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AI '버블' 경고음 속 빅테크 회사채 금리 급등..'빅쇼트' 버리 “이익 부풀리기 심각”](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214080906660fe48449420211255206179.jpg&nmt=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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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AI '버블' 경고음 속 빅테크 회사채 금리 급등..'빅쇼트' 버리 “이익 부풀리기 심각”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주도해온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버블(거품)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시장에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AI 붐의 기반이 허약하다”며 회계조작 가능성을 정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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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자금 조달 ‘빚의 시대’ 진입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스, 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IT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를 발행하며 자금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미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최근 0.78%포인트(p)까지 치솟았다. 지난 9월 0.5%p에서 불과 두 달 만에 5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는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수준과 맞먹는 긴장 국면이다.
회사채 금리 상승은 빅테크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시장은 이들이 안정적 현금흐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자체 자금만으로 충당하지 못하고 외부 차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메타는 최근 570억달러(약 82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알파벳은 250억달러, 오라클은 180억달러를 찍었다. 일부는 만기 40년짜리 초장기물이다.
JP모건은 향후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이 5조달러(약 7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공모채뿐 아니라 사모대출, 대체자본, 정부 자금까지 투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웰링턴매니지먼트의 브리지 쿠라나 매니저는 “시장 참가자들은 이제서야 빅테크들이 AI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부채를 끌어와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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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급증 속 투자자 불안 확산
AI 인프라 구축 경쟁은 데이터센터 확충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구글·아마존·MS·메타는 올해에만 3,500억달러를 투입했고 내년에는 4,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확장 경쟁’은 오히려 채권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오라클의 회사채는 9월 중순 이후 5%가량 급락했다. 오라클이 오픈AI와의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기반으로 대규모 부채를 떠안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오라클이 소수 AI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만약 주요 고객이 파산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경우 채무 상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불안은 중소 AI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 코어위브는 차입 부담 급증과 프로젝트 지연으로 3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 최근 주가가 20% 이상 폭락했다. 이 회사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한 달 만에 3.5%포인트에서 5%포인트대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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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익 과대계상”…'빅쇼트' 버리의 폭탄 발언
여기에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의 경고가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버리는 최근 X(옛 트위터)에 “AI 버블은 회계 장부에서부터 시작됐다”며 빅테크들이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해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타,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5개사가 2020년 이후 데이터센터 장비의 내용연수를 3년에서 5~6년으로 늘리며 비용 인식을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향후 3년간 총 1,760억달러(약 240조원)의 감가상각비가 회계상 사라지고 이익이 실제보다 20~27%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만약 실제 내용연수가 3년이라면 이들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최대 1,100조원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리는 “이익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면서 AI 붐이 유지되고 있다”며 “이것이 최근 가장 흔한 회계 사기의 형태”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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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건전한 조정' vs '버블 붕괴 전조' 입장 엇갈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회사채 금리 급등을 과열을 식히는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평가한다. 조지 피어크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 전략가는 “위험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AI 부채 사이클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다만 버리와 같은 ‘역발상 투자자’들은 AI 버블의 균열이 시작됐다고 본다. 실제로 버리는 최근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주가 하락 베팅)’을 대거 매입하며 또 한 번 시장의 정면에 섰다.
JP모건, 무디스, FT 등 주요 기관들이 한목소리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자본시장 전체의 신용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하는 가운데 AI 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AI 혁신의 질주가 ‘신성장 서사’로 남을지 아니면 ‘빚으로 키운 버블’로 기록될지는 이제 자금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달려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