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7일 미국채 금리 속락 영향에 강세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지난달 22년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원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큰 관심을 끌면서 안전자산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나스닥은 1.9% 급락하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1%를 하회했다.
국내 채권시장은 글로벌 안전자산선호에 기대면서도 최근의 투자심리 훼손을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금리들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손절 등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는 냉각됐다.
대외 호재로 저가매수가 얼마나 힘을 받을지 봐야 한다.
■ 美 금리 '감원' 주시하면서 하락...나스닥 감원과 AI 버블론에 1.9% 하락
미국채 금리는 주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선호 영향으로 속락했다. 감원계획이 22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50bp 하락한 4.081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5.80bp 하락한 4.680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7.10bp 하락한 3.5575%, 국채5년물은 8.00bp 급락한 3.6820%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미국 지난달 감원 계획이 2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 그리고 계속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로 속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98.70포인트(0.84%) 하락한 4만6912.30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75.97포인트(1.12%) 낮아진 6720.32, 나스닥은 445.80포인트(1.90%) 내린 2만3053.99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9개가 약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2.5%, 정보기술주는 2% 각각 내렸다. 반면 에너지주는 0.9%, 헬스케어주는 0.2%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AI 주 고평가 우려 속에 팔란티어가 7%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3.7% 내렸고 AMD는 7.3% 낮아졌다. 원전주인 오클로도 12% 급락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이 "AI 산업에 연방정부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을 받았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금리가 급락하자 달러인덱스도 따라서 움직인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50% 낮아진 99.70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46% 높아진 1.1546달러, 파운드/달러는 0.64% 오른 1.3135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64% 내린 153.13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3% 하락한 7.121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32%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3일 연속 하락했다. 사우디가 아시아 수출용 원유가격을 인하한 점이 유가를 압박했으나, 달러화 약세로 유가 낙폭은 제한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17달러(0.29%) 내린 배럴당 59.43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4센트(0.22%) 낮아진 배럴당 63.38달러에 거래됐다.
사우디는 아시아에 수출하는 12월 인도분 아랍경질유의 공식판매가격을 배럴당 1.20달러 인하했다.
■ 미국 10월 15만명 대규모 감원
미국에선 지난 10월 한 달 동안 15만명이 넘는 인원이 일자리를 잃으며, 10월 기준으로 22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원이 발생했다.
인공지능(AI) 확산, 정부 셧다운 장기화, 소비 위축 등이 맞물리며 노동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6일 미국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CG&C)에 따르면, 10월 미국 내 감원 규모는 15만3,0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5만4,064명) 대비 183%, 전년 동월 대비 175% 증가한 수치다. 10월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이며, 연간 기준으로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AI 확산으로 인한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특히 기술 부문에서 3만3,281명이 해고돼 9월의 거의 6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소비재 부문 감원도 3,409명으로 급증했다. 정부 셧다운의 직격탄을 맞은 비영리단체 부문 역시 올해 들어 2만7,651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전년 대비 419% 증가했다.
CG&C의 앤디 챌린저 CRO는 "2003년과 마찬가지로 파괴적인 기술이 산업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면서 "고용 창출이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시점에 대규모 감원 발표가 이어지는 것은 매우 부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기간 과잉 채용했던 일부 산업이 조정을 겪고 있는 가운데, AI 도입 가속화와 소비·기업 지출 둔화, 비용 상승이 맞물려 채용 동결과 해고를 촉진하고 있다"며 "최근 해고된 인력은 재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노동시장 이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누적 감원 규모는 약 110만명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치이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분기 기준 최대 감원 규모로 집계된 것이다.
특히 이번 수치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고용통계 발표가 중단된 상황에서 노동시장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민간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감원 급증세 속에서 연준은 노동시장 둔화를 우려하며 지난 9월과 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시장에선 12월 추가 25bp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용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CNBC는 "챌린저의 월별 통계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감원 급증세가 아직 주(州) 단위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날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는 10월 민간 부문 일자리 4만2000개 증가를 발표한 바 있다. ADP 데이터는 두 달 연속 감소세에서 반등했지만, 이번 데이터는 다시 고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 영란은행 금리 동결...다음달 인하 예고
영란은행은 6일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00%로 동결했다.
BOE는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을 주시하면서 향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BOE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5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번 MPC에서 앤드류 베일리 총재를 포함한 5명의 위원은 동결(4.00%)에, 4명은 25bp 인하(3.75%)에 투표했다. 소수의견을 볼 때 금리 인하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시장 관계자 설문에서는 6대 3 동결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로는 5대 4의 근소한 차이로 나타난 셈이다.
BOE가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8월로 당시에도 5대 4의 접전 끝에 인하가 결정된 바 있다.
베일리 총재는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위험과 경기둔화로 물가가 과도하게 떨어질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췄다"며 "물가상승률이 정상 궤도로 안정된다면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 3.8%로 전망치(4.0%)를 소폭 밑돌았지만, BOE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BOE는 그러나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CPI 상승률이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는 점진적인 하락 경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다음 달 18일 열릴 올해 마지막 MP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이 약 7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 훼손된 채권 롱 마인드
최근 채권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퇴조 등 각종 악재에 대한 경계심리와 가격 메리트 상승에 따른 저가매수 기대감이 맞섰다.
하지만 전날 다시금 손절 매물이 출회되면서 매수심리는 얼어붙었다.
금리들이 연중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저가매수에 미련이 남았던 투자자들을 위축시켰으며, 한전채 입찰에선 낙찰금리가 민평보다 15bp 내외로 높게 결정돼 긴장감을 키웠다.
일부 투자자들은 다시금 시장기능 훼손 등을 거론하면서 당국이 국고채 단순매입 등으로 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했다.
채권 투자자들의 손절로 심리가 더욱 위축된 가운데 위험자산 조정 등이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다.
코스피지수는 4,200선을 넘었다가 최근 급락했다.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미국발 AI 버블론 등이 겹쳤다.
다만 채권투자자들은 환율이 안정되지 않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이 반사익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환율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은 1,450원선 근처에 놀고 있으며, 일각에선 '말로만 거론하던' 1,500원이 정말로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 계속되는 주가 변동성 속에 역대급 순매도 펼친 외국인...그리고 간밤의 대외 채권 호재
전날 코스피지수는 22.03p(0.55%) 오른 4,026.45를 기록했다.
미국 ADP 민간고용 호조 등이 위기에 몰렸던 국내 주식시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번주 여태 보지 못한 규모로 코스피를 팔고 있다.
이번주 들어 전날까지 최근 4일간 보여준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역대급이다.
11월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일(월) 7,964억원을 순매도해 만만치 않은 장을 예고했다.
이후 4일엔 2조 2,349억원을 순매도해 투자자들을 놀래키더니 다음날엔 2조, 70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엔 순매도 규모를 줄이긴 했으나 역시 1조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매도를 감행했다.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 4영업일간 무려 6조 8천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같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사상 최고치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개인들이 놀라운 순매수로 받아주고 있으며, 시장엔 만만치 않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
채권시장은 간밤 미국 주가 조정 등 위험자산 균열이 금융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추가적인 손절 등으로 채권 롱 심리가 냉각돼 있으나, 미국채 금리 급락과 안전자산 선호 무드 강화로 얼마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채권-장전] 손절 뒤 간밤 호재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