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0-15 (수)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

  • 입력 2025-09-23 08:52
  • 장태민 기자
댓글
0
[뉴스콤 장태민 기자] 대신증권은 23일 "이사의 충실의무 등 상법 개정으로 구형 우선주의 리레이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경연 연구원은 "바야흐로 한국 자본시장은 상법 개정 이후의 시대를 맞이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돼 모든 보통주 주주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우선주 주주는 최저배당률 등 정관에 명시된 우선권으로 보호받지만, 그 외의 위험은 보통주 주주가 부담한다"면서 "따라서 법 개정으로 충실의무가 명문화된 지금, 구형 우선주는 더이상 ‘애매한 우선주’가 아니라, ‘충실의무 보호를 받는 또 하나의 보통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곧 구형 우선주의 밸류에이션이 배당수익률 기준이 아니라, 보통주 주가와의 동행을 통해 정당화돼야 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한국에는 총 111개의 우선주가 상장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약 90개가 구형 우선주"라며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법 개정 모멘텀으로 지주사 종목들이 크게 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18개의 지주사 구형 우선주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가총액이 큰 상장 기업일수록 reputation risk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려는 유인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본주(보통주)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거나,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리레이팅될 트리거가 뚜렷한 지주사라면, 해당 기업의 구형 우선주는 보다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1차 리레이팅은 본주(보통주)의 저평가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계기로 상승하고, 2차 리레이팅에선 구형 우선주가 충실의무 보호를 받는 보통주로서 재평가되며 추가적인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우선주의 역사와 미국이 주는 시사점

<다음은 이경연 연구원이 정리한 한국 우선주의 역사와 미국과의 비교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다.>

1970년대 초 정부는 기업의 자본시장 편입을 정책적으로 주도했다. 1972년 12월 「기업공개촉진법 」 을 제정∙시행해 비공개 기업의 공개(IPO)를 제도적으로 유도했다. 특히 1974년 ‘5.29 조치’로 불리는 공개∙상장 촉진책이 대기업집단 전반에 실질적 상장 압력을 행사하면서 1975~1977년 사이 약 300개사가 잇달아 상장했다. 이 조치는 상장 저변확대와 내자 동원이라는 거시적 성과를 남겼지만, 동시에 ‘지배권 희석’에 대한 오너와

지배주주의 경계심을 키웠다.

1970년대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 해외차관, 원조 의존도가 높았다. 이에 정부는 기업공개(IPO)를 강제해 일반 국민(투자자)의 저축을 증권시장으로 유입시키고, 이를 기업의 투자∙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게 하려 했다. 즉, “내자 동원”은 기업공개를 통해 국민의 저축을 증권시장으로 끌어와, 은행 대출이나 해외자본 차입 대신 국내 민간 자본을 기업 성장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지배주주들은 상장 이후에도 지배력 방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순환출자, 내부거래, 교차지분, 상호지급보증 등 복합적 구조가 그 예이며, 이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되 그룹 차원의 레버리지와 연쇄 리스크를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외환위기 직전 한국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은 약 400%에 이르렀고, 상위 30대 재벌의 평균 부채비율은 500%를 상회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이러한 구조의 취약성을 정면으로 드러낸 사건이었고, 이후 기업지배구조, 재벌정책, 자본시장 규율 전반의 구조개편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 제도 합법화(1999년 공정거래법 제정)가 이루어졌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해소와 소유∙지배구조의 수직화 유도를 위한 정책적 장치였고, 이후 추가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 체계의 손자회사 보유 요건 및 지분율 규제 등이 정교화되었다. 오늘날 한국 대형 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정비를 통해 ‘자본 효율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동시에 추구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한편, 우선주의 한국적 변형(구형 우선주)은 1970년대 상장 확대의 그림자이다. 당대 일부 상장기업은 지배력이 나누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무의결권 보통주’와 유사한 구조를 희망했으나, 상법 체계상 보통주에 의결권이 내재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런 형태는 허용되지 않았다. 대신 많은 기업이 “보통주 배당률+1%”와 같은 추가배당률(Participating) 조건의 우선주를 발행해 지배력 희석은 피하면서 ‘공개’ 요건을 충족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최저배당률(확정적 최소 배당)이 없는 ‘조건부 추가 배당’ 모델이어서, 보통주가 무배당이면 우선주의 추가 1%도 의미가 사라지는 사실상 무보장(nonprotected) 구조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구형 우선주는 경제적 성격상 보통주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비판에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1995년 12월 상법 개정으로 우선주 발행 시 ‘최저배당률’을 정관에 의무 명시하도록 하여, 우선주가 배당우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는 ‘신형 우선주’의 성격을 갖추도록 했다. 다만 개정 이전에 발행된 구형 우선주는 부칙에 의해 종전 규정 유지(존속)가 허용되어, 오늘날 한국 시장에는 구형(최저배당률 없음, +1% 추가배당)과 신형(최저배당률 명시) 우선주가 공존하는 특이한 구조가 남아있다.

