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14 (일)

(상보) 스위스, 美관세 39→15%로 낮춰…2000억$ 대미투자 약속

  • 입력 2025-11-17 09:37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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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기 파르믈랭 스위스 경제장관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P, 기 파르믈랭 스위스 경제장관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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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과 스위스가 미국의 스위스산 수입품 관세를 기존 39%에서 15%로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스위스는 2028년까지 총 2000억달러(약 291조원)를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14일(현지시간) 스위스 정부와 BBC 등에 따르면 양국은 이날 관세 조정과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스위스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합의해 적용 중인 15% 관세 수준에 맞추게 된다.

이번 합의는 최근 스위스 재계가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스위스 주요 기업 경영진은 백악관 오벌오피스를 찾아 롤렉스 골드 시계와 금 정련업체 MKS가 제작한 각인 금괴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해당 금괴에는 트럼프의 45·47대 대통령 임기를 기념하는 숫자가 새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이 협상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로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재계 지도자들과의 면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를 돕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며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실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미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다시 한 번 미국민에게 성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합의 이행 조건으로 2028년까지 미국에 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투자 분야에는 '필라투스 항공기 미국 공장 신설, 열차 제조업체 슈타들러의 유타 공장 확대, 제약 산업 확대, 금 정제·보관 산업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경제사무국(SECO) 헬레네 부들리거 아르티에가 국장은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국가”라며 “2000억달러를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강조했다.

스위스는 미국산 쇠고기·들소고기·가금류 등 일정 물량의 농축산물에 대해 무관세 쿼터를 제공하는 등 시장 개방 조치도 병행한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스산 수입품 관세를 31%에서 39%로 추가 인상한 이후 스위스 산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올해 3분기 스위스의 대미 기술 수출은 전년 대비 14.2% 급감하며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였다.

스위스의 대미 수출 비중은 의약품이 약 60%를 차지하며 시계·정밀기계·초콜릿·커피 캡슐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이 포함된다. 일부 기업은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감원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고가의 선물이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가디언 등 일부 매체는 “생활비가 치솟는 상황에 백악관이 미국 중산층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했다”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 직후 오벌오피스 책상 위에 고가의 롤렉스 데스크 클록을 올려둔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쟁은 더욱 확산됐다. 백악관은 해당 선물들이 실제로 트럼프에게 전달된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 대통령이 받은 외국 선물은 관례적으로 국유화돼 국립문서보관소를 거쳐 향후 대통령 도서관으로 이관된다.

이번 합의는 스위스 의회의 비준을 거친 뒤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스위스 정부는 “몇 달 안에 협정 내용을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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