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0-15 (수)

(장태민 칼럼) 서울아파트, 문재인 시즌2

  • 입력 2025-10-15 15:4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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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말기로 기억한다.

당시 필자와 몇몇 금융시장에 종사하는 지인들은 서울 부동산 문제를 걱정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 촌 동네 마포' 아파트가 무슨 6억원 돌파입니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비현실적인 대화로 들리지만, 당시 필자와 지인들은 술자리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곤 했다.

박근혜 시절 '마포 6억'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던 필자의 지인은 이후 문재인 시절을 거치면서 거의 기절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역사상 유례없는 큰 폭으로 집값이 뛰면서 한국인들의 계급은 급격한 속도로 분화됐다.

서울 거주지, 아파트 보유 여부 등에 따라 강제로 특정 신분에 편입되고 만 것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 마포를 폄하했던 필자의 지인은 금융바닥에서 돈 깨나 만졌다.

이후 그 지인은 자신을 '서울 하층민'이라고 불렀다.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게 패착이었다.

지인의 말을 빌리면 '문재인을 거치면서 사실 게임은 끝났다'.

그러나 문재인 시즌2라는 속편도 있다.

■ 이재명 정부의 서울 아파트...문재인 시즌2

문재인 정부 시절 폭등했던 서울 아파트는 윤석열 정부 시절 숨을 고른 뒤, 이재명 정부를 맞아 다시 뜀박질 중이다.

머리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윤석열의 이해할 수 없는 12.3 계엄 조치 이후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은 다 알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학습효과 기대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이재명 후보'가 압승하기 2주전부터 심상치 않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강남 지역은 더욱 요란을 피웠고, 이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주변부로 확산됐다.

이재명 정부는 결국 10월 15일 3번째(4번째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집값 대책을 내놓았다.

그 전에 내놓은 6억원 대출 규제, 그리고 알맹이 없는 공급 대책은 애초 약발이 먹힐 리가 없었다.

그런 뒤 오늘은 서울 전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는 꽤 놀라운 조치를 발표했다.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있거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때처럼 몇몇 날짜와 관련된 수치를 외우는 훈련에 돌입했다.

6.27, 9.7, 10.15...

앞으로 얼마나 더 수치를 외워야 할지 모른다.

이번 정책 발표로 집을 사고 팔려면 이제 정부 허가를 맡아야 된다. 출신 성분이 의심스러우면 제대로 돈도 빌릴 수 없게 됐다.

'내수의 핵'인 부동산 관련 경제 사이드는 위축될 수 있지만, 부동산 쪽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 사이에선 그렇다고 집값이 빠질 것으로 확신하는 바보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실 부동산 바닥엔 정부의 이런 '강도높은 수요 규제책'을 보면서 피식 웃는 사람도 많다.

하수들이 집값 안정책이라고 내놓는 정책은 집값 상승의 불쏘개로 쓰일 뿐이라고 비웃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필자의 지인인 서울 공인중개사 A씨도 이런 사람들 중 하나다.

■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 떠올리는 공인중개사

A씨는 공인중개사로 일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 상당히 고생을 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거래를 죽이면서도 집값을 폭등시키는' 기이한 초식을 구사했기 때문에 사무소 문을 닫을 뻔했다.

A씨는 당시 사람들에게 '경제학적 마인드'가 조금만 있으면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계몽했다.

A씨는 예컨대 세금을 올리면 그게 결국 매수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다주택자 규제를 하면, 공급 사이드가 허물어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무주택자가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

하지만 A씨는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욕만 얻어먹었다고 했다.

A씨는 '문재인 정책의 실패'를 겪고도 여전히 메카니즘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부동산 올스톱' 정책이라며 긴장했다.

구더기가 무서우니 장을 담그지 말자고 한 것과 닮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집값이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정부의 '부동산 멈추라'는 명령...더 힘들어지는 쪽은 없는 사람들

이날 정부는 서울 전역, 그리고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번에 꽁꽁 묶었다.

이러면 부동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그만큼 정부는 최근 서울 집값 급등세가 무서웠던 것이다.

LTV를 축소하고 전세대출도 DSR에 집어넣어 없는 사람들이 돈 빌리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야 했다.

집 값이 뛰고 있으니 '집을 사야 하는 사람들'도 일단 집을 사면 안 된다고 억압했다.

