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트럼프 정부, 양자주 투자...리게티 10% 급등 마감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양자컴퓨팅 기업들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의 대가로 상무부가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정부가 경제의 핵심 분야로 규정한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직접 개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온큐, 리게티 컴퓨팅, 디웨이브 퀀텀 등 여러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상무부와 지분 투자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들 기업은 ‘유망 기술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최소 1000만달러(약 140억원) 규모의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에 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퀀텀 컴퓨팅과 아톰 컴퓨팅 등도 유사한 협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디웨이브 주가는 14% 뛰었고, 아이온큐는 7%, 리게티 컴퓨팅은 10% 그리고 퀀텀컴퓨팅도 7% 상승했다. 올해 들어 양자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산업 기업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려는 최근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정부의 세금이 기업에 재정적 지원과 신뢰를 제공하는 만큼 정부도 기업의 성장 이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에 약 9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며 약 10%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로써 정부는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양자컴퓨팅 분야에 대한 이번 투자는 미 정부가 해당 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만 년이 걸릴 계산을 단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신약 개발·신소재 연구·화학공정 개선 등 경제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한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중국 정부도 양자컴퓨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은 최근 “자사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1.3만배 빠르게 계산을 수행했다”며 신약 개발과 소재 과학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상은 폴 대버 상무부 차관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과거 에너지부 고위 관계자이자 양자컴퓨팅 기업 경영인 출신으로 4년간 보어 퀀텀 테크놀로지의 CEO를 지낸 바 있다. 상무부는 다만 해당 기업이 이번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핑 황 퀀텀컴퓨팅 CEO는 “정부가 산업 성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리게티 컴퓨팅 대변인은 “정부와 지속적으로 다양한 지원 기회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디웨이브의 앨리슨 슈워츠 대정부협력 총괄은 “정부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함과 동시에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추진 중인 자금은 러트닉 장관이 개편한 ‘칩스법(Chips Act)’ 연구개발 사무국에서 집행된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출범한 일부 기술 연구 프로젝트 예산 수십억달러를 회수해 전략 기술 분야 중심으로 재배분한 바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이번 양자기업 투자 계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협의 과정에서 지분 외에도 워런트, 지식재산(IP) 라이선스, 로열티, 매출공유 등의 형태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