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국토부 홈페이지

(장태민 칼럼) 지킬 앤 하이드, 그리고 흑석 선생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킬 박사는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취미를 가졌던 인물이다.
박사는 자기 자신을 실험체로 활용해 사람의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을 분리하는 실험을 한다.
지킬 박사는 결국 자신이 만든 약을 통해 하이드라는 존재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하이드는 지킬의 내면에 숨어 있던 순수한 악의 화신이다. 박사는 처음엔 이 괴물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점차 괴물에게 잠식당하고 만다.
결국 지킬은 자신의 의지로 하이드를 통제할 수 없게 되고, 하이드가 지킬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다.
이 유명 소설은 '인간 본성이 지닌 이중성', 그리고 '도덕과 욕망의 갈등'을 섬세하게 다뤄 세계문학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지킬 앤 하이드'는 SF적인 요소를 가미한 외국 소설이지만, 놀랍게도 지킬 앤 하이드가 서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은 한국이다.
한국 공직자들 중엔 도덕을 내세우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욕망을 억지로 억누르면서 고통을 받는 지킬보다 하이드가 보다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많았다.
특히 한국엔 지킬 앤 하이드 못지 않은 이중성을 갖춘 위선자들이 나라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이런 자들은 한국 국민의 다수가 지능이 낮은 마리오네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멍청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해 이를 이용해 먹는 데도 나름 도가 텄다.
최근 한국에서 주목 받은 대표적인 지킬 앤 하이드 중 한 사람이 이상경 국토차관이다.
■ 지킬: 이상경의 억눌린 유토피아적 감수성
성남에 위치한 가천대학 교수 이상경은 부동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한 관점을 '소유'에서 '보편적인 주거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꿈같은 소리를 해댔던 책상물림 학자였다.
이상경은 사회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기본주택과 사회주택의 보급을 확대하고 싶어했다.
특히 토지공개념에 기초해 전국민이 주거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고 싶어했다.
기본주택을 늘려 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했으며, 주택임대차 보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자의 주거복지에 진심인 사람처럼 행동했다. 공공개발을 해서 이익이 생기면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여성 친화 도시 같은 것도 만들어 힘이 약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착한 도시를 꿈꾸었다.
필자는 이상경의 주장, 그리고 그가 그리는 주택정책의 그림을 보면서 애당초 성리학자가 꿈꾸는 유토피아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실물경제에서 정책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념에 정책을 끼워 맞추게 되면, 애먼 사람들이 너무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부류의 '착한 척 하는 사람들' 중엔 지킬 앤 하이드가 많다는 게 역사의 경험칙이다.
이 차관은 결국 하이드적 속성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의 본 모습을 온 국민 앞에 드러내고 말았다.
■ 하이드: 욕망에 충실한 이상경의 본 모습
이상경은 기본주택, 사회주택을 내세우는 사회주의자 성향의 학자(지금은 정책가)이지만 본인은 속물 근성에 찌든 '자본주의자'다.
이상경이 '정의로운 도시, 불로소득 방지, 공간에 대한 불평등 해소'를 내세웠지만, 그는 그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하이드였다.
전자관보에 들어가 이상경 차관의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다시 한번 보자.
이 차관은 배우자 명의로 성남 분당구 백현동에 '판교푸르지오 그랑블' 전용 117㎡를 2024년 7월에 33.5억원에 산 것으로 나온다. 일단 최근 비슷한 물건이 40억원에 거래돼 그가 단기간에 6억, 7억원의 평가익을 낸 것으로 추론된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그가 살고 있는 집이 아니다. 그는 이 아파트에 대해 2024년 10월 14.8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결론은 본인 돈 18.7억원, 무이자 차입금(전세금) 14.8억원으로 갭투자를 해 1년도 안 돼 6~7억원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선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투자의 기본원칙을 잘 알았던 것이다.
이 차관은 이 아파트 갭투자를 하기 위해 기존에 살던 집을 팔았다. 차관은 특히 파는 과정에서도 '갭투자'를 유도하면서 필요한 현금을 확보했다.
이 차관은 그랑블을 사기 위해 성남 수정구에 있는 판교밸리호반써밋 84㎡를 판 뒤 자신이 그대로 눌러 앉았다.
즉 '왕복 갭투자'를 통해 거래를 완결시켰다.
갭 투자자를 끌어들여 기존에 보유한 집을 판 뒤 그 돈으로 새로운 갭투자를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1년도 안 돼 재산을 6억원 이상 불린 것이다.
필자는 사실 이상경이 사회주의 주택정책을 내세우는 책상물림 성리학자에 불과한 백면서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그의 거래 기법을 확인한 뒤 그가 정반대의 인물이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간 그의 능력을 몰라봤기 때문에 이참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는 갭투자를 이중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진정한 고수였으며, 천민 자본주의에 특화된 인물이었던 것이다.
다만 그런 그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훈계질을 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주택 단기 매매 분야에 특기를 가진 분이니, 그 바닥으로 복귀해 더 많은 돈을 벌길 기원한다.
■ 어울리지 않는 사과...굳이 흑석 선생 초식을 빌릴 것까지야
이상경 차관은 전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인기 부동산 유튜브에 출연해 '없는 사람들은 돈 벌어서 집 사라'고 한 마디 한 뒤 전국민이 다 아는 유명스타가 됐다.
그런 만큼 이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명을 해야 할 정도로 무게감이 올라갔다.
이 차관은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 10월15일 서울 수도권의 집값 급등에 대응하고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저는 국민 여러분께 정책을 보다 소상하게 설명드리는 유튜브 방송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이상한' 사족을 달았다.
이 차관은 "제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차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이건 어디서 많이 보던 초식이다.
문재인 정부 때 대변인을 했던 '흑석 김의겸 선생' 등이 주의를 분산시키를 위해 가족을 팔아먹던 전법이다. 학교 교사가 아닌 사람에게 붙이는 '선생'이란 단어엔 엄청난 존경의 의미가 있다.
흑석 선생은 문재인 정부 대변인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아내가 나에게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와이프도 팔아먹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전국민에게 가르친 바 있다.
당시 화려한 부동산 재테크 기술로 추앙을 받았던 흑석 선생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새만금개발청장이 돼 국가 발전을 위해 한몸 불사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