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도요타 홈페이지

(장태민 칼럼) 일본 자동차 관세 2.5%→27.5%→15%...그리고 한국차의 수출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일본 언론들이 16일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아시히 등 일본 매체들은 미국 동부시간 16일 0시 1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낮아진다는 점을 핵심 소식으로 전했다.
관세는 기존 2.5% 관세를 포함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 부담은 27.5%에서 15%로 낮아진다.
미국 상무부는 15일 연방관보에 16일 게재할 문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미일 무역 합의에 따라 25%의 자동차 관세를 12.5%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다만 서명 당시 공식적인 '시행일'을 밝히지 않다가 이번에 알린 것이다.
■ 일본차 관세 2.5%→27.5%→15%....한편으론 15% 관세 안도하는 일본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 수출시 무는 관세가 27.5%에서 15%로 대폭 낮아진다고 하지만 종전(2.5%)에 비해 6배 수준이다.
미국 상무부는 ‘상호관세’ 부담을 경감하는 '특례조치'를 16일부터 일본에 적용한다고 선심을 쓰는 척했다.
하지만 미국은 당초 일본에 2.5%의 관세만 물리다가 27.5%로 대폭 올린 뒤 지금은 15%로 낮춘 뒤 크게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을 중시하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에게는 무거운 부담이 지속된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그러나 한편으로 안도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결정을 어쩔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는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관세가 15%로 낮아지지만 일본계 제조업체들에게는 여전히 경영의 큰 부담이 된다"면서 "각사는 생산 체제의 조정 등을 통해 총 26조 엔을 넘는 부정적 영향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관세를 둘러싸고 미-일 정부는 7월 15%로의 인하에 합의한 뒤 도요타자동차, 혼다, 마쯔다 등 주요 7개 회사가 2026년 3월 결산에서 영업이익이 합계 26조 엔을 넘게 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아시히는 "현재까지 일본계 제조업체의 미국 내 판매는 견조하다. 관세 전가를 위한 가격 인상에는 각사가 신중하다"면서 "관세로 인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의 생산 확대나 차종 구성의 재검토 등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다수의 부품업체까지 포함하면 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 한국차 관세 0%→25%→?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였다.
즉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수출될 때에는 관세가 0%였다.
한미 FTA 덕분에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서 무관세 혜택을 누렸지만 트럼프 정부는 사실상 한미 FTA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트럼프는 일단 FTA 국가인 한국도 '예외없이' 일본, EU처럼 관세 25%를 물린 뒤 7월엔 15%로 낮춰주는 것처럼 선심을 섰다.
하지만 한국은 원래 관세를 물지 않던 나라였다. 따라서 한국은 FTA 국가였던 점을 감안해 12.5%를 물게 해 달라고 했으나 트럼프는 받아주지 않았다.
이제 미국과 일본 및 EU가 자동차 관세를 모두 15% 물면서 미국시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그런데 한국은 문제가 생겼다. 후속 협상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해 '한국만' 한동안 25% 관세를 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차가 관세를 15%로 낮추고 싶으면 '말을 들으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 현시점 한국차는 일본차 대비 얼마나 불리해졌나
이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일본 차보다 10%p 높게 부과된다.
자동차 업계가 우려하던 한-일 간 자동차 가격 역전이 현실이 됐다. 한마디로 한국차의 미국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현 시점 일본은 원래 2.5%의 관세를 내온 나라이니 실제로는 12.5%의 관세를 더 물게 됐다. 우리는 25%의 관세를 새로 물게 됐다.
한국이 이제 일본의 2배 높은 관세를 물면서 미국에 수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 4월부터 미국 수출시 관세 25%라는 모래 주머니를 찼다.
최근 한국이 관세를 낮추는 데 실패하면 현대차·기아차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2분기 1.6조 남짓, 3분기 2조 남짓 확대되고 연간으론 1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이러면 한국차가 가격을 올려야 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한층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일본을 보면 그러기도 쉽지 않다.
이러다보니 한국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 일본의 한국차 죽이기 전략?...미국이 교묘히 이용해 먹은 것인가
한국은 현재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더러 SPC를 설립해 3500억달러를 직접 투자하라는 식의 압력을 넣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깎아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중이다.
한국이 단기간 내에 특수목적법인에 거액을 출자하면 미국이 그 돈을 관리하고 그 수익도 자기들이 꿀꺽하겠다고 한다.
한국더러 외환보유액 4,200억달러의 80%를 훌쩍 넘는 돈을 미국에 갖다받치라는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히 서명해선 안 된다.
달러 재산의 거의 전부를 단기간에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이렇게 궁지에 몰린 데는 일본이 저자세 협상을 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많았다.
예컨대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스텝을 꼬아버렸다는 것이다.
무려 27개국이 모여있는 EU가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6000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EU GDP의 1/4이 되지 않는 일본이 EU와 비슷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 일본 GDP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지만 무려 3,500억달러나 투자할 것을 강요받았다.
일본은 '미국시장에서 한국차를 완전히 이기기 위해' 미국의 말도 안되는 조건을 받았다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또 일각에선 일본이 한국과 합심해 미국의 정책에 저항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일본이 한국차를 따돌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2024년 기준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보면 GM이 17%, 도요타 15%, 포드 13%, 현대차 11% 순으로 나온다.
미국 시장을 놓고 해외차 브랜드로는 한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이 이참에 한국차를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닌가 의심하는 것은 제법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덕분에 일본, 한국 모두 미국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한국 입장에선 '경제의 덩치'에 비해 미국에 투자하는 규모가 너무 크다.
따라서 미국 수출시장의 자동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트럼프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현재 미국이 제시하는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완화할 수 없다면 관세를 감수하면서 버티는 게 차라리 낫다.
안타깝지만 현대차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