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9-2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00P 폭락한 코스피...외인 매도·환율 급등·관세 불확실성에 '화들짝'

  • 입력 2025-09-26 14: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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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시 현재 주요 주가지수,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시 현재 주요 주가지수,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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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코스피지수가 장대음봉을 그리면서 급락했다.

외국인이 차익실현 등으로 한국 주식을 팔자 코스피는 100p 가량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와 국내 주식 급락 사유를 두고는 환율 급등,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을 거론하는 모습들이 많았다.

미국장 낙폭 크게 웃도는 한국 주식...외국인 매도로 나오자 급락

간밤 뉴욕 주가는 '경제지표가 너무 좋아서' 약세를 나타냈다.

지표가 좋아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하자 기술주 중심으로 밀렸다.

다우가 전장보다 173.96포인트(0.38%) 내린 4만5947.32, S&P500이 33.25포인트(0.50%) 하락한 6604.72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113.16p(0.50%) 낮아진 2만2384.70을 나타냈다.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3.8% 증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속보치(3.0%), 그리고 잠정치이자 예상치(3.3%)를 크게 웃도는 결과였다.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는 21만8000건으로 전주보다 1만4000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중순 이후 최저치이자, 예상치 23만5000건을 대폭 밑도는 결과였다.

결국 주식투자자들은 'Good is Bad'(경제지표가 좋으면 금리 인하가 어려워져 주식엔 나쁘다)를 외치면서 매도했다.

하지만 뉴욕 주요 주가지수의 낙폭이 0.5% 이내였던 만큼 국내의 낙폭은 크게 두드러졌다.

일단 최근 주식 랠리를 외국인이 이끌어왔던 만큼 이들의 수급 이탈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대규모로 순매도하자 주가는 미끌어졌다. 기관까지 가세해 매도에 열을 올리자 개인들은 물량을 받는 것을 버거워했다.

국내 주요 주가지수는 3% 가까이 급락하면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 환율 고공행진이 준 긴장감...그리고 한미 관세협상 우려

달러/원 환율이 전날 1,400원을 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날은 1,410원을 뛰어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네고 물량이 있었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팔면서 원화 가치 하락을 주도했다.

상당기간 달러/원은 1,390원선 내외에서 등락하면서 1,400선 위를 넘보지는 않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에 1,400원대로 뛰어오르면서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울러 한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을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에서 찾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트럼프는 '빨리 3,500억불을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으며, 한국 정부 입장에선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러는 사이 긴장감이 커졌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투자 3,500억달러는 선불(upfront)이고 발언했다. 따라서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협상’에 대한 의구심과 추가 협상 진전 미진은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외국인 주식시장 자금 이탈을 야기할 동력"이라고 해석했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 중 코스피시장에서 현물을 5천억원, 선물을 4천계약 이상 순매도 할 정도로 한국물을 비웠다.

■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돈 내놓으라'는 압박...그리고 추가 관세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7월 타결된 한미 무역협정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동안 다른 나라들로부터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처럼 잘된 적은 없었다"며 "관세와 무역협정을 통해 유럽연합(EU)에서는 9500억달러를 확보했고, 일본에서 5500억달러, 한국에서 3500억달러를 받는다. 모두 업프론트"라고 말했다.

한국은 해당 투자 약속과 관련해 직접적인 지분 투자는 최소화하고, 대출 및 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한국이 현금 달러를 직접 지분 투자로 제공해야 하며, 투자 대상도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측은 외환 리스크를 이유로 한미 통화스왑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현금 달러를 대규모로 투입할 경우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한미 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통해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이끌어내는 한편 한국산 제품에 부과되던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으나 투자 방식과 배분을 둘러싼 구체적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일본, 유럽의 자동차 관세는 15%로 낮춰졌지만 한국은 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다시 관세 관련 발표를 했다.

트럼프는 25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오는 10월 1일부터 외국산 대형 트럭에 대해 25%의 관세가 새로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피터빌트, 켄워스, 프라이트라이너, 맥 트럭 등 미국 내 주요 대형 트럭 제조업체를 외국산 제품의 경쟁 압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럭 운송업 종사자들의 재정적 안정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월 1일부터 주방 캐비닛과 욕실 세면대(바니티) 등 관련 제품에는 50% 관세가, 소파 등 천이 씌워진 가구에는 30%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고 했다.

그는 "외국산 제품의 대규모 유입으로 인해 국내 시장이 불공정하게 침해받고 있다.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 한국 정부와 유력 여당 정치인들, "이건 너무 심하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3,500억불이라는 큰 돈을 조기에 미국에 입금해 주긴 어렵다.

외환보유액이 4천억불 남짓한 상황에서 말이 안되는 요구다. 하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돈 달라'고 하면서 한국을 억압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달러/원이 고공행진을 벌이자 외국인이 일단 한국물을 팔아 차익실현했다.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의 김병주 최고위원은 "트럼프의 3500억불 선불 발언은 보자보자하니 해도해도 너무 하다. 외교의 원칙은 호혜와 평등"이라며 을지문덕 장군의 시를 인용해 "만족함을 알고 멈추길 바라노라"하면서 반발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의 힘을 앞세운 일방외교는 공멸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와 여당의 유력 의원들 사이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오는 중이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3500억불의 현금투자를 미국이 요구를 하고 있다. 이 3500억불 현금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계속 비교하면서 압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3500억불을 현금투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일본이 투자협상을 잘못한 것이다. 무리한 압박에 무리한 협상을 한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따라서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날 주가가 폭락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보이자 한미간 관세 갈등이 투자 심리를 옥죄는 수준으로 올라간 게 문제라는 식의 평가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외국인 대규모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다 보니 여러가지 이유를 대는 상황"이라며 "그 중 하나가 한미 관계 악화"라고 짚었다.

■ '냉정하자'며 주식 낙관론 포기할 때 아니라는 조언도

이런 가운데 이날 주가 급락을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진단도 보인다.

환율 고공행진, 한미 갈등 속에 차익실현이 나온 것일 뿐 상황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보인다.

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오늘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지만 건전한 조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차익실현 욕구가 높던 차에 한미 무역합의 관련한 노이즈가 다시 부각되고, 상법 개정안 처리도 밀린다는 얘기가 나와 부담을 주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불확실성에 포지션 정리 물량이 몰리다 보니 낙폭이 크고 체감지수가 싸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흥분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연휴 지나고 실적시즌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중심으로 좋은 실적이 나타나 장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아울러 APEC 회담이 다가올수록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낙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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