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0-13 (월)

(장태민 칼럼) 시진핑의 트럼프 요리하기

  • 입력 2025-10-13 15:1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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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진핑 중국 주석, 출처: 중국정부 홈페이지

사진: 시진핑 중국 주석, 출처: 중국정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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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 2025년 9월 29일.

3분기 종료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 가구 및 영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는 SNS를 통해 중국과 다른 국가들에 가구 산업을 완전히 빼앗긴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가구에 대해 상당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영화 제작 산업도 다른 국가들에 빼앗겼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에서 제작되는 모든 영화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상무부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의 자회사(지분 50% 이상 보유)도 자동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은 이 조치가 중국 기업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표를 들은 뒤 중국 상무부는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 2025년 9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4일부터 수입 가공 목재에 10%, 수입 가구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다만 국가별로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해당 관세는 50%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그리어 대표는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와 관련해 "긍정적 현상 유지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리어는 동시에 좀 더 자유로운 무역을 원한다고 했다.

* 2025년 10월 1일.

미국 연방정부는 1일을 기점으로 셧다운에 돌입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핵심 쟁점인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연장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셧다운 이후 첫 표결에서도 예산안 가결에 실패했다.

동시에 양당이 벼랑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셧다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화됐다.

셧다운이 시작된 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7년 전 셧다운에서 80만명의 공무원이 일시 해고됐고 경제 피해는 110억달러 규모였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75만명의 공무원의 일시 해고돼 일일 4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미국 비필수 공무원의 경우 영구 해고 가능성이 있어 이전 사례보다 경제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런 모습들을 주시했다.

중국은 '자기 나라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 미국이 시시때때로 관세로 위협하는 것은 주시했다.

10월 1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이후 1일과 3일 상원의 예산안 표결이 부결된 가운데 빠르면 10월 6일 표결이 재개돼 양당이 의견을 좁힐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은 내부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 내부 문제도 못 푸는 미국...시진핑, 시의적절하게 트럼프 타격

* 2025년 10월 6일.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11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형·대형 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연방정부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예산관리국(OMB)이 각 부처와 협력해 연방정부 직원 해고를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자기 내부의 문제도 풀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를 '관세 등으로' 위협하는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했다.

* 2025년 10월 9일.

트럼프는 중국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대두의 대중 수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국 간 통상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대규모의 중국산 제품 수입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는 조만간 한국 경주에서 APEC이 열리기로 돼 있고 G2가 관세협상 등 통상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 시진핑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트럼프가 '미국의 위세'를 떨치고 싶어 했지만, 시진핑은 미국이 자신의 약화된 체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시진핑은 지난 4월처럼 미국이 천지분간 못하고 위세를 떨 때 군말 없이 한방 먹였다.

■ 시진핑, 4월에 이어 다시 희토류로 미국과 미국 동맹국 '먹이기'

* 2025년 10월 9일

중국 상무부는 9일 전략 광물인 희토류 및 관련 기술 수출 제한을 강화하려는 목적의 ‘희토류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 결정’, ‘희토류 관련 기술 통제에 대한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당국이 지정한 희토류 수출허가증 적용 대상의 범위를 보다 확대한 것이다.

특히 수출 통제 대상임에도 해외에서 우회적으로 사용되던 중국산 희토류와 관련한 기술을 차단하기 위해 나섰다.

특히 일부 시스템반도체 및 메모리반도체, 이들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에 쓰일 희토류 수출 신청, 잠재적으로 군사 목적의 사용이 가능한 AI 관련 희토류 수출 신청도 개별 심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은 외국의 반도체 및 AI 관련 핵심 소재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대로 트럼프의 안면에 펀치를 먹였다.

트럼프는 말은 많지만 촐랑거리는 스타일인 반면, 시진핑은 말은 많지 않았지만 그 말은 무거웠다.

