 정보 서비스(-2만명), 제조업(-1만8000명), 금융·건설업(각 -9000명)에서도 일자리가 감소했다. 다만 교육·보건 서비스(+3만3000명)와 레저·관광업(+1만3000명)에서는 증가세가 이어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격차가 두드러졌다. 직원 50명 이상 중·대형 기업은 9만명의 고용 순증을 기록한 반면, 50명 미만 소형 사업체는 12만명이 감소하며 전체 고용 부진을 주도했다. 특히 20~49인 규모 기업에서만 7만4000명이 줄어 경기 둔화의 충격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주들이 소비자 심리와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해 최근 고용을 불안정하게 운용하고 있다”며 “11월 고용 둔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소규모 기업이 변동성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연준(Fed)은 이러한 고용시장 특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고용 둔화와 ‘저채용·저해고’ 추세가 금리 결정 변수로 고려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해고는 제한하면서 채용을 줄이는 패턴이 지속되는 한,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사이에서 연준의 정책 판단은 보다 섬세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고용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안정적 지표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의 신중한 채용과 선택적 감원이라는 ‘저채용·저해고’ 구조가 내재된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흐름이 향후 경기 회복 속도, 노동시장 유연성, 소비자 신뢰와 맞물려 연쇄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