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국은행, 2025년 10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상보) 한은 기준금리 2.50%로 ‘동결’…집값·환율 부담 속 3회 연속 동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3회 연속 동결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과 달러/원 환율 급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경기둔화 우려보다 물가·금융안정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은 결정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0·11월 2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이후 올해 1월 동결로 한 차례 속도 조절에 나섰다. 2월 회의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p 낮춘 1.5%로 제시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했다.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4월 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다만 5월 회의에서 내수 부진과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0.8%로 대폭 낮추고,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면서 다시 금리인하 사이클을 이어갔다.
이후 7월 회의에서 서울 아파트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문제에 보다 치중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8월에도 동결을 통해 집값 상승 기대를 꺾는 데 더욱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회의에서도 물가·금융안정 리스크 관리에 또다시 방점을 두면서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다. 코스콤 CHECK(2710)에 따르면, 금융시장 관계자 904명 가운데 752명(83.2%)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현 수준(연 2.50%)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응답자는 16.6%(150명)로 8월(33.3%)보다 크게 줄었고, 금리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는 2명(0.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 불안 등 금융안정 요인이 금통위의 완화 속도 조절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 이창용 총재 “부동산 불 지피는 역할 안 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선 유동성을 늘리며 부동산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2억원으로 낮추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58% 상승,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오름세가 이어진 것이다.
■ 원·달러 1,400원대 고착…외환시장 불안 속 물가 상승 압력 지속
달러/원 환율이 한 달 가까이 1,400원대를 웃돌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한 점도 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논란으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졌다.
이에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하자 1년 6개월 만에 공동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착될 경우 통화완화 여력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측면에서도 인하 여건은 충분치 않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밀어올리면서, 물가 안정세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히 크다. 국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대 중반)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경기 하방 위험에 대비한 완화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당분간 부동산과 환율 요인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 11월 금통위 ‘인하 신호’ 주목…내년 1분기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마지막 회의(11월 금통위)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서울 집값이 안정되지 않거나 환율이 1,400원대를 지속할 경우, 연내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의 세 축인 성장·물가·금융안정 중 금융안정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한은이 ‘신중 모드’를 이어갈 것”이라며 “추가 부동산 대책이 발표돼 시장이 안정될 경우에만 11월 인하 기대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중앙은행들은 상반된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60%로 만장일치 동결하며 인플레이션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은 경기 둔화 대응을 위해 이달 초 기준금리를 50bp 인하(2.50%)하며 완화적 기조를 강화했다.
국내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완화 기조의 출구를 닫은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는 더 이상 단순히 경기 논리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부동산·환율 안정이 확인되는 내년 1분기부터 점진적 인하가 검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