두 독재자 모두 세계 경제에 독이지만, 두뇌 회전은 시진핑이 트럼프에 앞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는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희토류 활용의 '유효성'을 선전하면서 천방지축 날뛰던 트럼프를 무릎 꿇리는 듯한 장면을 만들었다.

■ 무법자 트럼프의 여전한 '센척하기'

* 2025년 10월 10일

트럼프는 10일 관세인상을 예고한 뒤 곧바로 11월 1일부터 대중 100% 추가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알렸다.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도 통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자국의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새로운 조치를 내놓은 데 대한 대응이라며 자신의 대응을 합리화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세계 각국에 매우 적대적인 서한을 보냈다. 오는 11월 1일부터 사실상 모든 제품 심지어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품목에까지 대규모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조치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전례 없는 행위로 국제무역 질서에 대한 도덕적 모욕"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언급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었다.

현재 미국은 이미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웰스파고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품목별로 철강·알루미늄에는 50%, 소비재에는 7.5% 등 다양한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실질 관세율은 약 40% 수준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12월 1일부터 중국산 희토류 원소가 0.1% 이상 포함된 제품이나 중국의 희토류 추출·정제·자석 제조·재활용 기술이 사용된 제품을 수출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중국의 공세를 보고 있으면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이번 조치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대응은 교묘해 보이는 반면, 미국의 대응은 거칠고 둔탁한 느낌이 났다.

여전히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시진핑은 '희토류'만으로도 트럼프의 속을 태울 수 있음을 다시 알려줬다.

■ 시진핑의 트럼프 공격...'네가 그렇게 잘 쳐?'

트럼프는 자신의 가오(顔)를 지키기 위해 센 척했지만, 중국은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엘리트들이 정책을 하지만 한국, 미국 등은 덜떨어진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서방이 중국식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이기기 위해선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 미국 모두 권력욕에만 눈먼 무능한 자들이 정책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밀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중국 엘리트들은 필요할 때 '따끔하게' 상대방의 약한고리를 때릴 줄 안다.

일요일 중국 상무부는 결기를 보이면서 트럼프에게 경고장을 배달했다.

중국 상무부는 12일 "희토류 수출통제는 정당하다. 미국이 계속 관세 위협을 하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고율 관세 위협은 양국 관계를 훼손하는 잘못된 방식이며, 미국은 오랫동안 안보를 빌미로 수출 통제와 차별적 조치를 남용해왔다"고 훈계했다.

중국 상무부의 이같은 '자신감' 있는 발언은 트럼프가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기존보다 100%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그 결과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루 만에 2조달러가 증발한 뒤 나온 것이다.

중국은 그러면서 희토류 수출 제한이 '국제법상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천박한 트럼프...또 다시 꼬리 내리기

일요일 중국은 또 미국의 선박 입항료 부과에 맞서 오는 14일부터 미국 선박에도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중국 상무부는 "이는 필요한 방어적 조치이며 미국의 일방적 행동이 양국 협상 분위기를 해쳤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런 대응을 한다면서 도덕적 우위, 그리고 정당성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12일 SNS에 굴욕적인(!)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센 척 했지만 이번에도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비굴한 인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돕고 싶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며 "매우 존경받는 시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런 글을 쓰면서 트럼프도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트럼프는 "시 주석도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때 경주 APEC을 앞두고 미-중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시진핑이 다시금 '희토류'를 활용해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에게 위협구를 던지면서 트럼프의 스텝도 꼬여버린 것이다.

필자의 눈에 트럼프가 4월에 이어 10월에도 시진핑에게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본, 유럽, 한국 등 동맹들과 세를 규합해 중국에 대항해야 할 때에 동맹들의 뒤통수를 치고 중국에겐 이기지도 못할 전략을 구사하다가 되치기 당하고 꼴을 연출하고 있다.

(장태민 칼럼) 시진핑의 트럼프 요리하기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트럼프의 10일과 12일 SNS

자료: 트럼프의 10일과 12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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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중국의 통제 희토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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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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