토허제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면서 이제 실거주 부담이 더욱 커졌다. 토허제는 전세 물량을 더욱 줄이면서 향후 전세 수요를 더 불안하게 해 없는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다.

문재인, 윤석열, 그리고 이재명 정부 등 한국 정부는 정권과 관계없이 '똘똘한 한채'라는 양극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희한하게도 한국 정부들은 똘똘한 한 채 정책의 부작용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못 본 체 했다.

매매가도 매매가지만, 최근 한국 정부들이 펼치는 '전세 죽이기' 탓에 없는 사람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제대로 된 통계도 없어 파악하기 힘들지만, 월세는 이미 폭등세를 거듭하면서 없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는 더욱 헐거워졌다.

■ 정부의 착각 속 고집...규제는 다른 매수처 알려줄 뿐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고 서민의 삶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대단한 착각에 빠져 있다.

시장 메커니즘,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규제만 반복해 봐야 없는 사람들만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 여실히 보여줬지만 배운 게 없었다.

공인중개사 A씨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왜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김윤덕 같은 사람이 국토장관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임장이란 단어도 몰라서 공인중개사들로부터 비웃음을 받았던 김현미 전 장관을 추억하면서 김윤덕 장관을 '남자 김현미'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A씨는 '남자 김현미'의 규제가 안겨줄 차익거래 기회를 연구 중이다.

예컨대 B지역을 규제하면 규제가 없는 인근 C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며, C가 오르면 C보다 상급지인 B가 다시 올라야 한다.

이번 대책에선 예컨대 하남 같은 곳을 묶었으니 구리나 남양주 같은 데를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때의 경험으로 많은 사람들이 눈치를 챈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때 많은 사람들은 토허제를 실시하면 그 옆을 사면 되고, 궁극적으론 토허제를 실시한 지역 집값이 더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바 있다.

하지만 정책가들은 계속 '실패한 초식'만 선보일 뿐이다.

■ 입으로만 '집값 안정' 말하면서 원가 올리기

사실 대로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는 집값 폭등 정책을 썼다. 입으론 집값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자신이 하는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우선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서울은 공급이 없다. 사실 그래서 집값을 잡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는 상대적으로 넘친다. 각종 규제 등으로 주택 공급의 축들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은 멸종 압력을 받고 있다.

공급 주체들이 정책의 억압으로 나가떨어지는데, 대기하던 수요들은 누적됐다. 그리고 그 수요를 뒷받침하는 실탄인 '유동성'은 풍부하다.

채권시장 등에서 한국 금리는 형편없는 한국 경제 상황에 비해 '너무 높다'는 식의 얘기를 하지만, 물가와 성장을 더한 값을 유동성 증가 속도와 비교해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를 제외하면(?) 돈 많은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 정책들을 보고 있으면 집값이 과연 잡힐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필자는 사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안전'을 명목으로 내건 건설사 때려잡기가 위태로워 보였다.

안전이 너무나 소중한 가치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정부를 거치면서 건설단가가 너무 올랐는데, 원가를 더 올리는 정책이어서 걱정이 됐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인건비, 자재비가 뛰고 돌관공사 같은 것도 힘들어져 건설업 '원가' 자체가 집값이 낮아지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됐다.

주택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이재명 정부는 건설사들은 겁이 나서 집을 더 지을 수도 없게 만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수급을 더 꼬아버리는 것이다.

■ 서울 아파트의 고공행진...그리고 이카로스의 최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건축가는 다이달로스다. 그리고 그 아들이 이카로스다.

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밀랍으로 만든 멋진 날개로 태양 가까이 하늘을 날다가 추락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서울 아파트의 끝없는 상승세를 보면서 이카로스가 떠오른다.

한국의 이름난 건설사 등 최고의 건축가들은 현재 제대로 '공급'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이런 식이면 서울 집값은 급등을 거듭하다가 궁극적으로 한국경제와 함께 이카로스처럼 추락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카로스의 아버지는 밀랍으로 만든 아들의 날개를 빨리 재건축했어야 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반시장적 주택 정책은 일시적으로 반짝 효과를 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정부는 '공공임대' 등을 앵무새처럼 읇조릴 게 아니라 시장 친화적 주택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당장 마찰적인 수급이 집값을 더 올리더라도 재개발, 재건축을 풀고 다주택자 규제정책(똘똘한 한 채 종용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게 물꼬를 돌려야 한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으면 결국 영양실조로 건강만 더욱 망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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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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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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