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23 (일)

[김경목의 월드 이코노미] 中 10월 경제 ‘표면적 안정·내부적 둔화’ 공존…성장 모멘텀 재점검 불가피

  • 입력 2025-11-14 14:45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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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 이코노미] 中 10월 경제 ‘표면적 안정·내부적 둔화’ 공존…성장 모멘텀 재점검 불가피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10월 중국 경제는 공식 통계상 ‘안정적 성장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이면에는 소비 둔화, 투자 급락, 산업 생산 약화 등 구조적 하방 압력이 뚜렷해지며 경기 모멘텀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각종 지표와 이를 둘러싼 시장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 경제는 정책 의존형 회복 국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불확실성의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 생산 '겉보기엔 안정, 속은 둔화’…장비·하이테크만 버팀목 역할

10월 규모 이상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해 표면적으로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제조업(4.9%)·채굴업(4.5%)·전력·가스·수도 공급업(5.4%) 등 주요 분야가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장비 제조업(+8.0%), 하이테크 제조업(+7.2%)은 전체 산업 성장 수준을 상회하며 고도화 전략이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3D 프린팅 장비·신에너지차·산업용 로봇 등의 생산 증가율(각 30.8%, 19.3%, 17.9%)도 산업 구조 전환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다만 시장은 이 수치를 ‘부분적 강세’로 해석했다. 블룸버그와 다수 투자은행은 9월(6.5%) 대비 성장 둔화, 글로벌 수요 부진, 수출 감소세 등을 근거로 중국 제조업이 견고한 확장 국면이 아닌 방어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소비 ‘5개월 연속 둔화’…심리 회복 부재가 본질 문제

10월 소매판매 총액은 4조6291억위안으로 전년 동월보다 2.9% 증가했다. 이는 예상(+2.7%)을 소폭 웃도는 것이지만 5개월 연속 둔화세로 2021년 이후 최장기간 둔화 흐름을 기록했다.

기본 생필품과 일부 업그레이드 소비(통신기기 +23.2%, 문화·사무용품 +13.5%)는 유지됐지만, 민간 소비 전반의 회복 탄력성이 여전히 미약하며 이는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자리잡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 가계가 겪는 부동산 가격 약세, 고용 불안, 미래 소득 기대 하락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중국 정부가 각종 소비 진작책—가전교체 보조금, 자동차 구매 촉진책 등을 내놨지만, 정책 기반의 단기 자극에 그치고 지속가능한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투자 부문 ‘역대급 하락’…부동산 침체, 모든 영역 압박

1~10월까지 투자액은 40조8914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줄었다. 이는 역대 같은 기간 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7조3563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4.7% 감소했다. 신규 주택 판매액 -9.6%는 부동산 침체가 ‘경착륙 위험’ 국면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반면 제조업 투자는 2.7% 증가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인프라 투자 역시 0.1% 감소로 둔화했다.

민간투자는 부동산을 제외하면 근소하게(0.2%)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반적 신뢰 회복이 미흡한 상태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즈웨이는 “부동산 부문의 약세와 인프라 투자 둔화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하방 위험”이라며 “투자 감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고용 ‘표면적 안정’…CPI 상승 전환 속 PPI 하락폭 축소

도시조사 실업률은 5.1%로 소폭 개선됐지만 청년층 실업률 비공개 기조가 지속되며 실업 구조상 악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평균 근로시간(48.4시간) 증가도 생산 확대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일자리가 부족한 가운데 노동자 1인당 부담 증가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10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로 상승 전환했다. 다만 식품 가격(-1.6%), 돼지고기(-16.0%) 등 기초 소비재 가격이 지속 하락해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한 상황이다.

근원 CPI는 1.2%까지 확대돼 소비 업종 중심의 가격이 견조함을 보였지만 이는 '수요 회복'보다는 '서비스 가격 구조 상승'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수출입 구조 개선에도 글로벌 수요 둔화는 발목..재정 확대 속 통화 완화는 후퇴

10월 수출입은 전년 대비 0.1% 증가하며 근소한 개선을 보였다.

‘일대일로’ 국가와의 교역과 민영기업 무역이 성장하며 무역 구조는 건전하게 개선됐다. 그러나 미국·유럽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제조업 침체 등으로 인해 수출의 급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9월 말 이후 중국 정부는 총 1조위안 규모의 재정 부양 패키지를 승인해 투자 급락을 완화하려는 조치에 나섰다.

다만 중국인민은행은 최근 “대출 증가 둔화에 우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축소된 상황이다. 이는 위안화 약세 우려, 부동산 부채 리스크, 자본 유출 가능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5% 성장' 목표 여전히 가능…구조적 둔화 명확

대다수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이 2025년 성장률 목표(약 5%)를 달성할 가능성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그 근거는 최근 미·중 관세 완화, 대규모 재정 부양 효과 가시화, 하이테크 부문 제조업 성장 등이다.

다만 소비부진 장기화, 부동산 침체의 경제 전반 제약, 청년 실업·가계 부채 증가, 글로벌 수요 둔화 그리고 민간기업 신뢰 하락 등 구조적 문제가 심각함을 지적하며, 이 모든 요인이 단기적인 정책 부양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10월 중국 경제는 표면적으로는 안정, 내적으로는 둔화가 누적되는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적합하다.

산업 구조 고도화와 일부 첨단 제조업 지표는 긍정적이지만, 소비·부동산·투자·수출 등 거시경제의 핵심 축이 동반 둔화하고 있어 중장기적 경제 체력 약화가 드러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경제는 현재의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소득 분배 개혁·사회보장망 강화·민간기업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 개혁 없이는 '중속 성장 시대'에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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