우선주의 ‘구형’과 ‘신형’의 공존이라는 역사적 연속선이 한국 주식시장의 현재를 규정한다. 구형 우선주는 겉으로는 우선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 성격은 보통주에 훨씬 가깝다.

그런데 주가는 그렇지 않다. a보통주는 9월 22일 기준 218,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배당수익률은 5.5%, PER은 4.3배 수준이다. 1999년 발행한 신형 우선주(a2우B)는 정관에 ‘최저우선배당률 2%’를 명시해 우선 배당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보통주가 배당을 하면 참여적∙누적적 권리에 따라 한 번 더 배당을 받는다. 즉, 두 번의 배당을 통해 실질적 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 결과, 신형 우선주(a2우B)는 167,400원에 거래되며 배당수익률은 7.23% 수준이다.

반면 구형 우선주(a우)는 보통주가 배당을 할 때 동일하게 배당을 받고, 여기에 1%를 추가로 받는다. 문제는 보통주가 무배당이면 구형 우선주 역시 배당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구형 우선주는 배당우선권이라는 보호장치가 없고, 보통주와 동일한 리스크를 지는 구조다. 현재 a우는 164,500원에 거래되며 배당수익률은 7.33%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구형 우선주는 보통주와 비교해야 할까, 아니면 신형 우선주와 비교해야 할까?

- 보통주로 본다면, 구형 우선주는 본질적으로 의결권 없는 또 하나의 보통주이므로 보통주 주가 수준과 동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 우선주로 본다면, 금리성 자산처럼 배당수익률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 해야 한다.

현재 한국 시장은 구형 우선주를 “우선주”라는 이름 때문에 후자의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구조적인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 그러나 구형 우선주는 보호 장치가 없는 만큼 배당수익률 기반의 밸류에이션은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해석은 제도적으로도 뒷받침 된다. 2015년 한국회계기준원은 구형 우선주를 두고 “우선적 권리가 없는, 배당률만 다른 보통주”라는 해석을 내렸다. 따라서 구형 우선주는 EPS를 공시해야 하며, 이는 곧 회계적으로도 구형 우선주는 보통주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다시 말해, 구형 우선주의 적정 가치는 보통주 주가와의 동행해야 한다.

미국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렸하다. 미국은 이른바 듀얼 클래스(Dual Class) 구조를 허용한다. Class A는 일반 의결권 보통주, Class B는 창업주의 차등의결권 주식, Class C는 무의결권 보통주다. 한국의 구형 우선주는 Class C에 해당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Class C가 할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프리미엄에 거래된다. 예컨대 알파벳의 경우, Class A(GOOGL)는 9월 19일 기준 254.72달러, Class C(GOOG)는 255.24달러에 거래된다. 질로우 그룹 역시 Class A(ZG)는 83.69달러, Class C(Z) 86.74달러로, 무의결권 보통주가 더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구글이 Class C 신주를 발행할 때 제기된 주주소송과 그 합의가 자리한다. 당시 델라웨어 법원은 주주 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A주와 C주간 주가 괴리율이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하면, 자동으로 조정지급(Adjustment Payment)을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합의로 확정했다. 이 제도에 따라 A와 C의 주가가 일정 범위 내에서 동행하도록 보정 장치가 작동한다. 실제로 2015년에는 약 5억 2,200만 달러 규모의 Adjustment Payment가 Class C 주주에게 지급되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Class C에 구조적 디스카운트를 허용하지 않는다. 제도적 장치 덕분에 A와 C의 가격은 밀접하게 움직이고, 때로는 Class C가 오히려 프리미엄에 거래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 구형 우선주 디스카운트는 단순히 의결권 유무가 아니라, 미국처럼 괴리를 보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가 보통주 전반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제도적 신뢰 체계가 강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이사 충실의무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 대신證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