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9-25 (목)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경주 APEC 미·중 정상회담…세계질서 분기점 될까

  • 입력 2025-09-22 07:08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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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마주 앉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자, 한국이 13년 만에 두 강대국 정상을 동시에 맞이하는 역사적 외교 무대다.

시장에서는 이번 미중 정상의 만남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다뤄질 의제와 정치적 맥락은 미·중 양자 관계를 넘어 세계경제와 안보 지형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관세다. 지난 6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 교역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치명적 충격을 안겼다. 올여름 스톡홀름에서 양국은 ‘115%포인트 인하’라는 임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그 기한은 오는 11월 10일까지다. 경주 회담은 사실상 최종 시한 직전에 열리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톱다운 방식’ 협상을 고려하면 미중 정상 간 직접 담판을 통해 ‘스몰딜’ 수준의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 주석이 강조한 '미국의 일방적 무역제한 중단' 요구와 충돌할 경우, 결론은 내년 초 예정된 트럼프 방중으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틱톡 문제는 단순한 기업 매각을 넘어 디지털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신냉전의 상징적 전선이다. 미국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지분 매각을 강제했고 협상은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성과로 내세우려 하지만, 중국은 기업 자율성과 법규 준수를 강조하며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경주에서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정치적 상징성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펜타닐 확산 문제는 미국 사회가 겪고있는 심각한 골칫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의제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책임 전가로 비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시장에서는 실질적 이행책보다는 협력 의지만 확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도 종전을 원한다”고 했지만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상징적 메시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경주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겠지만 대만 문제는 내년 베이징 회담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중 관계의 진검승부가 될 수 있다.

이번 회담의 무대가 한국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중재자적 역할을 자처했다. 이는 한국 외교 위상을 높일 기회이자 동시에 미·중 갈등 속 '샌드위치 딜레마’를 재확인시킬 위험도 안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동시에 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 균형 감각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경주 APEC 회담에서 전격적인 ‘빅딜’이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다만 6년간 단절됐던 미·중 정상 대화가 재개된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은 '불안한 해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간 근본 갈등은 여전하지만 최소한 양국이 대화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 와인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미중 관계의 향방이 두 정상 간 소통 채널 유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점에서 APEC 정상회담이 주목된다"며 "양국은 상호 협력이 글로벌 안정성 증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속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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